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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캠페인에서 진행하는 씨씨클럽을 통해 오호진 대표와 자립준비청년들이 뮤지컬 레베카를 함께 관람하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출처=명랑캠페인] |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어른으로서 되게 미안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애정이 생기나 봐요.”
오호진 명랑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명랑캠페인 대표)에게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일을 하는 이유를 질문하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오호진 이사장은 “사실 아이들(자립준비청년)은 지금의 상황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 태어나 보니 부모가 나를 키워주지 않는다는 게 나의 선택은 아니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부분에 대해 어른으로서 참 미안했다”고 말했다.
명랑캠페인은 문화콘텐츠로 세상을 바꾼다는 목표로 2015년 설립됐다. 연극, 뮤지컬, 교육, 콘서트, 영화 등 문화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며, 2015년에 예비사회적기업, 2018년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그리고 최근 명랑캠페인은 명랑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사회적기업인 명랑캠페인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활용해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해 왔다면, 명랑사회적협동조합은 자립준비청년들의 홀로서기를 응원하기 위해 음악교육, 공연 관람, 여행 등 문화콘텐츠를 통해 문화적 소양을 키우고 성장하면서, 이들의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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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진 명랑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명랑캠페인 대표).[사진 출처=명랑캠페인] |
문화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오호진 이사장은 과거 영화사에 근무했다. 그가 제작에 참여한 대표적인 작품은 발달장애인 청년이 마라톤에 도전하고 완주한 영화 ‘말아톤’이다. 당시 말아톤은 실제 발달장애인 육상 선수였던 배형진 씨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담아내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이 경험은 어쩌면 오호진 이사장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이후 오 이사장은 그동안 문화예술영역에서 일해오며 쌓아온 전문성을 기반으로 명랑캠페인을 설립했고, 처음 설립 목표대로 사회 소외계층들의 문제를 문화콘텐츠로 다뤄내며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명랑캠페인의 대표 작품으로는 미혼모들이 직접 배우로 나선 연극 ‘미모(美母)되니깐’, 50대 독거남들과 함께한 ‘나비남(나비男) 영화제’, 자립준비청년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비바씨 프렌즈’ 등이다. 특히 명랑캠페인은 입법연극 ‘미모되니깐’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한부모 가족의 자립과 권익을 위해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고, 한부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한부모 가족 지원법’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도 했다. 문화콘텐츠(연극)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목표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다가 코로나19 이후 변화를 맞았다. 모임이 제한되고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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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캠페인의 비바씨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제품들.[사진 출처=명랑캠페인] |
세상에 홀로 떨어진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것처럼, 자립준비청년을 응원하는 마음
자립준비청년은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에 살다가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되어 시설을 퇴소하는 청년들이다. 매년 2500여 명 정도의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나오고, 정부에서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명랑캠페인은 자립준비청년들을 응원하는 비바씨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비바씨는 ‘응원’의 의미인 비바(VIVA)와 ‘씨앗’을 의미하는 씨(SEED)를 의미한다) 그때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19년경이었으니, 자립준비청년들을 응원하는 명랑캠페인의 시즌2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초기 비바씨 캠페인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일상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소개하는 ‘비바로그’, 인스타그램 웹툰 ‘독립, 만18세’, 캐릭터 브랜드 ‘비바씨 프렌즈’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일상을 응원하는 캐릭터 브랜드 ‘비바씨 프렌즈’에 집중하고 있다.
‘비바씨 프렌즈’ 캐릭터는 모두 실제 자립준비청년들을 모델로 했다. 그리고 이들 캐릭터를 활용한 텀블러, 키링, 수건, 메모지, 펜, 스티커 등 100여 종류의 제품을 디자인 해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명랑캠페인은 직원의 절반 이상을 자립준비청년으로 채용하고, 이들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업무를 맡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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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협연한 자립준비청년 비올리스트 박명훈 군.[사진 출처=명랑캠페인] |
이제 명랑캠페인은, 시즌3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설립한 명랑사회적협동조합(이하 명랑사협)을 기점으로 시작된 시즌3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에 내 편이 없는 자립준비청년들의 편이 되어주고, 이들을 응원하는 제품과 다양한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명랑사협은 ▲씨씨클럽(Culture Community): 뮤지컬, 클래식, 연극을 관람하는 자립준비청년의 문화 커뮤니티 ▲음악교육: 음악을 전공한 자립준비청년이 전국의 아동양육시설을 찾아가 음악교육 진행 ▲통장지원: 자립준비청년의 주택청약통장과 아동양육시설 아동청소년들의 디딤씨앗통장 지원 ▲여행&명절 캠프: 자립준비청년들과 아동양육시설 아동청소년의 해외여행 지원하고, 매년 명절 나눔, 명절 음식만들기 진행 ▲취창업교육: 다양한 분야의 취창업 청년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여러 사업을 진행(계획)하고 있다.
그중 씨씨클럽은 그동안 명랑캠페인이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그때그때 공연을 보고싶어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함께 공연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음악교육은 서울 수도권지역을 제외한 지방의 그룹홈을 찾아가 직접 음악을 알려주는 사업이다. 통장지원은 자립준비청년의 주택청약통장과 아동양육시설 아동·청소년들의 디딤씨앗통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주택청약통장은 29명, 디딤씨앗통장은 73명에게 지원했다. 사업을 진행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은 그동안 진행해온 수익금으로 충당했고, 특히 2023년부터는 명랑캠페인의 활동을 지지해주는 후원자가 후원해 주고 있다는데 오호진 이사장의 설명이다.
“작년 11월에 김제에 있는 그룹홈 아이들 5명, 자립준비청년 2명, 선생님들까지 총 10명이서 베트남 다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어요, 당연히 아이들은 생애 최초의 해외여행이었는데, 제가 엄청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가니까 청년들이 아이들을 정말 너무 잘 봐주는 거예요. 아이들도 굉장히 잘 따르고요. 얼마 뒤에는 베트남 여행 멤버들과 청년 몇명이 더 모여서 무주에 있는 스키장도 다녀왔고요.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이렇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도 좋겠다. 서로 의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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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홈 아이들과 자립준비청년, 선생님 들이 함께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갔을때 모습.[사진 출처=명랑캠페인] |
자립준비청년들과 본격적으로 함께하기 전 명랑캠페인은 미혼모 등 다양한 사회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꽤 오랜 기간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유독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오호진 이사장은 “미혼모들과 함께 할 때는 법을 통과시켜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그런 목표치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바씨 프렌즈 캐릭터가 그야말로 대박이 나면 그만해야 할 수도 있겠다”며 웃었다.
“제가 어떻게 보면 직원이긴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잖아요. 우리 직원들도 2001년생이에요. 정말 너무 어린 나이죠. 이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잘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이들이 저의 이야기를 듣고 나이 든 꼰대가 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웃음) 어쨌든 저의 마지막 역할은 그런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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