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일과 육아 양립 어려워... 돌봄 지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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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리현 가온한부모복지협회 대표와 자녀들 |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2023년부터 한부모가족 지원 예산이 18% 늘어난다. 정부는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급을 위한 소득기준을 60% 이하로 완화하고, 지원 금액도 20만 원으로 일원화한다. 양육비 이행지원 제도 안내와 상담을 위한 가족센터의 역할을 확대한다. 양육비 지원 사각지대에 있던 출생신고 전 미혼부 자녀에 대한 아동양육비 지원 절차도 간소화된다. 이밖에도 여성가족부는 한부모가족이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한부모가족의 생활 안정, 비양육부모의 자녀 양육 책무 강화를 담은 정책 계획을 내놓았다. 엄마·아빠 역할을 다 맡은 가장인 한부모가족의 양육자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공동체를 마련하고 정책 마련을 위해 목소리를 내 온 박리현 가온한부모복지협회 대표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먼저 박리현 대표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싱글맘인 박리현입니다. 현재 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는 비혼모들의 공동체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싱글맘으로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다 보니 많은 한부모가정이 양육비뿐 아니라 법과 복지제도의 이해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어려움은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의 아픔이 되었죠. 가온한부모복지협회는 2019년 정부나 외부지원 없이 미혼인 한부모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입니다. 아무래도 당사자들이 모여 있으니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한부모가정을 도와 양육자와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 당당히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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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한부모복지협회는 2019년 정부나 외부지원 없이 미혼인 한부모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다. |
- 출산과 육아는 여성이 일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비혼모의 경우에도 물론 그러할 것입니다. 비혼모들의 경력 단절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육아 실정은 어떤가요?
일과 육아를 균등하게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돌봄의 문제로 안정적인 직업군을 선택할 수가 없거든요. 이런 어려움은 경력단절로 이어집니다. 이후 경제 활동을 위해 다시 사회로 나갔을 때는 나이나 경력단절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소득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일하면서 돌봄의 어려움을 겪게 되면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학원으로 아이를 돌릴 수밖에 없고요. 그마저도 안되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방임에 이르게 됩니다. 일과 양육을 균등하게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근무 환경제도가 시급합니다.
- 대표님 역시 워킹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일도 하고 계십니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신지 그리고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돌봄 문제가 가장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엄마들이 아이돌봄서비스를 받으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기에 왜 그럴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정부에서 한부모가정의 경우 돌봄지원 시간도 늘려 줘 돌봄서비스 신청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제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저희 아이를 돌봐 주러 선생님이 무조건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돌봄 신청을 해도 매칭이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어쩔 수 없이 일터에 아이를 데리고 같이 다녔어요.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아이를 데리고 가도 크게 이상하다고 보시는 분이 안 계시기에 가능했습니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셈이지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 업무 마감이 늦어질 경우는 어린이집 원장님의 배려로 밤 10시까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돌봄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 혼자 아이를 키워도 한부모 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모든 한부모가정이 한부모가족증명서를 발급받진 못합니다. 이혼한 분은 당연히 자신이 한부모라 생각합니다. 혼인관계 증명서도 이혼을 증명하고 있거든요. 어느 날 아이 어린이집 입학 신청을 하고 원에서 한부모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안내를 받아 주민센터에 발급받으러 갔다가 한부모증명서 발급대상이 아니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한부모가족 증명서 발급기준은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나이를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만 25세 이상의 한부모가족 또는 조손가족에 대해서는 기준 중위소득의 60%이하, 복지 급여기준 중위소득 52%이하를, 만 24세 이하의 청소년 한부모가족에 대해서는 기준 중위소득 72% 이하, 복지 급여 기준 60%이하를 기준으로 발급하고 있습니다. 저희 안에서 우스갯소리로 홍길동전에 나오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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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한부모복지협회의 한부모 가족과 함께 |
- 올해부터 한부모가족 지원정책이 보다 확대됐습니다. 박 대표님도 이를 위해 애를 많이 쓰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십니까?
저뿐 아니라 한부모가족 지원정책의 개선에 목소리를 내주신 많은 분이 계십니다. 그분들 덕분에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한부모가족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직 저희가 홀로 아이를 키우며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서 저희 스스로가 한부모가족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으로 만드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 ‘무조건 출생신고를 강제하는 입양특례법처럼 현행 출생신고 관련 법령과 제도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박 대표님이 생각하는 대안이 있으신가요?
현재로서는 위기임산부와 아기를 살리는 ‘보호출산법’이 최우선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양특례법개정으로 아기의 친생부모의 알권리를 위해 생모가 출산 후 자신의 앞으로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을 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위기에 처한 임산부들이 아기를 낳아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기의 소중한 생명도 살리고 또 위기 임산부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출산법이 기본출생등록제와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이 점점 높아집니다. 방송인 사유리 씨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죠. 이렇듯 가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은 아직도 비혼출산에 대해 부정적인데요. 국가에서 어떤 정책을 펼쳐야 귀한 우리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선 사유리 씨와 저희 미혼한부모는 별개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미혼모에서 비혼모라는 수식어가 붙더군요. 미혼모보다는 비혼모라는 말이 뭔가 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엄연히 사유리 씨는 저희와 다른 자발적 비혼모입니다.
사유리 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할 수 밖에 없던 부분들은 볼 수 없었습니다. 사유리 씨 또한 자신은 어쩔 수 없는 건강상 이유로 정자 기증을 통해 출산했지만 비혼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자신의 선택에 당당하기에 아이와 티비 출연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와 아이들의 사회적 인식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사유리 씨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과 아동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 참여를 할 수 있고, 일과 육아를 균등하게 양립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그것은 저희가 당당하게 살아갈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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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표는 여성과 아이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상담소가 마련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
- 비혼모로 출산 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엄마를 위해 “비밀보장이 되는 상담이 이루어져야 하며 관련 기관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베이비박스는 위기에 처한 임산부가 자신들의 비밀을 보장받고 상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정부에서 위탁받아 위기여성을 지원하는 상담센터에서는 당사자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출생신고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이비박스의 사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제주도에 사는 위기 여성은 출산 후 하루 만에 아기와 배를 타고 인천으로 와서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있는 베이비박스를 찾기도 했습니다. 몸도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요. 물론 제주도에도 위기여성을 지원하는 상담기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밀을 보장받으며 상담받을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하다 보니 제주에서 서울까지 오게 됐습니다. 전국에 있는 위기여성들이 서울로 올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여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안전한 출산을 통해 여성의 생명과 아기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상담소가 전국 곳곳에 마련되어야 합니다.
- 맘스커리어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맘스커리어 독자님들에게 싱글맘의 어려운 현실과 또 국가정책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이금재 대표님께도 고맙고요.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려는 싱글맘들의 고군분투 이야기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싱글맘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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