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는 이제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며, 사회 전반에서도 출산·양육 환경 및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출생아수가 15개월 연속 증가하고, 3분기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은 0.81명으로 지난해 0.75명보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기업 언론사 맘스커리어는 저출생 문제의 근본 원인을 ‘양육하는 부모들의 고민’에서 찾고, 그 목소리를 국회에서 직접 전달하기 위해 ‘국회에서 함께하는 육아 공감토크’를 마련했다. 육아하는 엄마·아빠·예비 부모가 중심이 되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 ▲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맘스커리어] |
행사는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엔 많은 가족이 함께했다. 손을 꼭 잡고 온 임산부와 예비 아빠, 유모차를 밀고 온 엄마, 아기띠를 한 아빠 등으로 입구는 긴 줄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시작 전부터 행사장은 아이들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로 가득했고, 이정수 사회자는 “아이가 울어도, 떠들어도, 자도 아무 상관없다”라며 “특히 임산부 분들은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언제든 가시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엽 프라임경제 대표, 채현일 국회의원, 김태희 순천향대부천병원 교수 등 많은 내빈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는 인사말에서 참석해 준 양육자들을 향해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가장 중요한 VIP는 여러분이다”라고 강조했다. “맘스커리어는 저출생 극복과 경력단절 해소를 위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등포에서 시작된 맘스커리어가 국회에서 행사를 열게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여러분 덕분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참석자들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 ▲ 러닝 전도사 안정은 런더풀 대표[사진=맘스커리어] |
행사의 첫 순서로는 러닝 전도사 안정은 런더풀 대표의 특강 '맘스 세바시: 나로 행복해지는 시간'이 진행됐다. 28개월, 4개월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이자 러닝 전도사로 활동하는 안 대표는 무대에 올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다움’을 지키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임신과 육아를 하면서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주변에선 “이제 달리기는 끝났네” “임산부가 무슨 달리기냐”라며 걱정 어린 말을 했다. 그는 해외 학술 자료를 찾아보며 임산부가 중강도 운동을 하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안 대표는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에 주치의와 꼭 상의해야 한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안정은 대표는 “저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제 몸과 아이의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운동을 이어가는 힘이 됐다”라고 회상했다.
두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건강하게 출산한 뒤에도 육아와 운동을 병행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출산 후 아이와 함께하며 좀처럼 혼자 달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하루가 바쁘게 흘러갔다. 그러던 중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바로 유모차 러닝이었다. 유모차를 밀며 마포대교를 달리다 한 할머니가 “설마 애를 태우고 뛰는 거야?” 하고 말해 두려움이 밀려온 적도 있었다. 가슴이 철렁해 아기를 살폈지만 정작 아이는 곤히 자고 있었다. 이 말 한마디에 엄마는 놀라고 두려워한 것이다. 그때 그는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유모차 러닝은 안 씨의 일상이 됐고 곧 새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내가 두려워하는 건 시선이지, 아이와 나의 건강은 아니었구나”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모차 러닝은 곧 그의 일상이자 새로운 공동체의 시작이 됐다. 처음에는 몇 명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참여하는 엄마·아빠가 늘었고, 결국 ‘캥거루크루’라는 유모차 러닝 팀으로 확장됐다. 그는 “혼자 같았던 마음에 동지가 생기기 시작했다”라며 “다들 아이와 함께 뛰고 싶었지만 눈치 보였던 것뿐이라는 걸 알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가을 서울시가 개최한 ‘유아차 런’에는 무려 유모차 5천 대가 모였다. 신청은 하루 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안정은 대표는 이날을 떠올리며 “나처럼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부모가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했다”라고 했다.
| ▲ 참석자들이 안 대표의 말에 경청하고 있다.[사진=맘스커리어] |
그는 육아하며 자존감을 지키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기록하기’다. 그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기록은 ‘나의 마음과 만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글, 음성 메모, 사진, 스티커 등 어떤 형태라도 좋으며, 작은 기록 하나가 “오늘의 나도 최선을 다했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움직이기’다. 몸이 굳어지면 마음도 굳는 법이라며, 아이 때문에 집에서만 머물러도 팔·상체를 움직이는 간단한 동작만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엄마가 편안해야 아이도 편안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리듬 만들기다. 그는 “아이에게 하루의 리듬이 필요하듯, 엄마도 자신의 리듬을 되찾아야 한다”라며 예측 가능한 하루를 스스로 설계하는 것이 마음의 여유를 찾는 데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안정은 대표는 “육아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싸움이 아니라,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많은 부모가 서로의 동지이고, 저 역시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다”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이어진 토크 콘서트 '2026년, 맘들의 희망을 말한다'에서는 사회자 이정수와 안정은 대표, 채현일 의원이 함께했다. 현장에서 수집된 ‘엄마들의 희망 카드’를 주제로 임산부 프리패스, 육아 편의성, 출산 환경 개선, 아빠 육아참여 문제 등 현실적인 고민을 나눴다.
채현일 의원은 “출산·돌봄·교육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산부와 육아 가정을 위한 혜택이 자연스럽게 작동해야 한다”라며 “아이를 낳을지 고민하는 환경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도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빠 육아와 관련해서는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직장 분위기, 고용 불안, 승진 불이익 우려 때문에 실제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라며 “국가가 사회 전반에 아빠의 육아 참여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확실히 보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이와 청소년이 놀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남은 공간이 있으면 건물을 짓는 것이 우선시된다”라며 “선진 도시는 도시 계획 단계에서 전체 공간의 3분의 1을 공원·복지 공간으로 확보한다. 우리도 공공영역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경력단절 여성 문제에 대해서도 “일할 사람은 많지만,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 일자리가 없다”라며 “AI 시대에 생겨나는 새로운 일자리를 경력보유 여성에게 우선 배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력단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며, 국가가 육아·교육·돌봄 시스템을 총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에 이어 국회 미래세대 육성계획 ‘저출생·인구 절벽 극복 프로젝트’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도 진행됐다.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한 개인과 브랜드에 수여되는 상이다. 성평등가족부장관상을 받은 김장관 지형건설 사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환원이라 생각한다”라며 “미래세대를 위해 묵묵히 걸음을 내딛는 이금재 대표를 응원한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의 행복을 기원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상을 받은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무겁고 슬픈 단어인 저출생을 기쁜 말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온 이금재 대표님께 감사드린다”라며 “여러분의 자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생의 보배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채현일 의원은 “영등포구청장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맘스커리어와 국회에서 이런 자리를 만들게 돼 기쁘다”라며 “저출생, 경력단절, 육아와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 현장에서 들은 부모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행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와 일동생활건강·아누리·헬로랩·더블하트·바이오모아메디칼·픽셀·라브리에·엘빈즈·럽맘·한국산후조리원연합회·참약사·베이비박스·브릿지경제신문 등 다양한 기업과 단체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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