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권지현 기자] 바쁜 직장생활, 이보다 더 전쟁인 육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힘들어하는 워킹맘들에게 잠깐 휴식은 '힐링'과도 같습니다. 워킹맘들에게 잠깐의 쉼표가 될 도서,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영화 ‘풀타임’
2022년 8월 18일 개봉
감독 에리크 그라벨
상영시간 88분
전체관람가
출연: 로르 칼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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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아픽쳐스 |
파리 교외에서 홀로 두 아이를 기르는 쥘리(로르 칼라미)는 파리 시내의 호텔 룸메이드로 일하며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다.
싱글맘이자 워킹맘인 쥘리의 삶은 전쟁이다. 전쟁터인 직장에서 퇴근해서 집에 오면 또 다른 전쟁인 육아가 기다리고 있다. 일과 육아 동시에 잡아야 하는데, 아이 맡길 곳은 없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고 아이만 볼 순 없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데 돈이 솟아날 구멍이 없다. 사면초가에 빠졌다.
전쟁 같은 삶을 살던 어느 날, 직장 상사 몰래 원하는 직장의 면접을 보게 되고 새로운 삶이 열릴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국적인 교통 파업이 발생해 대중교통 시스템이 마비되자 직장도, 새롭게 얻으려는 직장도, 가정도, 아슬아슬하게 부여잡고 있던 일상의 모든 것이 엉망이 될 위기에 처한다.
오늘도 지각 위기에 놓여 절박한 표정으로 파리 시내를 전력 질주하는 쥘리. 싱글맘의 전쟁 같은 삶에 과연 평화와 여유가 찾아올까.
프랑스 영화 '풀타임'(감독 에리크 그라벨)은 파리 교외에서 홀로 두 아이를 기르는 쥘리의 일상이 무너져 가는 위기를 스릴러라는 장르에 잘 녹여낸 수작이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최우수 감독상과 최우수 여우주연상 2관왕을 석권하고,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바 있다. 올해 처음으로 유료화를 본격화한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의 프로그램 토킹시네마에서 여성영화라는 주제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영화는 쥘리를 통해 싱글 워킹맘의 현실을 스릴 있게 좇아간다. 일 하랴, 애 키우랴 하루하루 숨 가쁘게 달려야 하는 쥘리의 삶은 고달프다. 쥘리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오롯이 혼자다. 육아도, 경제활동도 혼자 책임진다. 쥘리 가족을 보호해주는 사회 울타리도 없다. 쥘리의 삶은 지옥이 된다.
영화는 싱글 워킹맘의 삶의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공감을 일으킨다. 과장은 없다. 매일이 전쟁인 쥘리의 삶은 마치 속도감 있는 연출을 만나 스릴러처럼 느껴져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전쟁과 공포 속에서도 버티고 있는 한 여성의 삶은 이것만으로도 영화가 된다.
쥘리의 삶은 남의 일이 아니다. 여전히 육아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한 사회에서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쥘리 같은 상황에 처해진다면 회사나 사회가 쥘 리가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마음 편히 쉬는 경우도 드물다. 특히 아이 키울 사람이 없으면 결국 여성이 일을 그만두고 ‘경단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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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아픽쳐스 |
지난달 31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서울시 양육자 생활 실태와 정책 수요'에 따르면 서울에서 일하는 양육자 10명 가운데 3명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써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임금 근로자인 양육자 1103명의 28%는 출산휴가 등 직장에서 일·생활 균형제도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일·생활 균형제도 사용시 직장 내 경쟁력 약화(여성 34.1%·남성 29.8%), 동료들의 업무 부담(여성 20.7%·남성 21.9%), 제도 사용 기간 소득 감소(여성 16.9%·남성 16.7%) 등을 우려했다. 특히 남성은 제도 사용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인식하는 경우(15.8%)가 여성(11.3%)보다 많았다.
응답자 대부분(영유아기 84.7%‧초등기 83.9%)은 영유아와 초등 자녀가 돌봄 기관을 이용해도 양육자가 일하려면 추가 돌봄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풀타임’에서 본 싱글맘의 모습은 프랑스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는 조금 더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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