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용주 변호사, 학교 현장과 법적 관점 아우르는 현실적 조언 들려줘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지난해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전국 거점 국립대 6곳이 학교 폭력 전력이 있는 지원자 45명을 불합격 처리했다. 서울대에서도 2명의 학생이 학폭 가해 이력으로 입학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학폭 이력이 있는 학생에게 대학 입시의 문턱이 확연히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올해 고3 수험생들이 치르게 될 202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는 모든 대학이 모든 전형에서 학교폭력 기록을 의무적으로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반영 방식은 △학폭 조치사항에 따른 정량 감점 △서류·면접 시 정성평가 반영 △지원 자격 제한 또는 부적격 처리 등으로 대학별로 다르다.
이처럼 학교 폭력의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학교 폭력의 사례와 대응책을 다루는 자리가 열렸다. 지난 11일 서울학부모지원센터에서 열린 학부모 의무교육에서는 법률사무소 이지스의 염용주 변호사가 '학교폭력법의 이해 및 예방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염 변호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신체, 정신,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될 수 있다. 학교 폭력의 유형에는 △신체적 폭력(상해, 폭행, 감금) △언어적 폭력(모욕, 명예훼손, 협박) △관계적 폭력(따돌림, 집단 괴롭힘, 강요) △사이버 폭력(단체 채팅방, SNS를 통한 괴롭힘) △성폭력(성추행, 성희롱, 성폭행) 등이 있다.
염 변호사는 "사소한 괴롭힘, 장난이라고 여기는 행위도 엄연히 학교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아이들이 인식하도록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며 "상대방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한 장난, 반복성과 지속성,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때, 피해자가 고통을 느낀 경우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학교 폭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 폭력의 양상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요즘 학폭의 특성을 꼽으라면 저연령화 현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려움, 집단화 및 반복성, 가해자의 낮은 죄의식 등을 들 수 있다. 염 변호사는 "2022년 기준 학폭 가해자의 56%가 초등학생"이라며 "아무래도 초등학생들은 갈등이 생기면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님들이 앞뒤 맥락을 잘 파악하지 않고 사소한 일을 크게 인식해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심각한 폭력 행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부모들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꾸준히 인지시켜주고 예방한다면 아이들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고 실수를 하더라도 반성할 수 있다"라며 "낮은 죄의식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것은 학교 폭력의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고 해서 영원히 가해자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계기로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는 △서면 사과 △접촉 금지 △학교 봉사 △사회 봉사 △특별 교육 △심리 치료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 처분 등이 있다. 조치의 종류와 적용 기준은 사안의 경중과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를 고려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염 변호사는 "요즘 학폭이 법률 분쟁으로도 발전되는 이유가 학폭으로 받은 처분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돼 대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모든 기록이 기재되고, 영원히 보존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1~3호 처분은 1회만으로 기재되지 않지만 조치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재된다. 삭제 규정도 △1~3호(졸업과 동시에 삭제) △4~5호(졸업 2년 후 삭제) △6~8호(졸업 4년 후 삭제) △9호(삭제 불가) △4~7호(졸업 직전 전담기구 심의를 통해 졸업과 동시에 삭제 가능)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부모님들이 이런 부분을 알고 현명하게 대처하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 폭력 발견 시 대처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학교 폭력을 대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 발생 직후의 신고와 객관적 사실의 입증이다. 명백한 학교 폭력이 발견된 경우 즉시 학교에 연락을 취해 담임 교사나 학교 폭력 담당 교사에게 공식적인 절차를 시작해 달라고 요청하고 상처 사진이나 메신저 캡처, 목격자 진술 등 관련 증거는 체계적으로 수집해 보관해야 한다.
염 변호사는 "학교 폭력 피해자는 학교에 심리 상담 지원을 요청하거나 지역별 교육지원청에 상주하는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 아이들을 학교 폭력 발생 사실로부터 분리시키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것이다. 아이를 비난하지 말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 주시길 권장드린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든, 가해자든 뿌리를 두고 있는 자신의 가정에서 지지를 받고 회복을 경험하는 일은 아이들 내면의 정서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학교 폭력은 법적 책임이 따르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가정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하겠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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