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는 선교 획책이라며 철회 요구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의 돌봄 문제는 인생 최대의 난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 부부가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평균적인 출퇴근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이 부부에게는 대략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부부에게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아이돌보미를 고용하는 방법, 조부모에게 부탁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각 대안이 아이의 돌봄을 완전하게 책임지지는 못한다.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는 경우, 아이돌보미의 개인적인 사정, 부모의 야근, 코로나19 등과 같은 특수한 상황은 수시로 돌봄 공백을 유발한다. 그리고 돌봄 공백이 커지면 커질수록 부모 중 한 명,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될 확률이 높다.
주위에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나 다양한 형태의 돌봄 기관이 더 많다면 부모들이 돌발 상황을 만났을 때 조금 더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8월 출범한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와 CTS 기독교TV는 교회시설 내 아동 돌봄을 위한 입법 청원에 나섰다. 교회 내에 0~3세 영아를 위한 대안적 돌봄 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 돌봄 공백 해소 및 저출생 극복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현재까지 전국 3300여 개 교회와 3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입법 청원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지난 9월 18일에는 '초저출생시대 아동 돌봄을 위한 대안적 돌봄시설 구축 방안'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도 열렸다. 이 토론회는 이채익·김회재 의원이 주최하고 CTS와 CBS가 주관했다.
장헌일 기획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초저출생 해결을 위해서는 공동체가 함께하는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며 "종교기관은 별도의 투자 없이 기존의 시설을 활용해 지역사회 돌봄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속한 집행을 위해 전국 농어촌과 도서 벽지까지 분포돼 있는 교회의 유휴공간을 돌봄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감경철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장 겸 CTS기독교TV 회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도 교회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나섰다"며 "교회가 앞장서는 저출생 극복 운동은 우리 사회를 섬기는 교회의 공공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입법 추진이 본격화되자 불교계는 크게 반발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성명서를 내고 "교회 내 돌봄은 보육을 가장한 선교 행위이며 이는 영유아보육법에도 위배되는 사항"이라며 "국가정책에 혼란을 주는 교회의 입법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의 돌봄 정책은 기존 시설을 강화하고 공공보육이 곳곳에 활성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가의 지원과 감독 없이 운영되는 종교시설 내 돌봄은 관리와 운영이 미흡하고 부실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동의 돌봄은 종교시설이 아닌 전문가와 전문기관에서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비판이 거세지자 현재 법안 발의는 잠정 유보된 상태다.
교회는 대도시에서부터 시골 마을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퍼져있는 지역사회의 소중한 인프라다. 게다가 주일을 제외하고는 비어 있는 유휴공간이 많아 활용도도 높다. 이 공간을 영유아 돌봄에 이용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교회가 특정 종교의 시설인 만큼 생각해야 할 문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교회 내 돌봄 시설이 종교적 편향성을 배제하고 기존 돌봄 시설의 부족한 면을 채운 대안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종교와 관계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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