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갑진년 아침, 손주 손녀와 데이트를 하고 생각해 본 '돌봄 경제'

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 2024-01-24 14:08:09
▲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맘스커리어=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첫돌 한 달 앞둔 외손주 이름은 서진이다. 물놀이 겸 바람 쐬러 일산 벨라시타에 왔다며 외손주랑 추억 쌓으러 나오라는 둘째 딸의 전화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고 아가 얼굴도 볼 겸 백석동 ‘Mulnory Baby Swim & Play'를 찾았다. 100여 평 되는 공간의 룸 1/3은 간이 물놀이 장으로 10여 명의 아가들이 튜브를 허리에 차고 발을 차는 모습이 너무도 앙증맞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촬영한다. 혹시나 튜브에 이상 등 안전에 염려하는 젊은 부모들의 시선은 오직 아가들 동작에 꽂혀있다. 30여 분 물에서 놀고 간단한 샤워와 머리를 말리고 화장도 한다. 예쁘게 단장한 서진에게 "수영 참 잘했어요. 엄지 척" 칭찬도 마음껏 해준다. 해맑은 손주 얼굴이 더욱 예쁘다.

 

당초 Mulnory Baby 이용 시간은 평일 무제한, 주말은 2시간이다. 물놀이를 마치고 장난감 등 놀이 기구가 가득한 옆 룸으로 옮긴다. 예쁘고 귀여운 미니 자동차 등이 있는 방에 20여 명의 아가들이 엄마 아빠 사랑 속에 너무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배고픈 아이들은 맛있게 우유와 간식도 먹는 등 천사들만의 공간이자 가장 아름다운 세상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피로에 지친 아빠들을 위해 공간 한쪽에는 전동 마사지 기계도 있다. 원님 덕분에 나발 분다고 서진이 덕분에 아기 돌봄은 뒷전이고 모처럼 30여 분 공짜 전동 마시지에 호강도 맛있게 누려본다.

 

▲[사진=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사진=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사진=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딸한테 이곳 Mulnory Baby Swim & Play 이용권 시간과 가격을 질문하니 5회 권으로 예약되고 한번 입장 시 2만5000원 및 동반 가족 입장 시 5000원을 추가로 계산해야 한다고 한다. 대충 계산하니 한 달 5번 15만 원, 일 년 200만 원이 소요된다.

 

순간 여러 생각이 든다. 이렇게 좋은 시설 좋은 공간에 과연 얼마나 많은 새내기 엄마 아빠들이 아가를 데리고 올까? 신생아 전체 대비 몇% 정도 방문할까? 아가들은 가장 행복하고 풍요롭게, 그 누구나 즐기며 성장해야 하는데 실제 이러한 공간에서 체험하며 성장시키는 아가 엄마 아빠들이 얼마나 될까? 

 

지자체 또는 정부가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복지 확대 정책이 출산율 제고의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현재 육아와 관련해서 어떤 혜택이 있는지 질문하니 '첫 만남 이용권, 돌상 무료 제공, 시간제 보육, 서울형 키즈카페' 등이 있다고 한다.

 

"아빠, 오늘 손주하고 놀았는데 언니 해외 출장으로 내일 생일맞이하는 첫째 외손녀 생일잔치도 해 주시지요?" 

"당연하지!"

 

마침 그렇지 않아도 가보려는 생각이 있던 차 먼저 제안하는 둘째 딸의 마음이 예쁘기만 하다. 빵집에서 케이크는 이모부가 준비하고 아이스크림과 초코파이 과자 등은 할아버지가 사서 큰딸 집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싱가포르 출장 중인 큰딸을 대신해 외손녀 둘 씻기고 밥 먹이고 오전에는 스타필드 구경도 다녀왔다는 큰 사위의 자랑이 고마울 뿐이다. 

 

그렇다!

 

두 딸 내외 부부 모두 직장을 다니는 친정 아빠 입장에서는 늘 미안한 마음이고 또 한편 기특할 뿐이다. 잠에서 덜 깬 손녀들 자동차에 태워 직장 인근 유아원에 맡기고 일터로 향한 후 퇴근 시 다시 케어해 함께 퇴근하는 큰 사위가 늘 자랑스러울 뿐이다.

 

우주 손녀 생일 케이크에 촛불 밝히는 중에, 둘째 딸이 출산휴가를 마치고 출근하게 되면 남편이 육아 휴가를 회사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제는 진급은 포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인다. 둘째 사위 얼굴을 보니 진급도 해야 하고 아기도 돌봐야 하고 수심 가득 찬 모습이다. 수년 전 현직으로 근무 시 남직원이 육아휴직 신청을 해 처음에는 무척 의아스럽게 생각했지만 몇 초 후 아이를 위해 참으로 잘했다고 흔쾌히 동의하고 격려해 준 적이 있었는데 이제 남의 일이 아니고 나의 아이들 일이 되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트 코리아 2024, 돌봄 경제 주제에서 돌봄 경제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돌보느냐 개념에 따라 배려 돌봄, 정서 돌봄, 관계 돌봄으로 구분하며 이중 배려 돌봄은 영유아 어린이 고령자 등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의 신체적 어려움을 챙겨주는 돌봄이라 정의했다. 까마귀는 새끼 돌봄 기간이 4~6주로 다른 새들에 비해 긴데 그 이유로 도구를 사용하는 등 그 지능이 월등히 높다고 한다. 영유아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도 부모의 사랑과 돌봄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가 못한 상황이다. 

 

마침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님은 서울 구로구 아주약품 일·육아 지원 제도 활성화 간담회장에서 “출산율과 여성 고용률이 동반 상승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일·육아 양립이 가능한 여건 조성과 남성의 돌봄 참여 확대가 전제조건”이라며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였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출산·육아기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육아 지원 제도가 큰 도움이 됐다"면서도 "육아지원 제도 활성화를 위해 휴직 기간의 소득 보전 강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통합 사용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도 하였다. 이에 이 장관님은 “정부는 일하는 부모의 육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과 함께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사용 여건 조성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한 기사를 매우 관심 있게 읽었다.

 

매우 시기적절한 중요한 간담회로 생각되고 꼭 그렇게 시현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문제는 남성이 육아를 위해 돌봄 휴직 신청 시 회사는 동의를 하고 신청을 받아주겠지만, 승진 시 불이익 또는 휴직 만료 후 복직 시 지방 발령 등 예상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현실적인 우려를 둘째 딸 내외는 맞장구친다. 정부가 앞장서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까마귀의 긴 새끼 돌봄 시간처럼 대책을 세워줄 수는 없을까?

 

사위둘의 육아 모습을 보면서 맞벌이가 아니었던 필자 입장에서 아이를 보육한 배우자가 무척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 맞벌이 동료들이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맞벌이가 아니면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청춘 남녀들…. 

 

그렇다면 정부가 결혼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남성의 육아 돌봄 휴직, 육아 휴직 등이 가능토록 앞장서서 더욱 제도화시키고 정책화시키는 방안을 찾아주는 것도 옳은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공무원, 공기업 직장인이 아닌 사기업 직장인들, 특히 근로자가 많지 않은 중소기업일수록 아이 돌봄 육아휴직 신청은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천년 지대계를 위해 기업주님들의 큰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당국은 육아 돌봄의 근원적 휴직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방법들이 출산율 제고의 지름길임을 외손자 외손녀와 데이트하면서 느낀 값지고 귀중한 갑진년 새해 벽두 주말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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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前 우리종합금융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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