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욕심과 불안한 심리 이용한 선행교육 지나쳐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대한민국의 의대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2023학년도 정시모집을 마감한 결과 서울대는 155명(11.5%), 연세대는 643명(38.5%), 고려대는 545명(33.2%)의 학생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교차지원한 합격생들이 의대나 서울대로 이동한 결과라고 분석된다.
반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의학계열 등록포기자는 지난해 94명에서 올해 63명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대 의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등록포기자가 한 명도 없었으며 연세대 의대는 8명, 고려대 의대는 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심지어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연세대·고려대·서강대·한양대의 반도체학과는 등록포기율이 155.3%에 달했다. 4개 대학의 반도체학과 모집인원 총 47명 중 추가 합격자를 포함해 73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등록포기율은 130%, SK하이닉스와 연계된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72.7%의 비율을 보였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80%,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275%의 학생이 등록을 포기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등록포기자의 상당수가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등 의학계열로 빠져나갔을 것"이라며 "대기업 연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관련 학과는 의약학계와 서울대 이공계에 밀리는 구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의사 면허가 최고인 걸까. 대기업 취업이 보장돼도, 상위권 대학을 나와도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평생 자격증인 의사 면허를 갖는 것이 수입적인 면에서도,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더 낫다고 여겨지는 모양새다.
학원가에는 '초등 의대 준비반'이 등장했다. 의대를 가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 준비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입학고사를 통과해야 하고 경쟁률도 치열하다. '의대 가려면 초등학생 때 강남 진입을 먼저 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린다.
의대 준비반의 교육 과정은 엄청난 선행 학습을 전제로 한다. 한 맘카페에는 '의대 준비하는 아이들의 진도'라는 제목으로 "초등학교 6학년 전까지 중학교 수학을 끝내고, 중1 때 고등 수학 상·하, 중2 때 고등 수학 1·2, 중3 때 고등 미적분 마무리를 해야 한다"며 "영어는 중학교 졸업 전에 수능 1등급을 만들어 놓는다고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학부모 A씨는 "의학도 중요한 학문이기는 하나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학계열로 쏠리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며 "더불어 의대 쏠림 현상이 입시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사교육 시장을 가열시켜 어린아이들을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대 선호 현상이 학부모들의 욕심과 뭉쳐져 대한민국의 교육을, 어린이의 삶을 황폐화시키지 않길 바래 본다.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