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살려 작은 일부터 시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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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영 대표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린린이 엄마이자 13년차 주부 겸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 전문 기업 주식회사 너츠네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넛츠네이션] |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방송사 PD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또 즐기면서 일한 이기영 대표. 그녀는 두 돌 된 아이가 말이 늦어지자 망설임 없이 일을 내려놓고 육아에 전념했다. 일하는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하고자 개인 사업자를 내서 프리랜서로 전향하기도 했다. 지금은 엄마이자 주부, 콘텐츠 전문 제작사 너츠네이션 대표,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 등의 교육강사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인 아이 돌보는 일을 해 온 엄마라면 무슨 일이든 다 잘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이기영 대표는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경력 보유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에 나와 보라'고 권한다.
- 이기영 대표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린린이 엄마이자 13년차 주부 겸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 전문 기업 주식회사 너츠네이션의 대표인 20년차 PD 이기영입니다.
- 방송사 피디로 20년째 일하는 중에 너츠미디어(현 너츠네이션)을 설립하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저는 20년째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고, 방송사에서 10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방송사에서 근무한 지 10년 정도 됐을 때 결혼해 아이를 낳았습니다. 이후 새로운 기획사에 스카우트 되어 일하는 중에 큰아이 베이비시터가 남편과 사별 후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그분의 영향 때문이었을까요,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던 두 돌 아기가 말하기를 멈췄어요. 어린이집에 보냈더니 담임 선생님 말씀이 베이비시터가 오후에 데리러 오면 아이가 커튼 뒤로 숨거나 집에 가기 싫다고 선생님 뒤로 숨는다고 하셨습니다.
지인인 소아과 의사에게 상의하니 “지금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몇 백억을 줘도 바꿀 수 없다. 너의 커리어가 중요한 게 아니니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봐라”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고민 없이 남편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고 회사에도 일이 정리되는 대로 1년만 쉬겠다고 했죠.
하지만 1년 후에도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제가 쉬는 동안 후배가 회사 전반을 맡아서 운영하는 체계가 되었는데 다시 그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 사업자를 만들고 공연 의뢰가 올 적마다 연출을 하게 되었는데 일이 점점 많아져 사무실을 얻고 직원을 뽑게 됐습니다. 어느덧 회사가 커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저와 함께 지내며 2개월 만에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9개월가량 육아에 전념했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이후로는 베이비시터 없이 일과 육아를 병행했습니다. 다시 아이를 맡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것도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재취업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큰아이는 3살부터 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회의가 있을 때는 종종 와서 엄마가 하는 일을 보며 기다려 주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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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회사를 차리고 여러 분야로 영역을 넓혀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사진=넛츠네이션] |
- 방송, 공연뿐 아니라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교육 등을 하고 계신데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십시오.
저는 방송사 공채 작가로 시험을 치르고 입사했습니다. 요즘은 그런 시스템이 없죠. 그러다 2년 만에 그만두고 피디로 전업해 공중파에서 시사프로그램을 만드는 계약직 피디로 일했습니다. 시사가 저와 잘 안 맞고 페이도 너무 적어서 자취생인 저는 생활이 힘들었죠. 케이블 방송사에서도 프리랜서로 여러 방송사, 기업과 일했습니다.
덕분에 예능부터 광고와 정책 방송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일한 덕인지 2014년 회사를 차리고부터 여러 분야로 영역을 넓혀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게 연결되어 2015년 중국에 진출했고 거기서 왕홍이라는 중국의 판매 인플루언서들과 연계하여 방송을 만들며 라이브 커머스를 배우고 또 다행히 잘 되면서 콘텐츠 커머스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그 분야를 한국형으로 만들어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고 중국 시장과 베트남 시장에서만 하던 e-커머스 사업을 한국형 디지털 커머스로 하는 사업을 펼치고자 2020년부터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며 유튜브 e-커머스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착착 쌓아오던 사업을 이번엔 프로그램으로 담아서 ‘판매왕’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한국형 라이브 커머스를 지향하는 모바일 쇼 호스트를 뽑는 프로그램인데요, 이걸 보시면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외에는 여러분이 아는 방송국 PD 업무인 프로그램 연출과 공연 연출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 전까지는 7년간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큰아이 태어나면서 시작한 공연인데 코로나로 못해서 올해부터 다시 하고 싶은데 벌써 11월이라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 너츠네이션이라는 사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영어단어 nuts(너츠)는 ‘미친 듯이’, ‘열정적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츠 프레쉬”라고 말하며 끝나는 맥주 광고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너츠네이션은 진짜 미친 듯이 사는 사람들의 나라라는 의미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즐기는 사람은 돈 버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한 사람도 미친 사람에게는 이길 수 없잖아요. 저는 일을 즐기고 사랑하고 미친 듯이 합니다. 스트레스도 일로 풀 정도라 그렇게 일하는 제 모습을 담아서 회사 이름을 지었는데 직원들도 다 비슷한 친구들만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너츠미디어를 너츠네이션으로 아예 바꿔 버리고 브랜드 등록도 해 버렸습니다.
- 대표님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워킹맘의 고충을 아실 텐데요,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이를 극복하셨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저는 두 아이가 아니었다면 코로나 시기를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11월 둘째를 낳고 한 산후검사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앞이 깜깜하고 힘들었습니다.
초등학생 3학년 된 아이와 이제 갓 태어난 아기가 있는데 암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투병 끝에 암을 이겨냈는데, 저를 다시 살게 한 존재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행복을 두 아이가 제게 주었습니다.
남편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 전에는 육아 문제로 너무 많이 싸우고 남편이 육아 휴직을 할 정도로 서로 힘들었습니다. 그 시기를 겪으며 그때 제가 느꼈던 그 마음으로, 아이들도 제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일해서 돈 벌어 아이들과 더 맛있고 좋은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갖자’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따뜻함과 안정적인 마음을 주자’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하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는 클라이언트가 주는 술은 정말 달콤하게 느껴진다고 아빠들은 생각할 겁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이 힘들게 해도 그건 제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아주 많이 힘든 상황이 되면 아이들이 힘이 된다는 걸 느끼게 되어서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그리고 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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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에게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이기영 대표[사진=넛츠네이션] |
-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경력 보유 여성은 여전히 많습니다. 이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1명이라는 세계 최저 기록으로 돌아왔습니다. 대표님은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건 제도적으로 개선될 수 없습니다. 절대적으로 의식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저희 남편은 출장을 자주 다녀요. 출장을 가면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서 숙소에서 잘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일하고 돌아와도 집에서 아이를 돌봅니다.
저희 시부모님은 아들이 지방에서 얼마나 힘들까 늘 걱정하십니다. 그런데도 집에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걸 고마워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일 출근해 일하고 아이와 놀아주고 살림하고 재우고 또 집에서 일하고 자야 하는데도요. 아이는 무조건 엄마가 봐야 하고 엄마가 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니면 엄마들은 다시 반복일 수밖에 없고 또 전업주부들은 또 일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육아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입니다. 한 인간의 일생을 만들기 때문에 육아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리고 함께 아이를 키워 가는 인식이 자리 잡힐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세상이 올까요? 저도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 그런 인식을 만들어 갈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데 아직 모르겠습니다.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만나면 너무 안쓰럽고 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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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영 대표는 맘플루언서, 컨텐츠크리에이터, 라이브커머스 양성과정 강사로 활동하며 엄마들이 세상에 나가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사진=넛츠네이션] |
- 맘플루언서, 컨텐츠크리에이터, 라이브커머스 양성과정 강사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경력 보유 여성들이 이런 직업을 가지고 다시 세상에 나가려면 가장 먼저 어떤 것부터 하면 좋을까요?
제일 먼저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저희 직원 중에 어린이집 교사로 10년간 일하다가 전업주부로 지내던 친구가 있습니다. 아이가 둘인데 현재 초등 1학년, 6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제일 힘들 때죠. 그 친구는 이제 저와 1년이 안 됐는데도 콘텐츠 팀장으로 웬만한 일을 다 합니다. 편집부터 보도자료까지 정리하고 만들어 가는 일을 해요.
그 친구 남편이 “회사에서 무슨 일 해?”라고 물을 때 처음에는 “그러게, 나 뭘 하지”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내가 일 다하지. 나 없으면 우리 대표님 안 돼. 내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로 바뀌었답니다.
자신감이 부쩍 늘었고 그에 따라 능력도 늘었습니다. ‘전직 어린이집 교사인 엄마가 콘텐츠 전문 제작사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느끼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어디든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인 아이 돌보는 일은 했던 친구가 어디 가서 뭘 못하겠습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출발하면 무엇이든 다 보이고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의 최고위 과정인 ‘한국형디지털커머스’ 대표 강사로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수강신청자 중에 많은 워킹맘이 있어 같은 워킹맘으로서 아주 뿌듯했답니다.
- 마케터라는 직업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에게 잘 맞을까요? 그렇다면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주십시오.
사실 저는 마케터는 아닙니다. 하지만 ‘호갱이 되지 말자’ ‘소비자인 시청자도 호갱당하지 않도록 조금 더 진정성 있게 다가서서 설명해 주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케터라는 직업은 진실성과 성실성이 최고로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에게는 자녀를 돌보다 보니 본인이 원치 않아도 진실성과 성실성이 생깁니다. 당장 중고거래 할 때도 엄마들과 하면 100% 만족하고 믿을 수 있거든요. 그게 바로 엄마들이 그 직업과 어울리는 이유입니다.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경력 보유 여성에게 어떤 조언과 격려를 해 주고 싶으신가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아이에게 어떤 엄마이고 싶은지 생각해 보십시오. 물론 모든 엄마는 아이에게 좋은 엄마입니다. 엄마 스스로도 만족할 삶을 살 수 있는 직업이 있다는 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필요한 필수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일을 사랑하고 일이 좋은 분, 그리고 아이들의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 내가 잘하는 그리고 할 수 있는 분야로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분이라면 언제든, 누구에게든 기회는 원하는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10년간 사업하며 직원 중 제일 잘하고, 성실했던 직원은 주부사원들이었어요. 저는 가능하면 본인의 재능을 살려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힘드시면 언제든 제게 조언을 구하셔도 좋습니다. 저도 종종 주부들과 소통방을 만들어 주부들에게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일하는 남편의 입장을 대변하며 이야기해 주곤 하거든요.
세상의 모든 엄마는 위대합니다. 그런 엄마의 노력으로 우리 아이, 한 인간의 평생 중 가장 소중한 시기가 만들어진다는 그 시기에 아이와 함께하는 건 엄마라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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