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조정, 재택 근무 등 일하는 방식만 바꿔도 여성이 일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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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제석 그랜드 수석마스터 |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응답하라 1988’에는 화장품 방문 판매 아주머니가 등장한다.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화장품 소개도 하고 샘플도 가득 주며 마사지까지 해 준다. 이렇게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화장품은 발로 뛰는 방문판매로 유통됐다. 소위 아모레아줌마로 불리던 방문판매원들은 이제 아모레 카운셀러라 불린다. 온라인 구매 고객이 대다수지만 여전히 아모레 카운셀러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3만 명에 달하는 아모레 카운셀러의 소속감을 고취하고 세일즈 전문가로서 장긍심을 함양하고자 매년 아모레 카운셀러 연도대상을 선정해 시상한다. 올해로 20년째 아모레 카운셀러로 일해 온 방제석 그랜드 수석마스터는 연속 3년간 아모레 카운셀러 연도대상에 선정됐다. 방문판매의 베테랑인 방 그랜드 수석마스터는 아이 셋을 키우며 일한 워킹맘이기도 하다. 일과 가정 두 가지를 멋지게 성공한 워킹맘들의 선배 방제석 그랜드수석마스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먼저 방제석 그랜드 수석마스터 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방제석 아모레퍼시픽 뉴커머스 카운셀러 그랜드수석입니다.
- 20년째 아모레퍼시픽에서 카운셀러로 일하셨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제가 돈이 필요했어요. 자녀가 셋이나 있었는데요. 고등학생인 큰딸은 사립예고에서 비올라를 전공하고 있었고, 쌍둥이는 5살이었습니다. 남편의 월급만으로 세 자녀를 키우기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요. 일하는 엄마는 다 알지 않습니까. 어린 자녀를 돌보며 돈을 벌기가 쉽지 않죠.
저는 시간에 비교적 자유로우며 정년이 없고, 정해진 월급이 아닌 영업한 만큼의 소득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고객에게 설명을 많이 하지 않아도 제품력만으로 구매를 권할 수 있는 설화수, 헤라, 프리메라, 그리고 다양한 건강식품이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문을 두드리게 됐습니다.
- 그랜드 수석마스터의 직책은 어떤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개인 판매금액과 제가 리쿠르팅한 그룹원의 판매금액이 회사 인센티브 제도에 합당할 때 갖게 되는 직책입니다. 직책에 맞게 별도 수당이 그랜드 수석에게 주어집니다.
▲3년 연속 아모레 카운셀러 연도대상으로 선정된 방제석 그랜드 수석마스터[사진=아모레퍼시픽] |
- 3년 연속 아모레 카운셀러 연도대상으로 선정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모레 카운셀러 연도대상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또 선정된 소감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전체 카운셀러 중 제일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한 해에 한 명씩 선정합니다. 연도대상 상품으로 제네시스 G80 차 한 대를 받습니다. 저는 일하면서 총 세 번 연도대상을 받았습니다. 제네시스 G80 승용차를 3대를 받은 셈이죠. 제 소감은 이렇습니다. 꿈은 언젠가 이루어집니다. 꿈을 꾸고, 그걸 향해 도전하고 목표를 세워 계속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꿈은 이루어집니다. 물론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겠지요.
저는 카운셀러로 입사해 본사에서 교육을 받을 적에 언젠가 연도대상 시상식에 서고 싶다고 꿈을 꾸었습니다. 줄곧 그 꿈을 가슴에 품고 지냈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제품을 100% 숙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했습니다. 고객에게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습니다.
예전보다 지금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 내가 이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 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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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제석 그랜드 수석마스터 |
- 예전에는 ‘아모레아줌마’로 불리며 방문판매를 했다면 요즘은 아모레 카운셀러라고 불립니다. 아모레 카운셀러는 전국에 몇 명 정도나 계실까요? 또 예전과 달리 지금 아모레 카운셀러만의 차별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모레 카운셀러는 전국에 2만5천 명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방문판매만을 했거든요. 대면으로 판매하다 보니 고됐습니다. 지금은 간호사, 교사, 승무원, 옷가게 사장, 미용실 원장 등 직장생활을 하거나 자신의 가게를 꾸려 가는 사람도 아모레 카운셀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근하거나 직접 고객을 만나는 대신 인스타,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모객해 판매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본사 교육도 영상교육 활성화가 됐고, 출근자율화가 정책돼 엄마들도 아이를 키우며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랜드 수석마스터님도 세 아이를 키운 엄마라고 들었습니다. 육아하면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처음 카운셀러를 시작했을때 참 막막했습니다. 쌍둥이 둘을 데리고 출근했죠. 지금은 워킹맘을 위해 자유로운 시간에 출근하고 제품 교육도 뷰티스퀘어라는 회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 설명, 판매 화법까지 전부 숙지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교육이 없어서 제품설명서와 장부책을 무겁게 들고 다녔습니다. 출근해 교육을 들어야 출근 수당이 나오고, 교육을 받아야 제품을 팔 수 있었습니다. 당시는 쌍둥이 유모차도 없었거든요. 출근에 늦지 않으려고 유모차 한 대에 쌍둥이를 태워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했습니다. 영업을 다니다 하원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달려가 아이들을 데려오곤 했습니다. 두 아이를 양손에 잡고 걷는 것이 위험해서 유모차 한 대에 태워서 오는 것이 더 안전하기도 했었죠.
저는 최선을 다해 한 분이라도 더 만나려고 했습니다. 고객에게 샘플을 주고 대화를 하며 나를 다시 찾아 줄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얼굴마사지와 팩을 해 주고 반찬도 만들어 주며 고객과 만났습니다. 손주 돌이나 백일에 작은 선물도 챙기고, 자녀가 졸업과 입학을 하면 선물을 챙기는 등 성의를 표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고객에게는 비싸지 않지만 꽃 한 송이라도 사 들고 찾아갔습니다. 고객의 얘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소통을 잘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젠 고객이 저를 찾아줍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 직접 소개도 해 주고요.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밟고 올라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일하시며 언제가 가장 힘드셨고,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남편이 암에 걸려 13년 이상 투병을 했습니다. 스무 번가량 암 수술을 받았죠. 병원비와 세 자녀의 등록금, 그리고 가정의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했습니다.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자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고, 암으로 투병하는 남편에게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집에서도, 고객을 만나도, 회사에서 팀원들 앞에서 늘 씩씩한 척 웃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교회에서 기도하며 힘든 마음을 달랬습니다.
지금은 세 자녀 모두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잘 자라 준 자녀들을 보며 제 마음이 참 뿌듯합니다.
- 일하며 보람되고 행복한 순간도 있으셨을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교육비 걱정 없이 세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을 만큼 소득이 생겼습니다. 제가 일해서 생계를 여유롭게 꾸려갈 수 있고 회사에서도 인정받으며 강의까지 했습니다. 자녀 역시 엄마의 사는 모습을 보며 힘을 내서 더 열심히 살았습니다. 비올라 전공을 한 큰딸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있으며 레슨을 합니다. 사위는 서울과기대 교수로 재직 중이고 쌍둥이 중 아들은 인공지능 석사로 공부를 하고 있고, 딸은 병원에서 근무합니다. 자녀들이 바르게 잘 성장한 것이 가장 보람됩니다.
- 계속 고객을 방문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타격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땠나요?
방문판매는 매장 없이 방문하는 일이라서 타격이 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마음으로 쌓아 둔 친분이 있어서 고객과 1:1 만남을 거절당한 적은 없습니다. 봄에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작은 화분을 사서 문고리에 걸어 두고, 반찬도 만들어 집 앞에 두었습니다. 카톡으로 늘 인사하고 영상으로 제품 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예전보다 영업하기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각 시대에 맞는 영업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카운셀러도 고민을 하고 회사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주어 함께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 방제석 그랜드 수석마스터님만의 판매 노하우가 있을까요? 혹시 아모레 카운셀러가 되고 싶은 후배가 있다면 어떤 말씀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열정이 있는 사람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꿈이 있는 사람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나의 한계를 뛰어넘어라” “부정적인 사람은 한계가 있고 긍정적인 사람은 한계가 없다”
영업을 하다 보면 아무리 진실하게 다가가도 외면당할 때가 있습니다. 또 고객의 말에 마음을 짓밟히기도 합니다. 그럴 때도 꿈이 있기에 더 크게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친 파도가 유능한 사공을 만들듯 힘든 순간을 이겨 낸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부드러움은 그 어떤 파도도 잠재우는 힘을 가집니다.
요즘은 본인의 직업이 있으면서 투 잡 쓰리 잡을 하는 시대입니다. 화장품, 건강식품을 안 쓰고 안먹는 사람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두려워 말고 한번 시작해 보세요. 저도 걱정만 하다가 시작을 안 했다면 지금의 방제석은 없을 것 입니다.
- 여전히 육아로 여성이 경력 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을 기록했고요. 대표님은 개인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여전히 육아는 여성 위주입니다. 하지만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아이 돌봄 제도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 적용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뉴커머스 카운셀러의 장점은 출근자율화, 뷰티스퀘어, 웹엑스를 통한 교육 시간과 장소의 제한 없습니다. 이런 방식을 여성 일자리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출근시간을 조정하거나 재택으로 일하는 등 일하는 방식만 바꿔도 여성이 일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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