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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인이자 작가 이정수 |
[맘스커리어=이정수 작가] 일전의 내 칼럼에서 코미디언은 늘 '져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져줄 준비라는 것 안에는 코미디언의 묘한 특징이 숨어있다. 그들은 싸움을 못 한다. 일일이 내가 다 싸워서 확인을 했다는 것은 아니고, 패기가 느껴지지 않음에서 그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카지노라는 드라마에서 배우 최민식 님이 차무식이란 배역을 연기했다. 웬만한 조폭은 명함도 못 내밀 패기로 압도하는 역할이었다. 사실 이런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실제 그 배우에게 외모와 성격에 그런 패기가 있어야 한다. 배우 허성태 님도 비슷하다. 일단 외모에서 싸움을 잘 한 것 같은 압도적인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실제 본인 성격은 수줍음이 많은 분 같지만…. 어쨌든 그렇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싸우지 않아도 싸움 잘 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좀비가 골목에서 마동석 님을 보자마자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왜 도망을 쳤겠는가? (그 짤을 아직 안 봤다면 꼭 찾아보길 바란다. 너무 웃기다)
아무튼 이런 느낌이 코미디언들에겐 거의 없다. 실제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싸움을 잘하는 코미디언이 대성한 사례를 못 봤다. 왜냐면 사람을 웃기기 위해선 편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압도한 상황에서는 웃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사장님의 농담이 재미없는 이유다. 상대에게 편안하게 느껴져야 하고, 상대를 편하게 만들어야 웃음을 만들 수 있다. 방송에서 코미디언들이 시골 장터 같은 곳에 가면 어르신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코미디언들의 등짝을 때리며 친근함을 표현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마동석, 최민식, 허성태를 장터에서 만났다고 그렇게 하겠는가? 안 한다. 유독 코미디언들에게는 그게 가능하다.
내가 예전에 강의를 갔을 때 일이다. 강의장 입구에 포토존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들이 나를 끌고 가서 거기서 사진을 찍어주라고 하시는 거다. 물론 포토존이 있어서 찍어 드리려고 마음은 먹고 있었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 드릴까요? 하고 내가 물은 것도 아니고,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하고 물으신 것도 아니다. 다짜고짜 잡아서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 거다. 그리고 어머니들이 줄줄이 오셔서 사진을 찍으시는데, 이건 마치 놀이동산 너구리가 된 것 같았다. (기분 나빴다는 뜻 아님) 아무튼 이 또한 친근해서 그런 거다.
서두가 좀 길었다. 요즘은 사람들과 대면할 때 편안한 느낌을 받기가 어려운 것 같다. 많이들 예민해졌다. 사람들이 대인관계하는 것도 좀 서툴러졌달까? 하지만 결국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거다. 내 주변에 날 아껴주는 사람들이 많길 바란다면 먼저 편안한 사람이 되어 보길 권하고 싶다. 편안한 사람이 되려면 관대해져야 한다. 소위 사람들이 선을 넘었을 때도 관대하게 넘어가 주면 되는 거다.
그런데 이러면 혹시 내가 호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 호구가 되면 어떤가? 그리고 날 진짜 호구로 대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니 정리하면 된다. 나란 좋은 사람을 잃은 불쌍한 사람을 만들어 주면 되는 거다. 우리가 주변에 아주 조금씩만 손해 보며 산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되게 멋진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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