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구가 많은 아이는 사랑받고 싶은 것이다

최영하 기자 / 2023-02-01 14:00:41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대표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대표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참 알 수가 없어요. 아이가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모든 걸 맞춰주는데 왜 짜증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별이(가명 만 4세, 여) 엄마는 지쳐 보였고 미로에 빠진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별이는 끝없는 요구로 엄마를 불러댔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엄마를 불렀고, 조금이라도 늦게 반응하면 짜증과 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달래도 듣지 않고 울음은 30분에서 1시간까지 길어지기 일쑤입니다. 

 

6개월 된 둘째가 있는 터라 엄마는 한없이 별이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었습니다. 둘째를 돌보느라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면 별이의 짜증은 여지없이 폭발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의 감정도 춤을 추었습니다. 아이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하지만 끝없이 계속되는 실랑이 속에서 엄마도 결국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엄마의 의문은 또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너무 잘한대요.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도 그런 모습은 안 보이고요. 왜 저하고 있을 때만 짜증과 떼가 심할까요?” 

 

주변에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너무 잘해줘서 그렇다고 말했답니다. 좀 엄하고 무섭게 하라고 조언한다네요. 과연 그럴까요? 

 

아이의 끝없는 요구와 짜증은 채워지지 않는 애정에 대한 표현입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유독 민감한 아이가 있습니다. 엄마의 관심과 사랑 표현의 정도가 아이에게는 늘 부족한 거죠. 민감하기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습니다. 엄마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열심히 놀아주었지만 아이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것 같아 속이 상합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더욱 엄마에게 매달리고 요구하게 되죠. 

 

지친 엄마의 감정 폭발은 아이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을 확인시켜주는 것과 같죠. 아이는 더욱 집요한 울음으로 감정을 폭발하게 되고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두 아이를 기르는 엄마가 어떻게 ‘아이의 채워지지 않는 애정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까요?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둘째도 돌봐야 하는데 큰아이가 해달라고 하는 요구를 끝없이 들어줄 수는 없다는 거죠. 

 

여기서 엄마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욕구와 정서적인 욕구를 하나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의 욕구를 다 채워줄 수 없습니다. 해달라고 하는 것을 모두 다 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욕구는 끝이 없으니까요.

 

저는 ‘애정욕구’라고 했습니다. 애정욕구는 정서적인 욕구입니다. 아이가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과는 다릅니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입니다. 일반적인 욕구를 제한하면서도 정서적인 욕구는 채워줄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정서적인 욕구는 정서로 채워줘야 합니다. 맛있는 것을 사주고, 갖고 싶다는 장난감을 사줘도 아이의 정서적인 욕구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줘도 혼내고 소리치고 비난하는 말을 하면 아이는 애정 결핍에 시달립니다. 

 

반대로 정서적인 욕구를 채워주면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해도 아이는 상처받지 않습니다. 엄마의 기다려달라는 말에 떼쓰지 않고 충분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비슷한 경우가 청소년기 아이들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중학교 1학년인 달이(가명, 만 11세, 여)는 한 달 전부터 방에 혼자 있으면 무섭고, 눈물을 자주 흘린다고 합니다. 심리검사 결과 달이는 우울과 불안, 강박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냈습니다.

 

달이가 어떤 아이인지 묻자 엄마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사달라고 하는 게 너무 많고 사줄 때까지 집요하게 보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주는 게 맞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달이의 부모님은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다 보니 퇴근 후에도 아이들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부부만 외출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대부분 스케줄을 챙기는 정도였고 정서적인 부분을 돌봐주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달이의 끝없는 요구는 부모님과 소통하는 도구였던 셈입니다. 물건을 사달라는 요구로 부모에게 말을 걸고 부모가 원하는 걸 사줄 때 비로소 애정을 확인받는 것이죠. 그러나 정서적인 욕구는 물건을 통해 채워지지 않기에 아이는 심한 우울과 불안 증세를 보였던 것입니다.

 

그러면 정서적인 욕구는 어떻게 해야 채울 수 있을까요? 부모와 자녀의 올바른 상호작용을 통해서 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존중하는 상호작용입니다. 부모의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 훈계는 정서적인 욕구를 채우지 못합니다. 

 

첫째는 아이가 하는 말을 ‘그렇구나’로 반응해 주고,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전에 아이가 하는 말을 반영해 주므로 아이는 정서적으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PCIT 부모자녀상호작용 치료에서는 아이가 주도하는 상호작용 기법을 사용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놀이에 개입하거나 주도하지 않고, 아이의 흐름대로 따라갑니다. 아이가 하는 말을 반영해 주고, 아이의 행동을 묘사해 줍니다. 구체적인 칭찬으로 정서적인 욕구를 채워줍니다. 

 

엄마와 아빠가 올바른 상호작용으로 별이의 정서적인 욕구를 채워주니 별이는 행복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반복되던 전쟁 같은 하루가 편안해졌습니다. 동생에게 해코지하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요즘은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이는 처음부터 사랑스러웠는데, 엄마는 이제야 아이가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부모의 올바른 상호작용으로 쉽게 변화됩니다. 청소년의 자녀들은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요구가 지나치게 많다면 정서적인 욕구를 돌아보세요. 아이는 부모님과의 정서적인 친밀감을 원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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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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