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태아 성별 언제든 알 수 있다!

김혜원 엄마기자 / 2024-04-03 13:00:50
헌재, 태아 성 감별 금지법 위헌 결정 내려
출산 앞둔 부부 변호사가 태아 성감별 금지 위헌 이끌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2월 19일 방영된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에서는 시부 김용건과 며느리 황보라가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해 화제가 됐다. 산부인과 의사는 초음파 사진을 보며 태아의 신체 부위를 설명해 주다가 “우측에 있는 저건…” 하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냥 보이는 대로 믿으세요”라고 말했다. 예비 엄마는 “생식기예요?” 하고 묻지만, 의사는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VCR로 지켜본 연예인 패널들은 의사가 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임산부인 황보라가 설명해 준 다음에야 이 이야기가 태아의 성별에 관한 것임을 깨달았다.

 

▲ [사진=TV조선 조선의 사랑꾼 화면 캡쳐]

 

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산부인과 진료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의사는 남아일 경우 “뭐가 보입니다”라고 말하고 여아일 경우엔 “아이 용품을 분홍색으로 준비하세요”라고 한다. 딸인지, 아들인지 물어도 이 외에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의사 말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임신 32주까지 태아 성별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임신 32주까지 의료진이 태아 성별을 알릴 수 없게 한 법 조항 때문이었다.

아이가 생긴 부부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태아의 건강과 성별일 것이다. 대개 임신 5개월쯤이면 성별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를 32주까지 말해 주지 않는다면 예비 부모가 얼마나 안달복달하겠는가. 의사는 어쩔 수 없이 돌려서 말해 줄 수밖에 없었다.

한데 최근 헌법재판소가 의료법 제20조 2항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리면서 태아의 성별을 언제든 알 수 있게 됐다. 의료법 제20조 2항은 의사가 32주 이전에 태아 성별을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실 부모가 태아 성별을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왜 이런 법이 생겼을까?

이 법은 1987년 처음 생겼다. 태아가 여아일 때 낙태하는 것을 막고자 성별을 알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여아 100명당 남아가 110명 이상이 될 만큼 당시엔 아들을 선호했다. 며느리가 딸을 낳으면 시어머니가 몰래 데려가 입양을 시키는 일도 왕왕 일어났다. 이 법은 2008년 개정됐다. 임신 기간 내내 부모가 태아 성별을 알지 못하게 막는 것을 두고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회는 만삭인 임신 32주부터는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여아를 세 명 둔 선배의 아내가 태아의 성별을 듣고는 다른 산부인과에서 낙태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그 이후부터는 32주 이전에 절대 태아 성별을 알려 주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5년이 지난 2024년 2월 28일, 헌재는 태아 성 감별 금지가 국민 의식 변화로 현실에서 의미가 없다고 봤다. 예전처럼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성별에 따른 낙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에서도 에둘러 성별을 알려 주었고, 이 조항으로 의사가 처벌받은 사례는 지난 10년간 한 건도 없었다.

헌재의 이런 결정으로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었고 이제 산부인과에서 언제든 태아 성별을 알 수 있게 됐다.

정정미 헌법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므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말했다. 단 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은 성별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최근엔 자녀를 한 명만 낳으려는 부부가 많아 부모가 원하는 성별이 아닐 경우 낙태를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소원을 청구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이끈 이는 다름 아닌 젊은 변호사 부부였다. 황용·정소영 부부는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별을 알지 못하는 불편함을 느꼈다. 부부는 지난해 11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정 변호사는 산후조리원에서 판결 소식을 전해들었다. 황 변호사가 서울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 따르면 “태아 성별 고지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하려면 출산 시기에 있는 당사자 자격도 갖춰야 해 당사자이자 변호사로서 사문화 조항을 바꾸기로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낙태율을 고려해도 10주 이전에 거의 낙태 결정을 하고 남아선호사상이 사라지며 사실상 유의미하게 태아 성별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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