[기고] Comedians never die, 우리의 삶은 우리를 돕고 싶어 한다

이정수 작가 / 2023-12-07 11:10:49
▲방송연예인이자 작가 이정수

 

[맘스커리어=이정수 작가] 사실 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같은 고민을 안 한 지 오래됐다. 10여 년 동안 주구장창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고민이 없던 시절의 시작은 군복무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군 복무만 건강히 잘하면 됐고, 남들이 제대 후엔 뭘 하지로 고민할 때, 난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또 걱정이 없었다. 그렇게 2001년 11월에 제대를 하고 바로 다음 해 4월에 kbs 공채가 됐다. 공채가 된 후에도 개그콘서트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라 개그를 짜는 것 외엔 고민이 없었다. 이때까지는 그랬다.

 

그러다 인기가 떨어지고, 소속사도 여러 번 옮기며 이말 저말 들으며 끌려가던 시기가 왔다. 여러 가지 일들을 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다. 심지어 이도 저도 안 되는 것 같으니까 소속사에선 말도 안 되는 음반을 기획해서 이슈라도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역시 무반응이었다. 이쯤부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게 됐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결혼도 하고 싶었다. 나이도 어느 정도 찬 터라 이젠 결정을 해야 했지만 자리도 못 잡은 나의 상황에 결정이 쉽지 않았다. 그때 덜컥 첫째 딸 리예가 찾아왔다.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바로 결혼을 결정했고, 일사천리로 우리의 결혼은 진행이 되었다. 그 후에 내 유일한 스케줄이었던 사랑과 전쟁이 종영하면서 일이 완전히 없어졌다. 하지만 아내는 일을 잘하고 있었고, 우리는 아이가 있으니 내가 주 양육자로 전업주부가 되면 됐다. 

 

그 후로 고민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엔 산후우울증 극복을 위해 글을 쓰고, 돌아오면 신나게 육아를 했다. 그러다가 그 이야기들이 책으로 나왔고, 그 책으로 인해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새로운 일이 생겨났다. 그리고 리예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둘째가 생겼다. 아… 이제 끝났다 싶었는데, 또다시 육아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내 시간을 만들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게 됐다. 그리고 두 번째 책이 나왔고, 덕분에 다양한 분야로 활동폭이 더 넓어졌다. 

 

이때 알게 됐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니, 삶이 친절하게 내게 숙제를 준 것이었다. 

 

내 앞에 결혼이란 숙제가 놓였고, 난 그걸 해야만 했다. 우리의 아이가 태어났고, 그 또한 내 숙제였기에 성실히 해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살 길이 보였다. 

 

내가 내 삶에 목표를 만들어 스스로에게 숙제를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는 순간도 있는 거다. 도저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 말이다. 그러면 우리의 삶이 우리에게 숙제를 주기도 한다. 그 숙제를 곤경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삶의 곤경에 처한 나에게 그 해답을 이해하기 쉬운 숙제로 준 것이다. 

 

지금 무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내 앞에 놓인 숙제가 뭔지 알아보자. 괜히 보이지도 않는 저 멀리를 바라보며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앞에 있는 숙제를 잘하자. 그 숙제가 하찮아 보이던, 하기 싫던, 묵묵히 성실히 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 삶이 일부러 내게 준 숙제이기 때문이다. 숙제가 하기 싫다고 모른 척하면 결국 쌓여서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때부터 인생이 꼬이는 거다. 일단 내 앞의 숙제가 마음에 안 들어도 성실히 풀어라. 그럼 인생이 풀린다. 우리의 삶은 우리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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