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의사 인력난 심각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 3살 5살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 양 씨는 일요일 밤마다 조마조마하다. 아이들이 아플까 봐다. 주말이 지난 월요일에 소아과에 가려면 새벽부터 가서 기다리거나 적어도 오픈런을 해야 진료를 볼 수 있다. 아이를 봐주는 친정 부모님이 추운 날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 게 죄송하고 아픈 아이들이 오래 기다릴 생각에 아프지 않기만을 기원한다.
# 24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김 씨는 밤에 갑자기 열이 오르는 아이를 보며 당황했다.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잡히지 않아 근처 종합병원에 문의했으나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수소문 끝에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간신히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서 진료받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 ‘병원 오픈런’은 이미 당연한 일이 됐고 응급실 역시 진료 여부 확인을 한 뒤에야 갈 수 있다. 아이가 진료를 보기 어려운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기피 현상으로 2023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15.9%로 전국에서 고작 33명이 지원했다.
병원 역시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 말까지 소아과는 662곳이 폐원했다. 상급종합병원인 인천 가천대길병원은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0월부터,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9월부터 평일 야간 응급실 진료를 중단한 상태다.
부모들은 걱정이 크다. 화성 동탄에서 생후 14개월 된 여아를 키우는 신 씨는 “영유아 검진을 할래도 예약할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고 그날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기 일쑤다”라며 “소아과 진료를 보려면 병원 오픈 시간이나 점심시간 직후에 줄을 서서 예약을 한 다음 몇 시간 후에 아이를 데리고 다시 가야 한다”라고 했다. 신 씨는 “일반 내과에 갔더니 아이가 병원이 무섭다고 우는 소리에 간호사가 조금만 조용히 해 달라고 하더라”라며 “대한민국에서 아이 키우기가 정말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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