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적 권리 억압하는 지나친 규제라며 청소년 단체 반발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최근 청소년 출입이 자유로운 룸카페의 실체가 드러나자 많은 부모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룸카페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룸카페 손님의 95%는 학생이고, 100명 중 99명은 방에서 성관계를 한다"고 밝혔다.
원래 2000년대 초반 등장한 룸카페는 일반 카페처럼 탁 트인 공간에 천으로 구획을 나눠 독립된 공간에서 조용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이삼십 대 연인들이 애용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청소년들이 이용한다는 룸카페는 예전의 룸카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독립된 공간은 아예 도어록이 달린 밀폐된 방으로 개조됐고 방 안에는 침구와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는 곳도 있다. 방 안의 TV를 통해 성인 인증 없이 모든 종류의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카페'보다 '모텔'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이런 룸카페들이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기고 청소년 범죄 장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여가부는 모텔과 유사한 형태로 영업하고 있는 룸카페는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룸카페가 자유업·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다 하더라도 △밀폐된 공간으로 구획한 경우 △침구·시청 기자재를 구비한 경우 △신체 접촉 또는 성행위 등이 이뤄질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다. 해당 시설에 청소년이 출입하면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이 성관계를 할만한 장소에 청소년 출입을 모두 금지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정부의 단속 강화 방침에 청소년 단체들은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어린보라:대구청소년페미니스트모임과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등의 청소년 단체는 "여성가족부의 이 같은 행보는 청소년의 성적 행위 자체를 유해함으로 규정하는 처사이고 사회의 더 많은 공간을 노키즈존화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도 "청소년의 성관계는 범죄 행위도, 비윤리적인 행위도 아니다"라며 "청소년들이 성관계할 공간이 없는 사회,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지 않는 사회가 청소년의 성관계를 더 위험하고 폭력적인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억압한다고 해서 청소년이 성적 권리의 주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청소년 룸카페 출입에 대한 부모들의 생각은 어떨까.
청소년 딸을 둔 학부모 김씨는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이성 친구와 모텔과 유사한 공간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청소년들의 성관계가 위법이 아니라 할지라도 성관계 이후에 아이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들이 너무 많다. 내 아이만큼은 성인이 된 후에 성관계를 가졌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해업소를 자주 출입하거나 유해 매체를 많이 접하는 청소년일수록 실제 불법적인 행위를 시도하거나 범죄에 노출되는 비율이 높다"며 "룸카페 같은 공간은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행위가 이뤄지는 안전한 공간보다는 미성년자 성매매 등 범죄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룸카페 단속이 청소년 범죄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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