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엄마가 잘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죠"

김혜원 엄마기자 / 2023-04-28 14:10:06
미앤드 서혜원 대표
"우리 아이가 엄마가 되어서도 찾을 수 있는 기업이 되고파"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서혜원 대표는 딸아이에게 편하고, 체형에 잘 맞는 속옷을 찾다가 ‘미앤드’를 설립했다. 마트와 속옷 가게를 뒤져서 사 온 속옷을 딸아이는 불편하다며 전부 거절했다. 돈도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어 속옷 디자이너인 친구에게 하소연 겸 상담을 하다가 불쑥 ‘그럼 우리가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곽남주 미앤드 대표는 유명 브랜드에서 청소년 속옷을 처음 론칭한 경력이 있다. 2021년에 시작한 미앤드는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원단까지 직접 공들여 미앤드의 속옷은 편안하게 오랫동안 입을 수 있어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또 제로웨이스트 아이템으로 손수건, 친환경 수세미 등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혜원 미앤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서혜원 미앤드 대표[사진=미앤드]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앤드 대표 서혜원입니다. 지역에서 10년간 해 온 협동조합 활동을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기업 미앤드를 공동운영하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중학생 딸아이를 두고 있습니다.

 

- 미앤드 소개도 부탁드려요.

 

미앤드는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 착한 패션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편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패션 브랜드에서, 제작과정에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해 환경 및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성장기 청소년에게 가장 편안한 속옷을 첫 번째 제품으로 선보였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생활의류, 소품 등도 소개합니다.

 

저희 공동운영자들은 백두대간을 누비며 오랜 기간 아웃도어 활동을 해 왔습니다. 환경과 사회에 대한 공감대를 갖게 됐고, 창업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희 미앤드는 자연과 사회 그리고 사람이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착한 소비를 일으키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제품을 이용하는 우리 아이가 엄마가 되어서도 찾을 수 있는,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 미앤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딸아이에게 편한 속옷을 입히고 싶어서라고 들었습니다.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딸아이의 2차 성징을 겪으며 주니어 속옷을 여러 벌 샀는데 아이가 거부했습니다. 입지 못하고 버려지는 옷이 늘어 가고, 우리 아이에게 맞는 속옷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더 오래 입을 수 있을까, 버려지는 옷은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될까 등에 대한 고민 역시 쌓였습니다.

맘에 드는 옷은 오랫동안 아껴서 잘 입게 되는데 그렇지 않은 옷들은 결국 버려지죠. 집에서 입는 홈웨어라도 패션이 마음에 들거나 편안하면 오래 입지만 그렇지 않으면 처분합니다. 저도 안 입고 버린 옷이 꽤 있더라고요.

 

의류는 재활용도 쉽지 않고 소재 자체도 친환경과 어울리지 않죠. 그래서 ‘딸아이에게 맞는 속옷부터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왕이면 그 속옷도 필요한 부분만 교체해서 입으면 오래가지 않을까 생각해 보고, 버려지더라도 재사용되거나 썩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미앤드를 만들게 됐습니다. 

 

저 역시 경력 단절을 겪으며 일하고 싶지만 잘되지 않은 경험이 있습니다. ‘잘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일할 일터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 왔는데요. ‘미앤드가 그런 역할을 하겠다’라는 의지도 생겼습니다. 이 즐거운 일터가 100년, 200년 아니 더 오랫동안 이어지도록 바라고 있습니다.

 

- 타제품과 차별화된 미앤드 속옷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애매모호하고 불필요한 3-STEP 단계 구분을 없앴습니다. 대신 성장 과정의 신체 변화를 자연스럽게 맞춰 주는 제품 개발했습니다. 두 번째는 성장단계를 세분화하되 과도한 제품 세분화로 인한 과소비와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했습니다. 세 번째는 사이즈가 자주 변하는 성장기에도 구입 뒤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제품의 구조설계 및 봉제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 미앤드 속옷을 입는 청소년 혹은 사 주는 부모 고객에게서 받은 피드백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오랜 기간 준비하기는 했지만 브랜드 런칭을 하니 실패의 두려움이 컸습니다. 희망과 두려움, 조급함 등이 모두 교차한 그즈음에 저희 제품을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첫 고객분은 기억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분이 ‘조금 비싸긴 한데 우리 딸아이가 이것만 찾아서 계속 사게 되네요.’라고 간단한 후기를 남겼습니다. 브랜드 런칭 후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계속 구입하는 고객이세요. 그 어떤 피드백보다도 저희 제품의 목적을 잘 이해해 주는 믿음직한 고객이라 고맙고 기억에 남습니다. 

 

- 현재 제로웨이스트 아이템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일주일 손수건, 슬리퍼 모양 수세미, 미니백 등인데요. 일주일 손수건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으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구나라는 두려움과 우리의 소비와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일 생활소품을 떠올렸습니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종이 티슈, 설거지할 때 필요한 합성세제, 어린 자녀를 돌보는 엄마라면 쓸 수밖에 없는 물티슈와 일회용기저귀, 여성에게 꼭 필요한 생리대 등이 있죠. 이 제품은 재활용이 어렵거나 특별한 과정 없이 그냥 버려집니다.

 

▲ 미앤드의 일주일 손수건[사진=미앤드]

저희 미앤드는 이런 생활 쓰레기부터 없애 보고 싶었습니다. 한창 화두가 되는 제로웨이스트를 생각했습니다. 쓸 수밖에 없다면 오랫동안 쓰고 버려져도 썩거나 환경에 무해한 제품을 만들고자 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이 지금의 제로웨이스트 아이템이에요. 지금도 주변에서 제로웨이스트가 가능한 아이템들을 계속 찾고 있어요. 그러면 당연하게만 생각한 쓰레기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 봅니다.

 

- 나눔도 실천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미앤드의 속옷을 여성 청소년에게 제공한다고 하셨는데 언제 또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주변에 가정폭력으로 집을 떠난 여성들을 위한 임시 쉼터가 있습니다. 쉼터에 계신 분들에게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속옷을 제공했습니다. 또 지난가을 광명시 사회적경제센터의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자립 준비를 하는 ‘보호종료 청소년’에게 펀딩을 통한 수익금 일부를 대학입학금으로 보탤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 미앤드는 하고 싶은 일을 천천히 거북이처럼 하며 다른 이와 더불어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사진=미앤드]

 

- 지난해 미앤드가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고 들었습니다. 정부의 예비사회적기업 관련 지원을 받아 달라진 점이나 나아진 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미앤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천천히 거북이처럼 하다 보니, 그 결과가 지금의 미앤드인 것입니다. 다만 예비 사회적기업이 된 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요란하고 시끄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달라졌습니다. 또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협업할 기회가 많아져 좋습니다.

 

- 대표님은 자녀를 양육하는 워킹맘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언제 가장 힘들었는지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힘든 일은 언제나 ‘밥’과 ‘방학’입니다. 아빠, 친이모, 아랫집 이모, 배달앱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힘듦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바쁜 엄마 대신 간식과 저녁밥을 챙겨 주는 이웃집 이모를 아이가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창업하기 전. 마을에서 하고 싶었던 일이 어린이 식당이었습니다. 하교하다가 들려 간식도 먹고 숙제도 하고 엄마가 오기 전까지 저녁밥도 먹고 할 수 있는 어린이 버전 경로당이랄까요. 언젠가는 그 일도 꼭 하고 싶습니다.

 

- 여전히 육아로 여성이 경력 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을 기록할 정도입니다. 최근엔 고령화로 인한 가족돌봄으로 여성이 직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님은 개인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여성이 직업 활동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도록 육아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합니다. 이건 개인이 하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국가 또는 공적 영역에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어쩔 수 없이 경력 단절 기간을 거친 여성의 일자리가 수월하게 확보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앤드는 전문성을 갖고 일하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우선 채용하고 있습니다. 

 

- 엄마들은 결혼과 출산 이후 경력 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일하고 싶은 분들께 격려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엄마가 바쁘면 아빠랑 친해질 기회가 많아지고, 아빠와의 사이가 좋아집니다. 때때로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고, 자녀에게 미안하기도 할 것입니다. 응원합니다.

 

- 미앤드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자연은 생명의 본거지로서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곳입니다. 그것이 사회적인 가치를 함께하는 사람과 할 수 있는 일이자 저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저희 미앤드는 나의 소비가 착한소비가 될 수 있고 그 소비로 우리와 사회, 지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오랫동안 살아있는 기업으로서 착한기업, 양심적 패션기업의 미앤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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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김혜원 엄마기자

많이 듣고 정성을 다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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