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권지현 기자] 바쁜 직장생활, 이보다 더 전쟁인 육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힘들어하는 워킹맘들에게 잠깐 휴식은 '힐링'과도 같습니다. 워킹맘들에게 잠깐의 쉼표가 될 도서,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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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는데 가족입니다’ 티저 포스터[사진=tvn 홈페이지] |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는데 가족입니다’
16부작 2020.06.01. ~ 2020.07.21
권영일(연출), 김은정(극본)
출연: 한예리 김지석 추자현 정진영 원미경 신재하
"분명 가족이긴 한데 참 다들 모르겠단 말이야. 엄마도 그렇고, 누나도 그렇고.“
2020년 여름 방영한 tvN드라마 ‘아는건 별로 없는데 가족입니다’에서 극 중 막내아들 지우(신재하)가 한 말이다. 우리 역시 일상생활에서 이 말을 자주 뱉는다. ”내 속으로 낳았지만 정말 모르겠다“, ”넌 누굴 닮아서 그러냐“, ”진짜 아직도 널 모르겠다“ 등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혈연관계로 맺어진 만큼 쉽게 끊어내지 못한다. 부모 자식 사이는 더 그렇다. 자식은 부모를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효도를 하고 부양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이 박혀 있었다. 그러나 핵가족화, 1인가구,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족의 모습도 다양해지면서 가족이라는 한 울타리보다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삶이 중요해졌다.
2020년 여름 방영한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는데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는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의 현실적인 스토리를 실감 나게 풀어냈다.
드라마는 일밖에 모르고 가족에게 퉁명스러운 가장 김상식(정진영), 가족만 보고 산 엄마 이진숙(원미경), 은주(추자현)·은희(한예리)·지우(신재하) 삼남매로 이뤄진,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족이다. 그러던 어느날, 진숙이 갑자기 졸혼을 선언하고 상식이 쓰러지면서 그동안 몰랐던 가족의 비밀과 각자의 상처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한다.
첫째 은주가 친딸이 아니라는 것, 은주의 남편 윤태형(김태훈)이 성소수자였다는 것이 차례차례 밝혀진다. 전문직 여성 은주는 의사 남편과 결혼했지만 이는 위장결혼이었다. 남편이 성소수자였기 때문이다. 내 남편이 성소수자여서 위장결혼을 했다는 설정은 그간 드라마에서 보기 드물었다.
서로를 잘 모르는 가족 이야기에서 은희와 찬혁(김지석)의 관계는 의미가 있다. 혈연이 아닌 친구 사이로 묶인 이들은 오히려 가족보다 더 서로를 잘 아는 존재다. 둘은 서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하고 상처를 보듬어준다.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나은 사이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을 잘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 모른다. 가족도 완벽한 타인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이 지점을 짚어내며 가족이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됐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지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매번 보던 주말극처럼 극적인 사건이 있었다가 갑자기 화목해지는 가족극이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할 법한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촘촘하게 들여다보면서 공감을 이끌어낸다.
‘아는 건 별로없지만 가족입니다’는 가족도 개개인으로 이뤄진 것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서로 다를 수밖에 없으며,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너는 이래야 돼’라는 생각으로 틀에 박힌 행동이나 생각을 강요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게 가족이긴 하지만, 내 행동과 생각을 주입해선 안 되는 게 가족이다. 나와 다른 점,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조금씩 보듬어주고 받아들이는 게 가족이라고 드라마는 얘기한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을 다 아는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라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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