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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인이자 작가 이정수 |
[맘스커리어=이정수 작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난 무사고 운전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운이 좋아서 아직까지 사고가 안 난 것도 있겠지만, 내 운전 성향 자체가 방어운전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며칠 전에도 내가 차선을 바꾸려고 할 때 다 확인하고 여유가 있어서 차선을 변경했는데, 뒤에서 경적이 빵하고 울렸다. 차 안에 아이들과 더불어 아내까지 있어서 조금 놀라고 화가 났다. 그래서 비상등을 누르고 싶지 않았다. 운전을 하면서 비상등을 점멸한다는 것은 일종의 사과다. 그렇다.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내 잘못이 없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결국 입술에 힘 한번 주고 비상등을 눌렀다. 이 차 안에 내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뒤차에서 분에 못 이긴 운전자가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을 미연에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지 뒤차와는 더 이상의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이런 나의 운전 스타일은 삶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내 메타언어로 표현하자면 방어 인생이다.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지 못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방향이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몸에 문신을 하는 것도 자신을 건들지 마라라는 일종의 방어 방식이다. 사실 진짜 센(?) 깡패들은 문신을 안 한다고 했다. 아무튼 내가 취하는 방어 인생의 방향은 코미디언성이 많은 영향을 줬다. 상대를 편하고 즐겁게 해줘서 나에 대한 공격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최근에 둘째 로이가 어린이집을 옮기게 됐다. 그러면서 입소 신청서를 써야 했는데, 마지막 문항에 담임교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사항을 쓰라고 나왔다. 난 거기에 이렇게 적었다.
‘선생님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딱히 할 말이 없음’
아부성 멘트 같지만 실제로 오리엔테이션 때 마주한 선생님의 인상이 좋아서 그리 적은 것이다. 첫째 리예가 초등학교 갔을 때도 비슷했다. 문의사항이 있어서 밴드로 선생님과 채팅을 주고받을 때마다 한번은 미소 짓게 하려고 노력했다. 단지 코미디언의 본능이라기보다는 선생님에게 예쁨을 받고 싶는 부모로서의 마음이다. 부모가 예쁘니 그 자녀 또한 예뻐 보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나의 방어 인생은 외부로도 드러나지만 가정 내에서도 나타난다. 우리 부부는 둘 다 경제적 개념이 약하다. 그런 와중에 그나마 내가 좀 더 낫다 보니 가계부 관리를 내가 한다. 그것이 아내에게 어쩔 수 없는 잔소리로 이어질 때가 있다. 당연히 분위기는 안 좋아진다. 그럼 난 다음 날부터 바짝 엎드려서 눈치껏 온갖 아양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노력한다. 하루 정도면 어느 정도 복구가 되는 편이다.
방학을 한 첫째가 심심해서 징징댄다. 그럼 숙제를 했냐며 일거리를 만들어 조용하게 만들고 싶지만, 그것보단 얼른 주변 엄마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그렇게 시간이 되는 친구들을 확인하고 모아서 내가 그 아이들을 싹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여기까지만 보면 방어 인생이라기보다는 방전 인생 같아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아내의 기분을 챙기는 이유는 내 공간에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이 내 편안한 공기를 흐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첫째의 부탁을 들어준 이유는 어차피 숙제를 시켜봐야 하는 둥 마는 둥 집중도 못할 것이고, 게다가 그 심드렁한 표정에 내가 계속 마음 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들끼리 뿌려 놓으면 알아서 놀니까 나는 편하게 글을 쓸 수도 있다. 다분히 나의 마음을 챙기기 위한 행동들이다. 이기적인 이타심이라 할 수 있다.
내 마음은 내가 지켜야 한다. 내 마음을 어떻게 방어하냐는 자신의 스타일이 있겠지만 내 방어 방식이 다른 이에게 공격적이지 않았으면 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것은 전쟁터에서나 쓰는 표현이다. 우리의 삶과 마음을 전쟁터로 만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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