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양육은 아이와 부모의 동시 성장"

김혜원 엄마기자 / 2023-06-16 14:10:25
V.O.S 멤버 박지헌 씨
"아이가 생기면 목숨을 내놓을 만큼 큰 사랑 경험할 수 있어"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지난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에 그쳤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001명에서 7년 만에 반토막이 됐다. 만혼 현상과 결혼에 관한 가치관 변화로 인해 자연스레 출산율이 줄어드는 것이다. 저출산이 심화되며 아이 한 명 낳아 키우기도 힘들다는데 둘도 셋도 아닌 여섯 아이를 키우는 다둥이 부모가 있다. 다둥이 가족의 아빠는 그룹 V.O.S의 멤버 박지헌 씨다. 최근엔 가수 활동뿐만 아니라 티브이 프로그램과 전국의 강연장에서 여섯 자녀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한 여자를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을 기르면서 지경이 넓어지고 시야가 확장됐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박지헌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그룹 V.O.S 멤버 박지헌 씨[사진=박지헌]

 

▲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와 인터뷰하는 박지헌 씨[사진=맘스커리어]

- 주변에서 “아이들 키우기 힘들지?”라는 말을 자주 들을 것 같습니다. 걱정도 많이 하실 것 같고요. 실제로 어떠십니까?

아이가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셋으로 서서히 여섯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육아에 익숙해졌습니다. 나름의 육아법을 익혀 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실 아내도 저도 아이들을 돌보며 몸이 피로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하루가 행복했느냐 아니냐는 마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여행을 가려고 밤새 짐을 싸고, 긴 비행에도 힘든 줄 모르며 날이 새도록 걷기도 합니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이 있다면 피곤한 줄 모르죠. 육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첫사랑처럼 뜨겁게 열애하듯 육아를 한다면 어떨까요? 저는 주차장에서 집으로 가는 그 짧은 길을 항상 뛰어서 들어가는데요, 집은 제게 ‘가슴 뛰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구안와사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상황과 현재 건강은 어떠신지 이야기해 주십시오. 또 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 육아로 건강 챙길 틈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건강 관리 팁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지금은 완전히 좋아졌습니다. 감사하게도 구안와사 덕분에 커피를 완전히 끊었습니다. 식습관도 더 좋아지고 잠도 푹 잘 잡니다. 어떤 면에서 질병은 우리에게 오히려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건강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됐고, 지금은 구안와사에 걸리기 전보다 더 건강해졌습니다. 좋은 것만 찾기보다 내 삶의 좋지 않은 것들을 정리하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 중학교 때 등굣길에서 처음 만난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도 유명합니다. 첫사랑인 아내와 결혼해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아내와 결혼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지 들려주십시오. 

이 시대는 인류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풍요로운 때입니다. 온종일 마음껏 사랑만 해도 되는 세상이 되었죠. 하지만 사랑하지 않습니다. 육아라는 사랑의 시간도 ‘노동’ ‘피로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좋은 세상임에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결혼과 출산은 희생하고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결혼과 출산에는 기쁨과 환희가 있습니다. 이걸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바랍니다. 시간의 한계에 묶인 우리는 그때 하지 못하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걸 아내에게서 배웠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손해 보는 일에 민감합니다. 연애할 때 유행하는 영화를 보자고 하면 “그 영화 보는 건 우리가 손해인 것 같아”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저희가 사는 지금의 이 삶도 비혼과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는 요즘 세상이 아내가 보기엔 손해 같다는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유행하고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고 좇아가다가 그 삶이 손해인 줄 알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삶을 주고 제게 깨달음을 주는 아내와 늘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 6남매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사진=박지헌]

▲ 박지헌 씨는 육아는 스트레스가 아닌 아이와 뜨거운 열애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사진=박지헌] 

- 여섯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비법으로 ‘아내와의 대화’를 꼽으신 바 있습니다. 하루 한 시간 이상 대화한다고 하셨는데 대화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또 배우자와 대화를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십시오.

저는 아내와 하루 한 시간 이상 대화합니다. 2~3시간 정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식탁에 앉아 아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얼굴 맞대고 할 시간이 없을 때면 휴대폰을 이용합니다. 저는 직업 특성상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데요, 주로 그때를 합니다. 매일 만나는 친구일수록 오히려 할 말이 많죠. 아이들, 그저 삶을 주제로 이야기해도 할 이야기가 넘칩니다. 

저희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대화인데요, 그렇게 간격을 좁혀야 문제가 부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지 않습니다. 삶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는 대부분 간격이 벌어져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또 대화를 많이 해야 생각도 점검되고요.
 
우리는 누구나 생각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우자는 그 생각을 나누고 점검해 주는 최고의 대상입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고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아내가 있다는 건 정말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자와 대화를 잘하려면 꾸준함이 답입니다. 날마다, 꾸준하게 대화해야 점점 디테일해지고 할 말도 많아집니다. 

- “지금도 퇴근해 차에서 내리면 아이들과 아내가 보고 싶어 급하게 뛰어가고는 한다"라고 말씀하셔서 많은 이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그래도 육아 때문에 지치거나 힘들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육아로 지치거나 힘들 때는 없는데 집에 가고 싶어서 일에 집중이 안 될 때는 많습니다. (웃음) 육아는 스트레스가 아닌 아이와의 ‘뜨거운 열애’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면 그 사람과 계속 있고 싶잖아요. 그러다 사랑이 식으면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죠. 그런데 육아는 사랑이 식을 수 없어요. 아이에게 부모는 온 세상이고 전부거든요. 내게 전부인 부모가 나를 보살피며 힘들어한다면 아이는 감사함으로 족할 것을 미안함까지 갖게 되겠죠. 그래서 저는 육아를 열애하듯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며 인생이 바뀌는 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양육은 아이와 부모의 동시 성장이거든요. 양육에 집중하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득이 될 것입니다. 

▲ 박지헌 씨는 부부가 서로에게, 그리고 자녀에게 집중하는 재미를 느껴 보라고 권했다.[사진=박지헌]

- 아이들을 직접 집에서 가르치는 ‘홈스쿨링’을 하고 계십니다. 홈스쿨링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홈스쿨링의 장점도 소개해 주십시오.

요즘 초등학교 3학년만 되어도 자기 동생과 놀지 않습니다. 부모와는 당연히 안 놉니다. 대부분 그렇습니다. 캠핑장을 가도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등생 이상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 대신 친구와 놀고 싶어 합니다. 여기서 친구는 학교에서 만난, 같은 나이에 같은 지역에 사는 같은 성별의 사람을 뜻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경험하는 이 자극적인 관계가 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의 친구가 아니라 세상을 친구라고 느낄 수 있는 아이를 키워 내고 싶었습니다. 아이에게 진짜 사회성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홈스쿨링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10만 명당 7.6명으로 OECD 11위이며, OECD 평균 6.1명보다 많습니다. 그럼 나머지 친구들은 괜찮을까요? 멀쩡한 것이 아니라 견디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 어른들 가운데에도 상당수가 학교생활을 버텨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청소년들도 다르지 않죠. 저희 부부는 이런 문제에서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온전한 사춘기를 누리기를 간절히 바라며 홈스쿨링을 시작했습니다. 

홈스쿨링을 하면서는 여러 다양성을 얻을 수 있음에 매료됐습니다. ‘남들 다 하는 거니까’라는 기준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대신 다양하게 누렸습니다. 학교를 벗어나면서 등수에 연연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냥 내가 하는 그 상태 그대로 기준이 됐습니다.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할 이유도 없는 온전한 자존감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비트박스 선생님을 초대해 수업을 듣기도 하고 미디 음악 수업도 했습니다. 팝핀 댄스가 배우고 싶다고 해서 댄스도 가르치고, 요요 전국 대회에도 나갔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교과 수업은 기본으로 하고 남는 시간엔 아이가 원하는 것이 다 수업이 됐습니다. 아이들은 수업이 재밌다며 인터넷 강의가 재밌는데 한 번 더 보고 자면 안 되냐고 묻습니다. 아내와 저는 아이와 함께한 시간에 실패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저출산 대책을 마련했지만 합계출산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다둥이 아빠로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하면 좋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에서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데 정책만으로 세상이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과거에 비하면 아이들 키우기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티브이에 방영되는 콘텐츠가 육아에 긍정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위로는 좋지만 무조건 공감해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깨달을 여지조차 없도록 편협한 감각을 만들고 생각을 고착되게 하는 미디어가 제일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혼, 딩크족 등을 멋있게 바라보는 시선보다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의 행복한 모습을 부각해 보면 어떨까요. 혼자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더 보고 싶어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방송 매체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좀 더 양육친화적인 프로그램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냉장고가 다섯 대라고 소개하신 적이 있습니다. 식비뿐만 아니라 교육비 등 생활비가 아무래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자녀를 키우다 보면 부모를 위한 것은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부부에게 소박한 취미나 소소한 즐거움이 있으실까요? 

부부 둘만을 위한 건 특별히 없습니다. 아이들과 잠깐만 떨어져도 마음이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소박한 취미라면 아이들과의 캠핑이 전부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 부부를 위한 것입니다. 

- 아이 낳는 걸 두려워하는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부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다섯째 솔이를 낳은 뒤 아내는 제게 아이를 더 낳자는 말을 했습니다. 이전부터 저희 부부는 다섯까지 낳자고 이야기를 해 왔고 저는 아이 다섯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기에 의아했습니다.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로운 아이가 기대가 된다고, 우리끼리 단둘이 가는 여행이나 우리만의 인생도 좋지만 우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진짜를 누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걸 누린 뒤 나중에 이런 거 저런 거 다해 봐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할 것도 많고 재미도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알기가 어려워 시간을 흘려보내게 됩니다. 결혼을 하면 집중해야 할 것이 명확해집니다. 출산을 하면 우리의 삶과 시간의 방향이 더더욱 명확해집니다.

아이가 생기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 만큼 큰 사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그리고 자녀에게 집중하는 재미를 느껴 보십시오.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재미있을 것입니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아이들의 매니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들 라이딩만 하다가 하루가 가기도 합니다. 가수로서 계속 앨범을 발매하고 전국을 다니며 콘서트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많이 낳고 얼떨결에 ‘인기 강사’가 되어 전국을 누비고 있습니다. 주로 아이들을 키운 경험,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 그럼에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유 등을 이야기합니다. 강연 제의가 온다면 어디든 달려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뜨겁게 사랑하세요. 식으면 힘들어집니다. 그 길밖에 없습니다. ‘너는 너 할 거 해, 나는 나 할 거 할게’라며 서로 밋밋해지지 마세요”라고요. 

- 맘스커리어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처지가 모두 제각각인 것처럼 우리의 감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지는 맘대로 조정할 수 없지만 감각은 내가 집중하는 것에 달려 있죠. 내 감각은 내가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미각을 가진 것처럼 더 기뻐할 수 있는 감각이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더 감사할 수 있는 감각이 커진다면 어지간한 문제는 다 덮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걸 덮어 낼 수 있는 최고의 감각은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랑을 경험하는 것은 위대한 감각의 확장입니다. 아이들이 제게 그걸 알게 해 주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별다른 게 아닙니다. 그저 사랑입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제 육아 방법입니다. 저는 훗날 제 묘비에 이렇게 쓰고 싶습니다. “충분히 사랑했다” 충분히 사랑할 수 있는 이 시대에 태어나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오늘도 충분히 사랑하시는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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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김혜원 엄마기자

많이 듣고 정성을 다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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