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끝이 좋은 시작을 위해

정인성 노무사 / 2023-12-19 14:00:59

▲정인성 인성공인노무사사무소 노무사
[맘스커리어=정인성 노무사] 모든 세상만사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보통의 경우 시작보다는 최종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시작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 법률적 ‘관계’에 있어서는 ‘시작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을 자주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일을 끝마치기는 그리 어렵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필자도 어떤 목표나 계획을 세우고 난 후에는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시작이 반’이라는 기대와 믿음으로 이후 순조롭게 흘러가 어렵지 않게 끝나는 좋은 결말을 바라곤 한다. 그러나 모든 일들이 이렇게 흘러가면 좋겠지만 ‘사람’이 중심이 되어 형성된 ‘관계’에 있어서는 사전적인 의미와 다르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사회적 규범과 제도하에서 여러 가지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그중 기업조직과 인재들이 만나 회사 대 개인으로 개별적인 ‘근로관계’를 형성하거나 단체성을 띤 집단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되어 상호작용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그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여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근로관계’나 ‘노사관계’는 모두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예컨대 공부를 시작하여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다이어트를 시작하여 체중을 감량하는 일들과는 그 시작에 있어서 다른 특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노사관계의 특색을 고려하여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을 새롭게 바꿔보면 ‘준비된 좋은 시작은 모두가 만족하는 행복한 노사관계의 실현하는 첩경이다’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회사가 적합한 인재를 모집하고 선발하는 ‘채용’ 절차와 이를 거친 후 법령과 회사 규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로관계’가 형성되는 단계가 바로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와 개인 모두 좋은 만남과 시작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는 소중한 인격체인 근로자를 위하여 적법하고 적정한 근로조건을 마련하고 근로자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모집과 선발과정 전반을 통해서 회사의 근무환경과 업무 특성, 회사 규정 및 제도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지시킨 후 근로계약 체결 단계까지 이르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면 이는 근로 계약 서면 작성 및 교부 의무 준수라는 법적의무 준수 이상으로 좋은 시작을 위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회사는 이러한 준비된 시작을 통해 동고동락하게 될 근로자에게 큰 신뢰와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좋은 시작을 하지 못하는 회사도 많다. 생산성이 낮고 이직률이 높으며 노동분쟁이 빈번한 회사들을 보면 대체로 첫 시작 단계부터 회사의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심지어 기본적인 근로계약서조차 미비 되어 있는 등 기초 수준의 법규조차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한편 조직의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근로자 개인 역시도 좋은 시작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가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 배려 의무가 있다면 근로자도 회사에 대하여 ‘충실의무’를 가진다. 입사지원 시 허위나 과장된 스펙이나 경력을 기재하면 안 될 것이며 채용이 되어 회사에 근무할 때는 회사의 제규정과 방침을 준수하고 조직 구성원들과 융화하여 성실히 일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근무해야 할 것이다. 보통 3개월 정도를 수습(시용) 기간으로 두어 업무 적격성 평가를 거친 후 본채용을 하는 기업이 많이 있는데 입사지원서 상의 스펙이나 경력, 자기소개서의 내용, 면접 당시 얘기했던 것과 실제 근무태도나 능력의 차이가 커서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근로자들도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회사 또는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 간의 집단적인 노사관계 역시도 ‘좋은 시작’은 너무나 중요하다. 노사관계는 태생적으로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는 대립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갈등’ 상태가 내재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상생할 수 있는 대화와 협상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노사관계에 있어 좋은 시작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서로의 입장의 차이, 서로의 이해 관심사를 확인하고 대화의 물꼬를 터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만약 이와 반대로 회사가 노조활동을 혐오하여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고 배척하거나 노조 역시도 회사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강경투쟁만을 고집하여 힘으로만 싸우려 한다면 좋은 결말을 얻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이렇듯 회사와 근로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근로관계와 노사관계를 만들어가고 좋은 결말을 맺기 위해서는 준비된 ‘좋은 시작’은 아주 중요하다.

 

좋은 인연(관계)은 시작보다 끝이 좋은 인연(관계)이라고들 말하지만 ‘좋은 시작’이 있다면 분명 ‘좋은 끝’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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