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성취·경제적 부담·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원인으로 지목돼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초저출산 국가인 대한민국은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한 여성이 15~49세의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0.78명이다.
출생아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3년째 인구가 자연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에 주목하며 소멸하는 대한민국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올해 1월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출산 인식 보고서'를 통해 25~39세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 후 출산 계획과 저출산 문제에 대한 생각을 조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44.8%, 남성의 29.2%가 '결혼 후 아기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소득 구간별로는 △연 소득 2000만 원 미만에서 49.2% △2000~3000만 원, 35% △3000~4000만 원, 34.6% △4000~5000만 원, 29.2% △5000만 원 이상, 26.5% 등으로 나타나 소득이 적을수록 '낳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남성은 양육 비용(43%)을, 여성은 올바른 양육에 대한 두려움(28.8%)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지하고 있었다. 남성의 81.8%, 여성의 71.2%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남성은 △경제적 부담(36.2%)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20.2%) △실효성 없는 국가의 출산 정책(14.2%)을, 여성은 △경제적 부담(32.2%)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21.4%)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17.6%) 등을 꼽았다.
저출산 문제가 곧 국가의 존속과 관련돼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아기를 낳고 싶어 하지 않는 삼사십 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힘들게 일궈 낸 제 삶을 잃고 싶지 않아요"
플루티스트 오씨(38세)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학창 시절과 20대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보냈다. 목표하는 바가 명확했고 그곳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삶이었다. 현재는 여러 곳의 대학에서 제자를 양성하고 빼곡한 연주 스케줄을 소화하며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한곳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터라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씨는 "내가 만약 지금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다면 내 꿈을 위해 노력한 시간이 아까울 것 같다"며 "내 온 인생을 다 바쳐 힘들게 이뤄낸 지금의 커리어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살고 싶어요"
올해 결혼 4년 차인 김씨(35세)는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딱히 들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데 천문학적인 교육비가 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남편과 둘이 버는 수입으로 전세 대출을 갚으며 빠듯하지만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
김씨는 "남편과 퇴근 후 문화생활을 즐기고 소소한 캠핑·여행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며 "아이에게 들어갈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의 꿈을 먼저 이루고 싶다"고 전했다.
"평범하게 살기도 힘든 세상을 내 아이에게까지 겪게 하고 싶지 않아요"
뉴욕에 거주 중인 김씨(45세)는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합의했다.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점점 더 희망을 찾기 힘들어질 거라 판단해서다. 이러한 생각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인의 발을 꽁꽁 묶어 버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더 확고해졌다.
김씨는 "타지에서 언어의 장벽·인종 차별 등에 맞서며 너무 힘들게 살다 보니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며 "평범하게 사는 것도 힘든 지금 세상에서 아이를 낳아 나와 똑같은 힘듦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이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지금의 삶을 살아내고 지켜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아이를 낳아도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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