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딸아이와 함께 키즈파크에 간 A씨는 어린이집·유치원 단체 방문객 중 3분의 1가량이 외국인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다문화 아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인상 깊었다”며 “우리 사회에도 다문화가족이 크게 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0만 명을 넘어섰다. 다문화가족, 유학생,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배경의 외국인 주민은 이제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한가위를 맞아 이들을 위한 지원과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활발히 열리고 있다. 외국인을 단순한 ‘방문객’이 아닌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환영하고, 명절에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을 달래 주려는 취지다. 농촌에서 일하는 계절근로자부터 세계 각국에서 온 유학생, 한국인과 가정을 꾸린 다문화가족까지 참여의 폭도 넓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70만 명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가 100만 명 이상이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전국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은 8만6633명이며, 7월 말 기준 5만4986명이 입국했다. 여기에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근로자 3만4321명을 더하면 농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은 8만9307명에 이른다. 고령화로 인력난이 심각한 농촌에서 이들은 사실상 ‘농업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국내 유학생 수는 총 25만3424명으로, 지난해 20만8962명보다 21.3% 늘었다. 다문화가족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인과의 혼인은 1995년 전체 혼인의 3.4%였으나 2024년에는 9.3%에 달했다.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이 7.0%,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의 결혼이 2.3%를 차지한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외국인을 위해 지자체와 기관들은 한가위를 맞아 다양한 문화 체험과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강원도는 춘천·평창·정선에서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추석 위로 행사를 연다. 명절 음식 만들기, 전통놀이, 주민과의 교류 프로그램 등이 포함돼 근로자들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사회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강원도 관계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농촌의 인력난 해소에 꼭 필요한 존재”라며 “근로 환경뿐 아니라 문화적 소통 기회를 확대해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달 말부터 10월 초까지 외국인주민센터 6곳과 강남·이태원 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내·외국인이 함께하는 추석맞이 문화 체험을 연다. 이번 행사에는 총 2000여 명이 참여해 전통음식 만들기, 민속놀이, 농촌체험, 명절 선물 나눔 등이 진행된다. 특히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는 용산노인종합복지관과 협력해 외국인 주민과 지역 어르신 30여 명이 함께 전을 부치는 ‘추석 요리교실’을 마련했다. 단순한 문화 체험을 넘어 세대와 국적을 초월한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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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시] |
강남구는 개청 50주년을 맞아 ‘K-가곡 슈퍼스타’를 후원한다. 9월 30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는 본선 무대에는 전 세계 11개국에서 모인 외국인 성악가 13명이 올라 ‘그리운 금강산’, ‘보리밭’, ‘아리아리랑’ 등 한국의 대표 가곡을 한국어로 열창한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특별공연도 펼친다. 참가자들의 준비 과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방영될 예정이다. 단순한 음악 경연을 넘어 한국 문화를 세계와 나누는 국제 무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추석은 예로부터 가족과 이웃이 모여 정을 나누는 명절이었다. 오늘날 외국인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함께 어울리는 자리는 외국인에게는 한국 생활의 안정감을, 내국인에게는 포용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다문화가정이 꾸준히 늘어나는 지금, 외국인과 함께 즐기는 한가위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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