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권지현 기자] 바쁜 직장생활, 이보다 더 전쟁인 육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힘들어하는 워킹맘들에게 잠깐 휴식은 '힐링'과도 같습니다. 워킹맘들에게 잠깐의 쉼표가 될 도서,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인륜지대사’라는 결혼. 요즘은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다. 이는 수치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0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혼인율이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30대 남자의 미혼율을 50%를 넘는다고 한다. 서로 다른 가족과 엮이는 결혼이라는 제도보다는 혼자 속 편히 살겠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사랑해서 결혼해도 서로 다신 안 볼 듯, 피 터지게 싸우는 게 결혼이다. 주위에서 결혼을 추천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사랑하는 연인들은 오늘도 둘만의 행복한 결혼을 꿈꾼다. 과연 결혼은 무엇이길래 다들 결혼, 결혼할까.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 세 권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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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결혼생활' ▲ 토스트 |
평범한 결혼생활/임경선 지음/토스트/1만5000원
"대체 누가 결혼생활을 ‘안정’의 상징처럼 묘사하는가. 결혼이란 오히려 ‘불안정’의 상징이어야 마땅하다."
이 문장에 무릎을 탁 치는 독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임경선 작가가 쓴 산문집 '평범한 결혼생활' 속 한 구절이다. 임 작가는 '가만히 부르는 이름', '태도에 관하여',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등 소설과 산문을 꾸준히 써오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는 결혼생활이다. 이 책이 출간된 2021년 3월 11일 저자의 결혼 20주년 기념일이다. 만난 지 3주 만의 급작스러운 청혼, 고작 석 달간의 짧은 연애 그리고 바로 이어진 20년간의 결혼생활.
저자는 말한다.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또한 "결혼은 복잡하게 행복하고 복잡하게 불행하다"고 할 만큼 결혼의 현실을 솔직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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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출판 |
5년 만에 신혼여행/장강명 지음/한겨레출판사/1만3000원
'댓글부대', '한국이 싫어서' 등으로 문학상을 휩쓴 작가 장강명의 첫 에세이인 '5년 신혼여행'은 저자가 2014년 11월 아내와 3박 5일로 보라카이 신혼여행을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청춘 이야기, 연애 이야기, 결혼, 그리고 결혼 후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별 희망이 안 보이던 자신에게서 어떻게 희미하게나마 무언가를 건져냈는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내와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는지, 그리고 끝내 한국을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말이다.
이들 부부는 예사롭지 않다. 결혼식의 허례서식을 거부하고 혼인신고만 하고 같이 살기 시작한다. 아이도 낳지 않기로 했으며, 명절 때 부모님댁에는 혼자 가기로 했다. 신혼여행도 5년 만에 간다.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했다. 정해진 대로 살 필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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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KM |
요즘 것들의 사생활: 결혼생활탐구/이혜민 지음/ 900KM/1만5000원
2018년 발간한 이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한 부부가 자신들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시도 중인 젊은 부부 열 쌍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부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결혼식에 대해 '싫은 거 빼니까 남는 게 없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요즘 것들'이다. 당연한 듯 대물림 된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육아로 인한 남편의 '칼퇴'는 용인되기 힘들지만 일하느라 바쁜 여성은 '나쁜 엄마'로 낙인 찍히는 사회의 불합리함을 지적한다. 이것을 단순한 불평이나 하소연으로 끝내지 않고 남다른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가고 살아가기 위한 시도와 도전으로 이어간다.
이 책은 ‘요즘 것들’인 젊은 부부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세상이 말하는 결혼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 답고 우리 답게’ 살아가는 새로운 결혼생활의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결혼은 더 이상 불합리한 의무와 고정관념으로 점철된 ‘무덤’이 아닌, 두 사람의 의지대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다양한 결혼의 형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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