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출산율 0.7, 젊은이들이 왜 결혼을 꺼리는가

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 2024-01-04 10:45:51
▲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맘스커리어=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지난 12월 19일 국방컨벤션에서 '2023년 (사)정직한 사회 정기총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전임 총재 자격으로 참석하여 축사하신 유정복 인천광역시장님의 '대한민국의 미래' 주제 특강이 있었다. 이 특강 가운데 '인천광역시의 내년도 출산율 대책은' 이라는 내용이 심금을 크게 울렸다.

 

마침 12월 23일 자 조선일보에 유정복 인천광역시장님과 신상진 성남시장님의 결혼과 출산장려에 대한 획기적인 기사가 다시 게재되어 다시금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먼저 시민의 뚜쟁이 신상진 시장님은 출산율 높이기 정책의 일환으로 20-30대 미혼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커플 매칭 행사 '솔로몬의 선택'을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다섯 차례 걸쳐 진행했다. 이 행사에 80-100명씩 총 460명이 참가했으며 총 99쌍(198명)의 커플이 탄생되어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내년에는 500명씩 넓은 야외 운동장에서 짝짓기 주선에 더욱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큰 기사였다. 참으로 반갑게 읽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사진=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사진=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또한 인천광역시 유정복 시장님은 2024년부터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 원을 지급하는 출산장려책을 발표했는데 부모 급여, 아동수당, 교육비, 보육료, 급식비 등 현재 중앙정부와 인천시가 주는 보조금 7200만에 특별 지원금 2800만 원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이다. 

 

참고로 2022년 말 전국의 합계 출산율은 0.778명이었고 서울은 0.593명이며 교육여건이 좋은 세종이 1.121명으로 서울의 두 배 가까이 되고 있다.

 

두 달여 전 맘스커리어 이금재 대표님과 젊은이들의 결혼에 관한 가치관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얼마 뒤 공교롭게도 최근 젊은 주부들과 주기적인 교류를 통해 출산율 제고 등 대안을 제시하는 C전문가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의 내용은 이러했다. 

 

"윤 선생님,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1등인 것이 있고 꼴등인 것이 있어요. 무엇인 줄 아세요?" 

 

"음 저도 그 정도는 알지요. 꼴등은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되는 출산율, 그리고 일등은..." 차마 좋은 단어가 아니어서 입안에서만 맴돈다.

 

"네 맞습니다. 불명예스럽게도 2023년 2분기 기준 출산율이 0.7 꼴등으로 정말 심각합니다. 반대로 1등은 좋지 않게 하늘나라로 가는, 그렇죠, 직접 표현하기가 그렇네요" 


"인구가 1억이 되면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데 그렇다면 대응 방안이 뭘까요?"

 

​"네 그렇다고 하지요. 당국은 이민청 신설 등 나름 여러 방안을 제시하는데 실질적으로 해결 방안이 쉽지 않아요. 청춘 남녀들이 자발적으로 끌고 당겨 결혼을 해야 되는데..."

 

두 번째 질문 겸 대화 내용이다.

 

"선생님, 왜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꺼리는 줄 아세요. 결혼을 하지 않으니 출산율 낮은 것은 당연하지요, 궁금하시지요?"

 

어려운 질문 연속이다. 다행히 필자는 딸들이 결혼을 해서 외손녀와 외손주가 있는 할아버지 입장이라 그다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저희 때는 같은 또래 인구가 100만 정도였습니다. 그 한 세대는 지난 90년대 들어서 그들의 자녀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만 해도 신도시 경우 교실이 부족해 애를 많이 먹었지요. 그 세대들은 인구가 많았던 만큼 워낙 치열하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고정적 소득이 따르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집을 구하기 어렵고 맞벌이 아니면 상대방을 쳐다보지도 않게 됐는데 이러한 현실 때문이지 않을까요"

 

"겉으로 그렇게 비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혹시 자녀들하고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나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루하루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게 심각하게 대화 나눈 적이 없었다. 또한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질문하니 무척 부끄럽다는 생각에 시선이 창밖을 향한다.

 

"선생님.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 줄 아세요?"

 

역시 답변 곤란한 질문 연속이다.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 답변해도 정답이 되지 않는다.

 

그때가 좋았는지는 몰라도, 옛날에는 상대방 얼굴도 보지 않고 부모님들이 짝을 구해주면 그냥 시집·장가를 갔던 시대가 있었고, 손 한번 잡았다든지 어쩌다 실수 한 번 하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했던 그러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설렁 연애를 통해 결혼했다 하더라도 서로 간 성장한 환경과 문화와 가치관 차이로 밤마다 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전세 집값 올려야지, 조금 더 높은 평수로 바꿔야지, 아이들 공부는 전혀 관심 없이 밖으로만 나돌지, 밤마다 코가 삐둘어져 새벽 1시에 귀가하지, 단 한 가지도 이뻐 보이는 점이 없고, 철마다 돌아오는 학자금, 쥐꼬리만한 월급, 그놈이 돈이 뭔지... 어쩌다 실수 한번 하면 죽네 사내 하다가 재판으로 위자료로 갈라선다. 그러다가도 자식들 생각해서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문드러질지 언정 참고 사는 결혼생활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맨날 쌈박질만 하는 엄마와 아빠들의 모습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투영됐다는 사실이다. 자녀들 머릿속에는 '굳이 저렇게 싸우는 결혼생활, 왜 사는 것인지?' '행복이라고는 단 한 점도 없어 보이는데 나도 결혼하면 저렇게 될 터인데 굳이 결혼이 필요한가?' '행복보다는 불행의 나날들인데 결혼이라는 굴레 속으로 들어가는 목적이 뭐지?'

 

​부모들의 결혼생활 모습을 가장 가까이 보면서 결혼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고 자신도 결혼하면 행복보다는 불행한 생활이 더 클 것이라는 공감대가 젊은이들에게 넓게 퍼져있다 한다. 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늦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최근 젊은이들이 인식이라는 점이다. 

 

​따지고 보니 필자 또한 갖갖이 이유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자와 언쟁을 높였던 시간이 수없이 많았다. 다행히 아이들이 출가를 했으니 망정이지 지금 와서 지난 시간 돌이켜보니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다.

 

​또 하나는 여성의 지위 향상을 꼽는다. 지금은 엄마 세대들처럼 아이나 양육하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해외 어학연수와 유학은 기본이다. 결혼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우선시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가치관들이다. 맞는 말이고 당연하다. 모두들 전문지식을 보유한 뛰어난 인재들이니 집에만 있을 수 없다. 출산 후 일정 기간 양육 후 자신의 전문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하고 당연히 갖고 있는 지식과 실력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너무도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더불어 정부는 그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율을 높이고 출산율을 높인 방안이 무엇일까 질문하니,

 

우선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것보다는 한 인간의 객체로서 다양한 연애 경험이 따르도록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애를 하지 않고 결혼에 이르는 것보다 다양한 연애 경험을 하는 것이 서로 간 배려심이 깊어지고 결국 결혼 후 갈라설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처럼 어른들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 파트너 또한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시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축적된 경험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기성세대 부모들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그 길이 결혼으로 골인하고 결혼은 즉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귀결이다. 곰곰이 듣는 동안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사람이 되어 차 한잔 더 시키며 귀 쫑긋 세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들은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결론을 맺는다.

 

일제 36년 식민지 국가, 6.25전쟁,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 보릿고개 등 고비고비 그 어렵던 나라를 부모님 세대들은 근면과 성실로 위대한 자유 대한민국으로 성장 발전시키신 것처럼, MZ 젊은이들은 자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지키고 계승 발전시킬 의무감이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고 꼭 그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진=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긴 시간 많은 대화를 통해 젊은이의 가치관을 일깨워준 C전문가님께 고맙다고 e-mail을 보냈더니,

 

"새벽에 봐서 이제야 답장 보냅니다. 결혼의 이유요?

1. 내 편이 생긴다

2. 슬픈, 기쁨, 모든 걸 가장 가까이 공유할 수 있다.

3. 내 인생에 동반자가 생긴다.

4. 나만의 가정을 만든다.

이 정도면 될까요?"

 

​멋진 가치관을 가진 C전문가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유정복 인천광역시장님, 신상진 성남시장님 같은 지자체 리더 및 사회 각계 지도층 인사들의 '결혼과 출산 지원'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 배려가 계속 계속 이어지길 기도해본다.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언론, 커리어+, 출산육아경제, 사회/문화, K클래스, 기획특집, 오피니언 기사제공

뉴스댓글 >

맘스커리어 후원안내

맘스커리어는 경력단절 없는 세상, 저출생 극복, 워라밸을 사명으로 이 땅의 '엄마'라는 이름이 최고의 스펙이 되는 세상, '엄마'라는 경력이 우대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예비사회적기업 언론사입니다. 여러분들의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우리은행 : 1005-004-582659

주식회사 맘스커리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