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에 우리의 경력은 엄청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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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 샘표식품 홍보팀장 |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일하는 엄마를 이해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하고 생각합니다. 엄마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겪어야 하는 변수들에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그런 문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샘표식품 ‘새미네부엌’의 플랫폼 총괄기획자이자 홍보팀장인 이윤아 팀장은 현재 중 1 딸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회사에선 '연두·티아시아' 등 제품 홍보와 '샘표의 된장학교·발효학교·맛있는 추억을 그리다'와 같은 기업 철학을 담은 캠페인 사업 등을 기획·운영하며 ‘샘표의 팬’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즐거운 요리를 돕는 ‘새미네부엌’ 플랫폼을 만들어 엄마들의 요리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그를 만나 워킹맘의 어려움과 그 극복 방안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워킹맘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 (웃음) 일은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면서 예상되는 변수를 기획에 반영하는 등 어려움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잖아요? 또 특별한 긴급상황이나 업무의 어려움이 생길 때, 나누거나 조정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데 육아는 결코 제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난처한 상황이 돌발적으로 생겨납니다.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열이 40도에 오르기도 하고, 갑자기 다리가 부러져서 깁스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엄마를 대신할 사람도 없기에 이런 부분들이 늘 어렵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힘도 들었겠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들이 기억에 남나요?
저는 대학 4학년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해도 쉰 기간이 없었어요. 제 사회생활은 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후 딱 두 갈래로 나뉘죠. 첫 회사는 패션 회사였는데 첫아이를 낳으면서 출산과 동시에 식품회사로 이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엄마가 되면서 너무 딱 알맞게 이직을 한 거 같아요. 철이 들었죠(웃음).
첫아이가 아토피가 있었어요. 아이가 먹는 것에 따라 피부가 반응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먹는 게 너무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그러면서 요리를 하나도 못 하던 제가 아이와 가족을 위해 요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다 보니 ‘좀 더 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좀 더 맛있게 건강하게 하는 법은 없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됐고 이러한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샘표가 창립 75주년을 맞이하면서 ‘새미네부엌’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브랜드와 함께 가족이 함께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요리 플랫폼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 플랫폼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이 ‘나처럼 요리를 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워킹맘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입니다. 그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었고, 지금 저에게 가장 유용한 사이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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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 샘표식품 홍보팀장 |
-새미네부엌 플랫폼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요리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정말 좋은 점이 많습니다. 특히 가족이 함께 요리하면 정서적, 신체적으로 건강에 매우 좋습니다. 실제 아이가 직접 요리에 참여하면 편식을 줄일 수 있어 식습관이 개선되고 동시에 요리를 완성해 나가면서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아이는 물론 가족에게 좋은 요리를 보다 더 쉽고 맛있게,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플랫폼이 바로 새미네부엌입니다. 새미네부엌 플랫폼에 들어오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요리법을 볼 수 있어요. 또 요리하다가 어려운 점을 물어볼 수 있는 코너도 있고, 가족이 함께한 요리를 자랑하는 코너도 있습니다. 많은 가족이 이 플랫폼을 통해 요리를 즐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연구하면서 그간 쌓인 다양한 노하우가 있을 텐데, 가정에서 활용 가능한 비법 등이 있을까요?
처음부터 모두 다 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는 것이 저의 요리 노하우입니다. 예를 들면 티아시아 커리를 1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우리 집에서 가장 예쁜 그릇에 담은 다음 먹음직스러운 큰 소시지를 하나 옆에 얹고, 파슬리 가루를 뿌려서 내놓는 것만으로 굉장히 그럴듯한 요리가 만들어집니다. 또 삼겹살을 큼직하게 굽거나 수육을 삶아 접시에 올리고 그 옆에 새미네부엌 김치 양념으로 10분 만에 갓 만든 겉절이 하나를 옆에 예쁘게 담으면 특식으로 손색이 없답니다.
처음부터 모든 걸 하나하나 다해야지 생각하면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는데, 아주 간단한 내 취향에 출시된 소스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 보면 요리가 정말 즐거워집니다.
-업무 면에서 셀프 점수를 매긴다면?
샘표는 부엌에서 일어나는 요리에 필요한 소스와 같은 식품을 만들다 보니 사용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연스럽게 집에서 요리하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고민, 또 아이디어가 업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샘표는 76년이라는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매우 유연하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추구합니다. 그 덕분에 76년간 노사분규가 단 한차례도 없었고, 또 가족친화기업 수상과 같이 상도 많이 받았죠. 이러한 환경에 코로나 기간 동안 재택근무도 활성화되면서 일과 가정 모두에게 더 충실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택근무하는 동안 엄마가 화상회의를 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되기도 했죠.
셀프 점수를 매긴다기보다는… 노력상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웃음)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 여성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상황에 따라 모든 해결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쉬운 조건은 아니었어요. 단편적으로 출퇴근 시간만 총 4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손사래 쳤지만 저는 그 4시간이 저를 위한 여유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에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게임도 하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워킹맘이라는 사실이 저에게 큰 로열티가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하는 일이 우리의 부엌에서 사용하는 각종 소스를 만들고 요리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알리는 일이다 보니 집에서 엄마로서 또 아내로서 보내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노하우가 일을 더 성장하게 하고 역량을 키우게 해줬습니다.
마찬가지로 결혼과 임신, 출산 등 여성들이 겪는 이러한 경험은 또 다른 공감 능력과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됩니다. 엄마가 되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더라고요. 이러한 경험들이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생각을 반영하는 바탕이 됐습니다. 저는 모든 워킹맘이 겪는 경험이 어떤 분야에서는 또 다른 크리에이티브 한 생각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고 믿습니다.
-육아와 일을 모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특별한 성장 팁이 있을까요?
제 노하우는 도망갈 구멍을 없애는 것입니다. 아예 일을 그만둘 생각조차 안 하는 거죠. 이 방법이 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저의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해법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해결책에 ‘일을 그만둔다’라는 선택지는 없었어요. 또 가족,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양보다 질을 높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많이 이야기하고, 스킨십 하는 기회도 늘리고 같이 체험하거나 놀이하는 것도 역동적으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아이와 함께 보내는 활동을 할 때, 아이에게만 맞추기보다는 아이도 나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했어요. 놀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놀자! 하는 마음이죠.
-주변 도움 없이 워킹맘의 자리를 지켜가는 분들에게 우리 정부나 사회가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엄마를 이해하는 사회적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광고 시사회에 가는데 어쩔 수 없이 3살 딸을 데리고 갔습니다.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데려가면 안 되지만 하는 수없이 데려갈 수밖에 없었죠. 당시 제가 무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동료들이 아이들을 매우 귀여워하고 이뻐해 주고 돌봐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일하는 엄마를 이해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하고 생각합니다. 엄마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겪어야 하는 변수들에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그런 문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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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 샘표식품 홍보팀장 |
-일, 가정 양립을 뛰어넘어 일과 가정의 융합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워라블을 가능하게 하는 직장 중 하나가 식품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요리하고 즐기는 것 자체가 업무를 발전시키는 힘이 되더라고요. 제가 고민하고 기획하는 많은 상황이 우리 집 부엌에서도 일어나니까요. 저는 아주 행복하게도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습니다. 지난해 새미네부엌에서 멸치볶음 소스가 나왔어요. 멸치에 기름과 소스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정말 맛있는 멸치볶음이 돼요. 쉽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보니 우리 집 막내가 멸치볶음 담당이 됐습니다. 전자레인지만으로도 훌륭한 밑반찬을 5분 만에 만들 수 있으니까 안전하면서도, 안 먹던 반찬까지 먹일 수 있게 됐어요. 일과 삶의 분리가 아닌 삶이 일을 서포트하는 상황이 되는 점에서 제가 워라블의 대표 선수인 것 같네요.
-현재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로 이미 진입했습니다. 조금이나마 타개할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회적 소통이 부재하고 가족의 붕괴가 일어나면서 황혼 이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서로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요리하는 남편들이 있는 집은 이혼이 없다, 이혼이 적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요리를 하면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가족 간에 대화량이 늘면서 서로 가까워질 수 있기에 수학 문제 푸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리하는 가정이 늘고, 부엌에서 대화들이 많아지고, 요리하는 아빠들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 부족한 소통의 문제들이 줄고 더욱더 가족문화가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력 보유 여성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경력 단절이 아니라 경력 보유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실제 주부들의 아이디어가 상당히 큰 도움이 됐었고, 그 때문에 요리 관련 프로그램 기획사 패널들에게도 다양한 육아, 주부 감정을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이런 작은 의견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고요.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경험들,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출산, 육아 또한 경력을 쌓는 하나의 기회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야말로 돈을 떠나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이 소중하고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기에 우리들의 경력이 엄청나다고 꼭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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