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 없어 지자체 중재 필요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자신의 사비를 털어 따뜻한 온정으로 길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캣맘. 매일 사료를 챙겨줄 뿐 아니라 다친 곳이 있으면 병원에 데려가기도 하고 중성화 수술도 시킨다.
그러나 선한 의도로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타인의 주거지 근처에서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공급하면서 고양이 울음소리·사료와 배설물 냄새·쓰레기봉투 훼손 등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전현충원에 전시된 전차 옆에 고양이 밥그릇이 놓여 있어 시민들이 분개하는 일이 있었다. 시민들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원에 고양이 밥그릇을 놓아둔 행동은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며 비판했지만 고양이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캣맘 입장에서는 철 덩어리보다 온기가 남아있는 고양이의 생명이 더 중요한 게 당연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에는 "어젯밤 캣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무척 답답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A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고양이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 왜 하필 여기에 밥을 주시는 거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이 동네에서 고양이 밥을 준지 10년이 넘었는데 원래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여기에 살던 아이들이고 자신이 밥을 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며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으니 믿어달라고 하시더라"며 "아무리 깨끗하게 관리를 하셔도 울음소리와 냄새 때문에 불편하고 요즘 날이 추워져 고양이가 지하주차장에도 내려오고 공동 현관으로도 들어와 주민들 반발이 거세다고 말씀드려도 생각을 바꾸시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캣맘이 양해를 좀 해주셔야지 어떻게 하냐고, 중성화 수술을 철저하게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댓글에는 "세상에 캣맘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분들이 법위에 있습니다" "관리사무소도 해결 못하는 문제" "캣맘들 중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서 해결하기 힘들 겁니다" 등 캣맘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길고양이와 캣맘을 향해 도 넘은 분노를 분출한 사건들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전 유성구에서는 누군가 길고양이 사료에 살충제를 뿌리고 학대해 현재까지 8마리의 고양이가 죽었으며 일부 주민이 캣맘을 협박하고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지난달 5일에는 한 남성이 마포구 한강공원에 있는 길고양이 밥그릇에 메모를 남기는 방식으로 2명의 캣맘을 16차례 협박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메모는 "진심으로 내려쳐 죽이고 싶다" "너도 없앨 거다 이미 흉기 구매 완료" 등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고양이와 피해자들을 해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는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4월에는 50마리의 길고양이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학대하고 죽인 20대 남성이 화성에서 붙잡혔다. 이 남성은 이 모든 과정을 텔레그램에 공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월 포항에서는 길고양이 16마리를 엽기적인 방식으로 학대해 죽인 사건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가 강력 범죄의 징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캣맘과 지역 주민의 갈등이 심화되고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중성화 사업을 통해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줄이고 위생적인 급식소를 제공해 악취와 소음 문제를 줄이는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겠다.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