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 먹고 잘 사는 아이로 잘 키우기! 나는 성공했습니까?

이정수 작가 / 2023-10-11 11:10:33

▲방송연예인이자 작가 이정수

 

[맘스커리어=이정수 작가] 어릴 때 공부에 관한 큰 압박이 없었다. 그냥 가끔 어머니께서 일에 찌들고 술에 취한 날에 한 번씩 퍼부으시는 것 정도였다. 

 

‘너 이렇게 공부해서 나중에 뭐가 될래? 내가 누구 때문에 사는데!!’

 

그래서 어머니께서 술이 취해 들어오시는 날이 두려웠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이해 못 할 감정도 아니게 됐다. 밤 9시에 남대문으로 출근해서 밤새 일을 하고 아침에 집에 돌아오는 날들의 연속에, 자식은 공부도 안 하고 성적도 안 나오는 상황을 너그러이 받아들일 부모도 흔치 않을 것 같긴 하다. 아무래도 어머니는 자신의 고생을 자녀로부터 보상받고 싶으셨고,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셨던 것 같다. 

 

그런데 아버지는 방향이 달랐다. 아버지는 술이 취해 들어오시면 자식들을 앉혀 놓고 ‘아버지 봐라~ 초등학교 밖에 못 나왔지만 기술이 있으니까 나이 먹어도 안 잘리고 아직도 일하고 있지 않느냐? 나는 한 번도 새벽에 알람을 켜놓고 일어난 적이 없다. 지각도 한적 없고, 2시간씩 일찍 나가서 준비하고. 당당하게 살아.’

 

당시엔 매번 본인 자랑 같은 레퍼토리에 그냥 끄덕끄덕만 하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아버지는 자기애와 자존감이 높으신 분이었다. 그리고 본인의 삶이 상당히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생각하셨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아버지는 매우 성공한 사람이었다. 자식들이 다 독립해서 자녀들을 낳아 가정을 이루고, 본인 또한 76세까지 당당히 월급을 받고 일을 하셨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귀한 정신적 자산까지 자녀인 내게 물려주셨다. 덕분에 나는 성공의 기준이 통념과 다르다. 사회적 위치나 자산의 양이 아니라 지금 내가 충분히 행복한가? 가족과 사회에서 존중을 받고 있는가? 내가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여기에 시원하게 대답을 할 수 있어야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뭔가 정신만 승리한 느낌인데, 금전적 성공 개념도 가지고 있다. 한 달에 15일 일하고 월 1000만 원 버는 것이다. 솔직히 이 정도가 아무것도 물려받지 않은 보통 사람이 이뤄낼 수 있는 상당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난 성공했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를 교육함에 있어서도 여유가 있다. 꼭 최상위 대학에 가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에 킬러 문항을 맞춰내기 위해서 굳이 큰 시간과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그 시간과 돈으로 자신의 인생에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기회를 주고 싶다. 그래도 되고, 그렇게 규격화되지 않은 아이들이 어딜 가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요즘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틀렸다. 충분히 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용이 무엇인가의 문제다. 남들이 정해 놓은 정답을 잘 맞히면 용이 되는 것인지, 내 인생에 맞는 정답을 만들어 내면 용이 되는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중산층 아이들도 멋지게 용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자녀의 성공을 논하기 전에, 부모인 내가 성공해야 한다. 

 

나의 삶은 성공한 삶인가? 되돌아보자. 

 

참고적으로 말씀드리면 나에게 애정이 있는 분들은 그리 생각 안 할지 모르지만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정수라는 사람이 단지 한때 유명했고 지금은 추락한 옛 연예인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나도 나 자신이 매우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덧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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