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10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들이 ‘10월에 읽으면 좋은 책’으로 추천한 그림책 〈싫어요! 나가고 싶지 않아요>. 이 책 속 주인공 ‘꼬꼬’는 낯선 세상이 두려워 알 속에 머무르려 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다름’이 약점이 아니라 특별한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가족을 지킨다. 새로운 환경이 낯설고, 지금 느끼는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작은 용기가 나를 지키는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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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싫어요! 나가고 싶지 않아요> 책 표지 |
최근 유아 교육 현장에서도 이런 메시지가 강조되고 있다. 나를 이해하고 감정을 알아차려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세 여아를 양육하는 A씨는 아직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아이에게 감정 스티커를 건넨다. 웃는 얼굴, 우는 얼굴, 무서운 얼굴 등 아이는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얼굴 스티커를 선택한 뒤 ‘왜 이런 기분이었는지’ 이야기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아이는 언어도 늘고 자신의 감정도 더 또렷하게 알아채게 됐다.
국내에서 ‘아이 마음 읽기’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학습이나 인지 발달보다, 감정 언어와 정서 조절 능력이 먼저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다. 자칫 ‘아이 뜻대로 하게 둔다’는 오해도 있지만, 핵심은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룰 줄 알아야 아이가 관계도 배우고 사회성도 성장한다”는 점이다.
대구동부교육지원청은 유아 정서 발달을 돕는 ‘동부 유아 마음소통 놀이’ 자료를 공·사립 유치원 전체에 보급했다. 유치원에서는 ‘감정 현수막’에 스스로 기분을 표시하고 친구들과 나눈다. 가정에서는 ‘우리 가족 감정판’을 활용해 가족 각자의 감정을 스티커로 표현한다. 유치원과 가정에서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다루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김의주 교육장은 “유아기 정서 교육은 평생 관계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출판계도 감정 교육 흐름에 합류했다. 웅진씽크빅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카카오프렌즈 마음 그림책’ 시리즈를 선보였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가 슬픔·두려움·분노를 주제로 이야기를 엮었다. 책 속에는 감정 진단서와 감정 사용법도 담았다. “왜 슬펐어?”라는 질문을 통해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법에 초점을 맞췄다. 놀이책에는 165장의 스티커와 감정 놀이가 포함돼 아이가 감정을 손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다.
민간에서도 관련 교육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인성교육협회는 초등 입학 전 유아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유아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동화, 신체 활동, 협력 미션 등을 통해 아이가 놀이 속에서 감정을 배우고 표현하도록 돕는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먼저 친구에게 ‘천천히 말하자’, ‘고운말 쓰자’라고 말하는 걸 보고 놀랐다”며 교육 효과를 전했다. 수업 후 가정에서 활용할 연계 자료도 제공돼, 부모도 일상에서 아이의 마음을 지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정서 교육의 출발점은 결국 부모다. 부모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면 그 여파는 자녀에게 향한다. 《단단한 아이로 자라는 마음의 언어》의 저자인 강지현 교수는 “부모 자신의 감정 결핍이 아이에게 투영되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렵다”며 부모의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의 감정을 조급하게 교정하려 하기보다, 감정을 알아채고 이름을 붙여 아이가 스스로 이해하도록 돕는 태도가 필요하다.
“왜 울어?”, “울지 마” 대신 “무서웠구나”, “속상했겠구나”라고 감정을 말로 확인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 마음을 듣는 일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감정을 말할 줄 아는 아이는 관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감정을 이야기하고 조절하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힘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자산이 된다. 오늘 아이가 붙인 감정 스티커 하나가, 내일 세상을 헤쳐 나갈 마음의 근육이 된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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