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도 간편식이 대세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 40대 중반 워킹맘 A씨는 며칠 전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시어머니가 더는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A씨는 “‘무조건 찬성이다’라고 말씀드렸다”라며 “이번 설엔 제사 음식을 만드는 대신 고향 근처 관광지로 다 같이 나들이 가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 30대 후반 직장인 B씨는 아내와 상의 후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명절 음식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는 대신 사 먹거나 가짓수를 줄이자는 건의를 했다. B씨는 “아내도 워킹맘이라 둘 다 음식 준비를 도울 수 없는데 늘 부모님이 힘들게 명절 음식을 해놓으셔서 맛있게 먹으면서도 좌불안석의 마음이었다”라며 “명절이라고 손도 많이 가고 힘이 많이 드는 전과 나물을 하는 대신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준비하고 떡국만 끓여 먹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명절이라 가족이 모여 반가운 것도 잠시다. 명절 스트레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례 음식 준비에 몸도 고단하고 마음은 불편하다. 명절이라 돈 나갈 데는 많고, 일은 끝이 없으며 그러고도 눈치를 살펴야 하니 힘들 수밖에. 한데 요즘은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졌다. 차례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쭈그리고 앉아 힘들게 전을 부치는 대신 시장이나 반찬가게에 주문하거나 마트에서 간편식 제품을 사는 걸 선호한다.
오목교중앙시장의 한 반찬가게 주인은 “명절 전에 미리 주문해야 전을 구입할 수 있다”라며 “찾는 사람이 많아 요즘은 쉴 틈이 없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유통업체 등에서는 명절을 앞두고 간편식 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냉동 전류, 떡갈비, 만두, 잡채 등을 5~10분만 데우면 완성할 수 있다.
명절이 반갑지 않은 건 어머니 세대 역시 마찬가지다. 평생 해 온 일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꾀가 난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면 명절 음식 대신 자식이나 손주가 잘 먹을 만한 것 몇 가지만 차리자’라고 생각한다. 차례를 지내더라도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사는 편이 비용도 절약하고 몸도 힘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례 때문에 가족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면 안 지내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부치느라 힘들고 짜증 나는데 조상 생각이 나겠나”라며 “차라리 그 시간에 온 가족이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서로의 기억을 나누는 게 더 의미 있다”라고 덧붙였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에서도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준비는 여성의 몫이 아닌 가족 모두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비용 부담이 큰 탓도 있다. 최근 사과 한 알 가격이 3000원 정도이며 배도 1개에 4000원에 달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사과 가격은 전년 대비 56.8% 상승했다. 정부는 농축산물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예산 590억 원을 들여 할인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높기만 하다.
70대 C씨는 “물가 인상으로 예전처럼 음식을 하기가 부담스럽다”라며 “차라리 손주들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장만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60대 D씨는 “차례상에 예전처럼 전을 올리거나 과일을 올리면 비용이 수십만 원이 넘게 나올 것 같다”라며 “자식들도 전을 즐겨 먹지 않아서 전은 상에 올릴 것만 간편식으로 사서 구색만 맞추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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