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시선] 매년 벌어지는 끔찍한 신생아 유기…무엇이 문제인가

김혜원 엄마기자 / 2023-02-07 14:00:47
친구들과 놀러왔다가 출산 후 유기
미혼모에게 책임 전가하기보다 '사회 구조의 문제'로 여기고 해결책 찾아야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1월 20일, 강원 고성군의 한 숲에서 비닐봉지에 싸인 신생아가 발견됐다. 아기는 탯줄이 붙어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숲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제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구급 대원과 아이를 구조했다. 당시 기온은 영하 1도로 숲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지난달 26일 JTBC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다음 날인 21일 20대 친모 A씨가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친구들과 강릉에 갔다가 출산한 뒤 아기를 유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영아유기와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지난 1월 27일에는 화장실 변기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차가운 변기에 방치한 20대 B씨에게 징역 4년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의 한 백화점 화장실에 쇼핑백에 넣은 영아 시신을 유기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런 신생아 유기 사건은 매년 벌어지고 있다.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분노한다. 양천구에 사는 유 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죽은 아기가 너무 가엽고 가슴이 아프다"라며 "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도봉구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 이 씨 역시 "그 추운 날 눈밭에 버려진 아기가 참 딱했다"며 "제보하고 함께 아기를 찾은 제보자와 경찰 등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한편 이를 아기 엄마의 범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여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은유 작가는 지난 2015년 '자신이 한 일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글에서 "왜 생물학적 아버지인 남자친구나 부모에게도 말 못 하고 '혼자서' 한 생명체를 쏟아내듯 낳고 치우듯 버려야만 했을까. 왜 미혼모로 살아가는 일이 제 몸 아파 낳은 아기를 죽게 내버리는 일보다 더 공포스럽게 되었을까. 미혼모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교에 유아원이 있는 나라(독일)도 있다는데 왜 우리 사회는 미혼모가 섞여 살아가지 못하고 양육의 짐을 몽땅 떠맡아야 할까"이렇게 말했다. 

글 말미에 은유 작가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구출된 아기는 병원 신생아실로 옮겨져 건강한 상태라는데, 미역국도 못 먹고 초유가 돌아 젖몸살을 앓고 있을 '영아 살해 미수' 혐의자 산모는 철창에서 어떤 밤을 보내고 있을까"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베이비박스를 만든 이종락 목사 역시 지난 1월 29일 JTBC 뉴스에 출연해 미혼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엄마들이 왜 이렇게 유기할 수밖에 없는지, 또 우리가 보호해 주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출생신고가 의무화되고 사각지대가 생겼다"라고 주장했다.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거나 불이익이 생기는 경우 아기를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 엄마들은 최후의 방법으로 유기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한다'는 의견과 '마지막 기회다' 이렇게 여론이 갈리는 것에 대해 이 목사는 "유기하기 위해 출산하는 엄마는 없습니다. 못 키우기에 유기하는 것입니다. 베이비박스는 엄마가 아기를 유기하는 대신 지킬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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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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