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우리 모두의 삶의 기록 놓치지 마세요!"

신화준 / 2022-06-02 12:13:57
[인터뷰]'엄마도 퇴근 좀 하겠습니다' 작가 정경미 로미브릭 대표 [맘스커리어=신화준 기자] 이제는 각자의 전문성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여도 인정받는 시대이다. 특히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이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 안정적인 교사라는 직업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정경미 작가이다.

단순히 직업으로만 설명되던 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인생이 바뀐 경우다. 아직 인지도는 동명이인인 개그우먼 정경미를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포털사이트 검색에서 '정경미 작가'로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녀의 삶의 흔적들이 보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사는 정경미 작가를 만나 그녀의 삶과 꿈을 들어봤다.

▲ 정경미 로미브릭 대표.

- 중학교 국어교사로 일을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선망의 대상인 교사에서 작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서 살만한 거 같아요. 저도 퇴사할 줄 몰랐습니다.(웃음) 지난 2018년 뜨거웠던 여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직원회의를 하다가 교장선생님이 무심코 던진 말 때문이었죠. 억울한데 직접 면전에 대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도망치듯 글을 썼어요. 그 사건이 제 인생에 불꽃을 만들었고 지금의 저를 있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니었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그 말이 목구멍에 걸리더라고요. 결국 작가가 되려고 그랬나봐요. 그 일을 계기로 처음으로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당연하게 살았던 삶에 균열이 생겼어요. 쓰기 시작하니 꾹꾹 눌러 담고 있던 말들이 봇물 터지듯 튀어나왔습니다. 그동안 답답해서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꽤 오랜 시간 사유하며 일에 대한 재정의, 나에 대한 재정의를 했습니다. 그때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질문이 있어요. ‘나는 누구지? 나는 뭘 좋아하지?, 나는 왜 일하지? 무엇을 위해 살지?’ 등 그 날 이후, 글 권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삶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저 분노만 하지 말고, 글을 쓰라고 말이죠. 

-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찾아왔을까요?
▶ 블로그 글을 쓰다 덜컥 출간 계약을 했어요. 그 책이 ‘엄마도 퇴근 좀 하겠습니다, 2019’입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책을 쓰겠다고 생각했으면 시작하지 못했을 거예요. 블로그 글을 쓰다가 중구난방 정리가 안 된 느낌이 싫었습니다. 더구나 국어교사로 14년을 살았잖아요. 대충 쓰자니 뭔가 찜찜하더라고요. 목차를 짜고 날짜별로 발행계획을 세웠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야, 그거 책 한 권 되겠다. 그냥 책을 써.” 그래서 썼어요. 그렇게 책을 쓰고 나니 또 묻더라고요. “그걸 어떻게 했어?”라고요.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특강을 열었어요. 해보니 좋더라. 거창하게 생각하지말고, 두려워하지말고 그냥 쓰세요. 목터져라 외쳤죠. 그랬더니 또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쓰다가 막히면 또 찾아와요. 그렇게 알려주다보니 인원이 많아졌고, 매번 물어보기 미안하다고 클래스를 열어달라고 하는 말에 얼떨결에 책쓰기 과정을 열었어요. 한 번만 하려고 했는데 벌써 3년차 출판기획자가 되었습니다.

▲ 정경미 로미브릭 대표.

- 창업 4년차로 접어들면서 생각이 바뀌신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 교사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강사로 강사에서 기자, 기획자, 컨설턴트로 계속 변신을 거듭하며 진화했고 가장 집중했던 것은 ‘나’라는 한 사람이었어요. ‘컴포트존’에서 안주하는 삶이 아닌 끊임없이 ‘나다움’을 테스트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봅니다.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건 ‘나’하나 뿐이더라고요. 저를 지칭하는 껍데기에 현혹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본질을 보려고 하죠. 더불어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혼자서 잘 사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고, 그 자체로 향기가 날 때 진짜 대표로서 기업가로서 성공한 거 아닐까 합니다. 이 대답은 제가 아니라 저를 아는 분들이 답해야 할 문제인걸요.(웃음)

- 퇴사 후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 잠들기 전에 항상 눈을 감고 시뮬레이션을 했어요. 실전 달리기를 하는 선수처럼 매일 출발선에 서서 자세를 잡고 팔과 다리의 위치, 보폭을 궁리했죠. 저는 실제 그 일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상상하는 즐거움이 컸어요. 현실에선 실수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상상할 땐 결국 해피엔딩이잖아요. 아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열심히 강의를 듣고 배우고 소진되지요. 그리고 착각해요.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낸 것 마냥. 준비만 2~3년 지속하는 분들도 많이 봤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한 순간은 오지 않더라고요. 계속 잔펀치를 날리며 경험을 통해 배움을 만들어 내야합니다. 그래야 역량이 만들어지고 신뢰가 쌓입니다. 아는 건 쉬워요. 액션이 어렵죠. 관객의 자리에서 내려와 진짜 주인공이 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있는 그대로, 순간을 경험한 사람은 강합니다. 쉽게 포기 안 하고 쉽게 포기 못 하죠. 움직이고 말하는 사람, 해보고 이야기하는 사람, 그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앞으로는 어떤 일과 업무를 해나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 할머니가 되어도 스무살 대학생과 협업하며 일을 하고 싶어요. 경계를 허물고 한계를 지우고 그 누구에게도 배울 수 있고 그 누구와도 함께 대화하며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하고 싶은 일’을 쫓아 여기까지 왔는데 ‘가슴 뛰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 자연스레 ‘일’이 아닌 ‘업’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삶’ 자체가 일이잖아요. 우린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데 할애하는데, 정작 일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직장을 다니든 사업을 하든 일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아요. 일을 위한 일이 아닌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이 시대의 진짜 어른들을 찾아 ‘찐 커뮤니티’를 만들고 재미있는 판을 짜고 싶어요. 그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정경미였으면 합니다. 

▲ 정경미 로미브릭 대표.

-마지막으로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현재 경력단절 여성들이나 엄마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경력이 단절됐다고 보기보다 잠시 숨고르기 중이라고 생각해요. 한 생명을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거룩하고 귀한 일은 없잖아요? 다만, 그 시간을 조급하지 않게 또 낭비 없이 통과하는 건 다른 문제죠. 그걸 도와준 것이 저는 ‘기록’이었어요.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며 나의 역사를 세상에 꺼내놓으면 언젠가 그 글이 날개가 되어 나를 또 다른 세상에 안내할 겁니다. 이제 지식이 아닌 경험의 축적이 한 사람의 퀄리티를 보증하는 시대입니다. 그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개적인 공간에 쓰는 것이죠.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등 SNS를 소비만 하지 말고, 그 속에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세요. 시간이 쌓여야만 증명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죽은 시간을 살려내는 유일한 방법은 나를 담는 글쓰기입니다. 기록을 놓치지 마세요. 소중한 스스로의 삶의 기록들은 언젠가 큰 재산이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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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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