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헌혈의 오해와 장점

김혜원 엄마기자 / 2023-04-17 11:11:43
김민선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 김민선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조지 밀러 감독이 연출한 <매드맥스>는 화려한 액션이 눈길을 사로잡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에게나 수혈할 수 있는 O Rh-혈액형을 가지고 있어, 혈액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워보이들에게 쫓기게 됩니다. 제대로 된 집, 음식 심지어 물도 부족한 아포칼립스에서도 수혈은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나옵니다. 


수혈은 지금까지 많은 인류의 목숨을 구하고 어려운 치료를 가능하게 해 줬습니다. 미래에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기에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통계연구에서 밝힌 연간 헌혈인구 및 헌혈률 추이를 보면 그 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혈액원의 적정혈액보유량은 일 평균 5일이지만 그 일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헌혈인구가 감소했으나 수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아 헌혈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혈의 비의향이유에 대해 보건복지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헌혈을 할 생각은 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하기가 어려움’이 40.7%로 가장 높게 나왔고, 그다음 ‘헌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36.4%)’. ‘헌혈 후 나의 건강이 염려(32.5%)’되는 이유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외에도 헌혈증서는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는 루머, 헌혈을 통한 에이즈 등의 질병 감염, 빈혈 등에 대한 염려로 헌혈을 꺼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즉, 헌혈부작용으로 인한 건강상의 염려, 헌혈증서의 쓸모없음 등으로 인해 헌혈을 망설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헌혈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긴 합니다. 2018년 대한적십자사에서 보고한 헌혈 중 발생부작용(전체 7,299건)으로는 피하출혈(멍), 혈관미주신경반응, 구연산반응(구토, 재채기) 등이 있었고, 이중 피하출혈(멍)이 53%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300만 건에 달하는 전체 채혈건수 중 부작용 사례발생비율은 최대 0.3% 로 매우 적은 수치였고, 채혈부위의 명, 통증, 혈종 등을 포함한 부작용 대다수는 헌혈자의 충분한 휴식으로 빠른 시간 내 회복되는 경미한 증상이었습니다. 또한 어지럼증, 의식 소실 등을 보이는 혈관미주신경반응, 체위성(기립성) 저혈압의 경우도 일시적으로 발생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회복 가능합니다. 다만, 어지럼증, 의식 소실 등은 이차적 외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헌혈 후 혈관미주신경반응, 체위성 저혈압 등에 의해 발생되는 어지럼증이나 실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이런 증상의 발생시기 및 원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어지럼증이나 실신 등은 주로 채혈 중일 때와 채혈 직전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채혈에 대한 불안감, 첫 헌혈인 경우, 여성일 때, 헌혈자의 혈액량 등이 있습니다. 이런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헌혈 중에 다리 근육에 힘주는 운동을 시행하고, 헌혈 후에는 채혈부위를 10분 이상 누르며 지혈해야 합니다. 그리고 헌혈장소에서 편안하게 15분 이상 휴식이 필요합니다. 또, 충분한 음료 또는 물 섭취가 혈액량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성분헌혈시 혈액응고를 방지하기 위해 쓰이는 구연산이 헌혈자에게 저칼슐혈증(손저림, 메스꺼움, 구토, 입술떨림, 목 뒷부분의 추운 느낌)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우유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골수 과부하, 빈혈, 골다공증, 바이러스감염 등이 헌혈부작용으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헌혈하면 골수가 좀 더 일하게 되지만 채혈하는 헌혈량이 골수에 부담되는 양이 아니라 큰 문제는 없습니다. 헌혈은 인체 내 전체혈액 중 예비혈액(750ml)의 절반이 조금 넘는 400ml을 헌혈하기 때문에 빈혈이 발생하진 않습니다. 헌혈 시 혈액의 칼슘이 빠져나가도 혈액에 녹아 있는 칼슘량은 소량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헌혈과정은 무균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헌혈의 장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들 알다시피 헌혈은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행위로 헌혈자에게 높은 자존감뿐만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문헌에선 전체 헌혈자의 88%가 심장 마비로 고통받을 확률이 낮았고 약 33%는 다양한 종류의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헌혈을 통해 간소화된 형태의 건강검진을 시행할 수 있는데 헌혈 시 B형 및 C형 간염, 인체 T 림프영양성바이러스, 말라리아항체 검사, AST, ALT, 총콜레스테롤 등의 검사가 진행되어 무료로 건강체크가 가능합니다. 

또한 헌혈은 칼로리 태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한 번 헌혈할 때 우리 몸에서는 650kcal가 소모되며 혈액이 빠져나가면 몸은 스스로 보충하기 위해 열심히 몸 안에 저장해 놓았던 지방을 태우게 됩니다. 하지만 조직에 있던 혈액이 혈관 내로 바로 이동하여 보상하며, 이후 며칠 또는 몇 주간 음식 및 수분 섭취 등으로 원래 상태로 보충되어 다이어트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몸에 철분이 과다하면 간, 심장,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헌혈로 과도한 철분을 몸에서 제거할 수 있어 이러한 합병증 위험을 줄여준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부족한 혈액을 대체하기 위해 2030년대 실용화를 목표로 ‘인공혈액’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걸음마 단계로, 여전히 헌혈자들의 혈액이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되고 있습니다. 40년간 500회 헌혈에 나섰던 한 헌혈자는 헌혈이 일상이 되는 사회를 꿈꾸며, 꺼져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헌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선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코로나 19 재확산 여파까지 겹쳐 헌혈참여가 더욱 절실합니다.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헌혈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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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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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듣고 정성을 다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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