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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인이자 작가 이정수 |
[맘스커리어=이정수 작가] 겨울방학을 하고 초등학교 3학년 우리 딸 리예는 원 없이 놀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학원을 미술밖에 안 다니는 관계로 많이 노는 편이긴 한데 이젠 더 놀고 있다.
‘애들은 방학 때 놀아야지!’라고 말하는 나도 보름 정도 지켜보고 있자니 뭔가를 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역시 아내는 못 견뎠던 것 같다. 나에게 4학년 1학기 문제집 공구 링크를 보내왔다.
공구라서 싸기도 하고 어차피 4학년이 되면 한 세트 갖출 생각이었기 때문에 바로 구매를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선행이라는 이름으로 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내는 왜 기왕 샀는데 풀지 않냐는 것이다. 다른 애들은 방학 동안 여러 가지 학원 다니면서 많이들 배우는데, 우리 애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냐는 것이다. 사실 몇 달 전 아이의 교육 문제를 거의 일임 받은 상태라서 나의 방식에 별반 터치가 없었는데, 역시 방학은 엄마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어 버렸다. 어떤 마음인지 잘 안다. 아이가 몇 년 후면 중고생이 될 텐데, 그때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일 거다. 이해는 하지만 아직 배우지도 않은 교과 내용을 문제집으로 풀면 아이는 내용도 잘 모르면서 정답을 맞히는 훈련만 할 것 같아서 피하고 싶었던 거다.
사실 이건 내 잘못이다. 기존의 학습법과 다른 나의 계획을 아내에게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했어야 했다. 아이의 교육법 때문에 아내와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 칼럼은 독자분들의 마음도 마음이지만 우리 아내를 설득하고 싶어서 쓰는 측면이 강하다. 물론 나를 가장 잘 아는 배우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세상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도 본다.
요즘 나는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현 평가 방식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출제자가 정해놓은 정답을 누가 가장 빨리 찾아내냐는 평가 방식을 대비해서 공부를 시켜봐야 이 어려운 세상에서 자생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가 어렵다.
어차피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방식은 배움의 즐거움은커녕 공부에 반발만 생길 뿐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뭘 재미있어하는지 경험하고 알 “시간”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남고 심심해야 한다. 그래야 재미있으려고 뭔가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일을 알고 그걸 자연스럽게 파게 되는 거다.
일례로 리예는 만화를 좋아해서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게 됐는데, 그러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졌다. 그러더니 최근에 스스로 일본어 회화책을 샀다. 이런 게 진짜 공부다.
이쯤 되면 부모들은 생각할 거다. ‘현행의 시스템에서는 이 말처럼 하기 어렵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자. 지금 이 시스템은 뭘 위한 것인가?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한 시스템이다. 대학은 왜 가나? 좋은 회사에 취업해서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그럼 이 목적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미래를 살 우리 아이들은 취업에 포커스를 맞추면 안 된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은 개인사업자로 키워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좋은 대학에 보내야지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좋은 개인사업자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자라면 취직하고 싶으면 취직하고, 창업하고 싶으면 창업도 할 수 있고, 할 일이 너무도 많아진다. 딱히 어딘가 취직하기 위해 목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럼 어디 가서든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소위 무능력 무책임한 직원들과 일해본 사람이라면 나의 이 개인사업자 이론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성공한 개인사업자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했던 사람들이다. 세상의 시스템에 몰입했던 사람들이 아니고, 부모가 시킨 대로 산 사람들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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