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에 드는 작품] 핏줄로 이어져야만 모성애라 할 수 있을까

최영하 기자 / 2023-04-25 09:40:48
영화 어느 가족,2018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영화·드라마·서적·시·노래 등의 콘텐츠 속에 숨어 있는 여성 이슈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해나갈 계획이다.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그 안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과 장면을 통해 여성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조망한다.

선입견과 편견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어느 '예외'에 대한 이야기


▲영화 어느 가족(2018) [사진=네이버 영화]

많은 사람들은 핏줄로 이어진 관계가 ‘남’과 ‘가족’을 구분한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특별하게 여기는 배경이다. 하지만 모성애란 것의 본질은 일방적이고 숭고하지만 형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진 선입견과 편견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어느 예외에 대한 이야기, 영화 ‘어느 가족’을 살펴보자.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지만 마트에서 생필품을 훔치는 중년의 생계형 도둑 오사무, 그의 아들 벌이자 절도 조력자인 어린 쇼타, 이들과 함께 사는 할머니 하츠에, 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부요, 유흥업소 여종업원 아키는 다 같이 도쿄의 한 낡은 주택에서 생활한다.

 

이들은 3대가 함께 거주하는 대가족의 모습이지만 놀랍게도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관계가 아니다. 저마다 사연 있는 삶을 살아가던 차에 하나 둘 함께 살게 됐고, 이들의 공통점은 삶이 가난하고 팍팍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모두가 예외 없이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오사무와 쇼타는 여느 때처럼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고 돌아오는 길에 혼자 나와 있는 어린 여자아이 유리를 보게 된다. 부모의 부부 싸움을 피해 밖으로 나와 있는 유리를 측은하게 여긴 이들은 고로켓을 쥐여 주고 귀가했다가, 다시 되돌아가 유리를 집으로 데려온다. 낯선 시간도 잠시, 가족들은 유리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유리 역시 막내딸이자 손녀처럼 집안에 녹아든다. 

 

그러나 머잖아 부모의 신고로 유리의 실종 소식이 뉴스를 타며 전국으로 퍼졌다. 이에 가족들은 유리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지만 유리는 남아서 함께 사는 것을 택한다. 가정 폭력에 시달려온 유리에게 아키는 “정말 사랑한다면 때리지 않아”라고 말하며 유리를 위해 아동복을 훔쳐 오며 가족애를 보여준다. 

 

시간은 흘러 여름이 되고 가족들은 다 함께 바다로 놀러 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할머니 하츠에가 노환으로 사망하게 되고, 남은 가족들은 하츠에를 집 마당에 묻어준다. 

 

이후 쇼타는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가족이 된 이들과의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특히 자신을 따라 하며 좀도둑질을 배우려 하는 유리를 보고 큰 회의감에 휩싸인다. 특히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쳐 온 동네 구멍가게의 주인 할아버지는 쇼타의 도둑질을 알고 묵인해 주면서도 여동생에겐 도둑질을 시키지 말라고 좋게 타이른다.

 

그렇게 쇼타는 어느 날 마트에서 자신을 따라 물건을 훔치려는 유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노출시킨 뒤 도주하다 크게 다치고 만다. 이를 계기로 쇼타는 경찰에 붙잡히게 되고 가족들까지 모두 줄줄이 체포된다. 

 

가족 모두는 한 명씩 경찰 조사를 받고 유리는 다시 친부모에게, 쇼타는 새로운 가정에 입양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진다. 이때 엄마 역할을 담당했던 노부요의 취조 장면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핵심적인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

 

노부요: 무조건 낳기만 하면 엄마가 되나요? 

경찰: 아이들이 당신을 엄마라고 불렀습니까? 뭐라고 불렀습니까?

노부요: (머리를 감싸 쥐고 눈물을 흘리며) 뭐였을까요...

 

결국 노부요는 다른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할머니 하츠에의 시신 유기를 포함한 모든 혐의를 자신이 뒤집어쓰고 혼자 감옥에 수감된다. 

 

시간이 흐른 후 노부요는 오사무와 함께 면회를 온 쇼타에게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알려주지만, 쇼타는 이를 외면한다. 그리고 사실상 아빠였던 오사무와 마지막 작별하며 속으로 조용히 “아빠”라고 불러본 뒤 새 가정으로 떠난다. 원래 집으로 돌려보내진 유리는 예전과 같이 친부모에게 학대를 받으며 생활하게 된다. 유리가 쓸쓸히 혼자 아파트 복도에서 구슬을 주우며 가족들에게 배웠던 노래를 부르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는 2시간 동안 ‘가짜’라는 개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하츠에는 가짜 독거노인이고 오사무가 아이들에게 보여 주는 마술은 가짜 마술이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가짜 부부고, 아키는 가짜 사랑을 나누는 유흥업소 종업원이다. 쇼타는 가짜 미끼로 하는 낚시를 좋아한다. 

 

하지만 오사무-노부요 부부는 가짜 부부이지만 진짜 사랑을 했고, 아키는 가짜 사랑을 나누는 업소에서 진짜 사랑을 찾았으며, 아이들은 오사무가 보여주는 가짜 마술에 진짜로 놀랐고, 쇼타는 가짜 미끼로 진짜 낚시를 했다. 

 

그렇게 영화는 지속적으로 가짜를 보여주면서 가짜라고 해서 무조건 가짜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어느 가족은 가짜 가족이었을까 진짜 가족이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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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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