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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경희대 한의과대학 주임교수 |
[맘스커리어=김용석 경희대 한의과대학 주임교수] 한의학에서는 병이 발생하는 원리가 복잡하지만 그것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정기(正氣)와 사기(邪氣)와의 싸움의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고 해서 정기(正氣)가 우리 몸 안에서 튼튼하게 버티고 있으면 어떤 나쁜 기운도 침범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적의 공격에 대비해서 군사들을 미리미리 훈련시키지 않거나, 성벽을 튼튼하게 쌓지 않게 되면 적군에 쉽게 무너지게 됩니다. 이렇게 일단 성벽이 무너지게 되면 성안은 온통 아수라장이 됩니다. 결국 이렇게 싸움에 지게 되면 성안의 주인이 바뀌게 됩니다.
간염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간염 바이러스가 우리 몸 안에 침투하게 되면 간이나 몸 안의 면역세포가 이렇게 침투한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이때 바이러스와 싸울 면역력이 약하게 되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며 간세포를 파괴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간염입니다. 전 세계 인구 12명 중 1명이 B형이나 C형 간염 보균자라고 할 정도로 간염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바이러스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간염 바이러스는 6가지가 있습니다. A, B, C, D, E, G형 이렇게 6가지가 있는데 각각 가지고 있는 특성이 모두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은 A, B, C형 간염입니다. 이 중 만성 간 질환을 유발하는 간염은 B형과 C형입니다.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간염 항체가 형성된 분은 간염에 대하여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항체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간염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간염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간염이 6개월 이상 계속해서 진행하게 되면 만성 간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GOT, GPT 수치가 정상으로 되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하게 됩니다. 급성 간염과 달리 항체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간염바이러스가 그대로 몸에 있게 됩니다. 전쟁은 끝났는데 아직도 전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전이 아니라 휴전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언제라도 조건만 맞으면 곧 간염이 발생해서 황달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간염 균에 전염은 되었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잠복되어 있는 경우를 간염보균상태라고 합니다. 이런 간염보균상태에 있는 분들은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방접종을 실시해도 항체가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간염보균상태는 활동성과 비 활동성으로 나뉘게 되는데 비 활동성인 경우는 병을 일으키지도 않고 전염도 되지 않으며 아무런 이상이 없는 정상상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활동성인 경우입니다. 활동성이란 간염 균이 현재 간 속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전염이 될 수도 있고 간염을 일으킬 수도 있고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까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관리나 치료를 소홀히 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이 70% 이상 손상돼야 복수가 차고 통증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인체가 1000냥이라면 간장은 900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과로 그리고 술에 의해서 대부분 간염보균이 활동성으로 나타난다는 것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술이 문제입니다. 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를 개선해야 합니다. 술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사회 분위기, 그리고 술 주정을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오히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호인으로 여기는 문화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런 문화를 개선하지 않게 되면 술로 인한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계속해서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실제 간암 환자의 많은 수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습관적 음주를 해왔다고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나라에 “물보다 술이 많다”라는 불명예를 씻어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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