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이티알파·모션·롯데그룹 등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아직도 '남성이 육아를 힘껏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실로 큰 오산이다. 육아는 남성이 도와야 하는 여성의 일이 아니고 남녀가 같이 수행해야 하는 공동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육아를 돕는 객체가 아닌 육아의 반을 책임지는 주체다.
이제는 남성들도 당당하게 배우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을 쓸 수 있는 시대다. 기업들도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이고 남녀가 함께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출산·육아를 적극 장려하는 11개 기업의 사례를 담은 '출산육아 지원제도 우수기업 사례집'을 발간했다. 사례집에는 법정 기준보다 앞선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 아이 키우기 좋은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기업 등 각각의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모습이 소개됐다. 그중에는 아빠 육아에 큰 힘이 되는 사례들도 있었다.
포스코는 철강기업이라는 업종 특성상 남성 직원이 전체의 9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2017년부터 결혼-임신-출산-육아-교육에 이르는 신포스코형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경력 단절과 경제적인 타격이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는 육아하는 아빠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재택근무는 각자의 육아 환경에 따라 전일 8시간, 단축 6시간·4시간 중 선택해 사용할 수 있으며 육아휴직 기간과 상관없이 자녀 한 명당 최대 2년까지 분할해 사용할 수 있다. 기본임금과 복리후생, 승진 등은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한 포스코는 직책자에게 해당 팀원이 육아기 재택근무 신청 대상자임을 먼저 안내해 직책자가 팀원의 제도 활용을 권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의 출산·육아 지원 제도 이용 비율은 2019년 23.8%에서 2022년 34.8%로 크게 상승했다.
케이티알파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자녀돌봄 단축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직원은 하루 1시간씩 근무 시간을 단축해 10시에 출근하거나 5시에 퇴근할 수 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3월 1일부터 다음 해 2월 28일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임금 삭감은 없다. 사내 부부에게도 동시에 적용된다.
아울러 자녀돌봄 제도 사용을 장려하는 분위기 덕분에 케이티알파의 남성 직원들은 편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 육아휴직 신청자 중 남성 직원의 비율은 30%에 달한다.
직원의 83%가 남성인 IT기업 모션은 지난해 7월부터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했다. 따라서 남성 직원도 자녀가 태어나면 최소 6개월 이상 휴직을 해야 한다. 대체 인력 채용을 위해 휴직은 장기간 사용하도록 권장하며 부득이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한 경우 부서장 재량으로 업무를 분담하고 대신 업무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또한 초등 저학년 자녀가 있는 근로자는 월 4회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으며 가족돌봄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과 가족돌봄 휴가, 휴직 등의 제도는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모션에서 자녀 돌봄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빠는 모션 히어로'라는 육아 소모임도 월 1회 운영 중이다. 이 소모임은 모션의 워킹대디 중 육아휴직을 앞두거나 다녀온 근로자들이 육아의 고충이나 업무에 대한 관심사를 함께 나누는 자리로 활용되고 있다.
롯데그룹도 2017년부터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남성 직원은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1개월 이상 의무적인 육아휴직을 가져야 한다. 외벌이인 경우 출산 3개월 이내에, 맞벌이는 2년 안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지난해까지 총 6508명의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육아휴직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육아에 서툰 아빠들을 위한 '대디스쿨'도 운영한다. 대디스쿨에서는 아이 우유먹이기, 재우기, 놀아주기부터 육아에 지친 아내를 대하는 방법까지 아빠로서 알아야 될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한다.
정부가 저출생 극복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만들었다 해도 내가 다니는 기업에서 당당하게 이용할 수 없다면 그 제도는 무용지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지원하는 출산·육아 제도와 그 제도 사용을 독려하는 분위기는 정부의 그 어떤 지원 제도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기업이 변하면 가정도 변한다. 미래의 부모들이 일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지 않기를, 현재의 부모들이 육아 때문에 일과 경력을 내려놓지 않기를 바란다.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