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여성들] 에베레스트 정복 최초 여성 '다베이 준코'

최영하 기자 / 2022-07-27 09:30:03
연약한 육신을 극복한 불굴의 의지, 에베레스트를 최초 정복하다

[역사를 바꾼 여성들] 다베이 준코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중대한 순간에 존재감을 보였던 여성을 조명합니다. 시대의 억압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놨거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될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연약한 육신을 극복한 불굴의 의지, 에베레스트 최초 정복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일본의 평범한 주부 다베이 준코 [사진=위키백과]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육체적 능력 면에서 우월하기 어렵다는 게 보편적인 통념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집념과 정신력으로 물리적 능력치를 극복한 사례도 그리 드물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47년 전, 그때까지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일본의 평범한 주부 다베이 준코가 바로 상징적 인물이다.

1939년 후쿠시마현에서 2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난 준코는 어릴 적부터 등산을 좋아했던 소녀였다. 열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일본 각지의 산을 오르곤 했다. 몸집이 작았던 그는 체육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스야마 산에 오른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느리더라도 끝까지 노력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등산에 대한 자신감은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이어졌다. 쇼와여자대학 영문과에 진학하면서 홀로 도쿄에 머물러야 했던 그는 꾸준한 등산으로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대학 졸업 이후 그는 산악회에 가입해 전문적인 산악인의 길에 들어섰다. 여성 산악인들로 구성된 등산클럽을 설립해 활동하던 준코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970년 클럽 멤버들과 함께한 네팔의 안나푸르나 3봉(7555m) 등정이 그 시작이었다.

산악인인 다베이 마사노부와 결혼한 준코는 출산으로 짧은 휴식기를 가진 뒤 다시금 산악인으로 돌아왔다. 1975년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원정대를 조직해 원대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당시 3살의 어린 딸을 둔 30대 중반의 주부였던 그는 멤버 15명과 함께 히말라야로 향했다. 

그렇게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야심찬 도전에 나섰으나 거대한 눈사태가 베이스캠프를 덮치는 불의의 사고가 벌어졌다. 눈 더미에 눌린 준코는 발목 부상을 입고 말았다. 대원들 대부분은 계속된 등정을 만류했으나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다. 그 같은 불굴의 의지는 결국 그해 5월 16일 그를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세계 최초의 여성이란 타이틀을 안겨줬다.

에베레스트에 오른 준코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1981년 시샤팡마에 이어 몽블랑·킬리만자로·아콩카과·매킨리·엘브루스에 올랐고, 52세의 나이로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하다는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에 등정했다. 그 이듬해 뉴기니의 칼스텐츠에 오르면서 그는 결국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하는 위업을 이룩했다. 이 역시 여성 최초의 완등 기록이다. 평생 동안 그의 발길에 정상을 허락한 산은 세계 56개국 159개에 달했다.

준코는 2016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위대함은 개인적인 성취에만 머물지 않았다. 정상에 오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세계 각국의 여성 산악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노력했다. 환갑을 넘어선 나이에도 매년 수차례씩 해외 원정 등반을 다녔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듬해부터는 피해 지역 학생들과 함께 매년 후지산을 오르는 활동을 이어갔다. 많은 이들에게 여성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또 독려했다. 그 결과 그와 산행을 함께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그의 뜻을 이어 산악인으로 입문하는 여성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수 있었다.

당시 세계적으로도 그랬지만 일본은 특히 성차별주의가 만연한 곳이었다. 준코의 주변 남성들은 그가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비웃곤 했다. 키가 150cm도 되지 않는 유약한 여성과 함께 등반에 나서겠다는 남성은 없었다. 이 때문에 그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산악 원정대를 만들었지만, 이들을 믿고 후원금을 내겠다는 이들 역시 찾기 어려웠다. 산악 경험이 많은 남성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해 모든 준비를 스스로 해야 했다. 그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성취는 바로 차별의 극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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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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