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도입... “글쎄…”

김혜원 엄마기자 / 2023-08-09 14:10:53
고용부, 연내 시범사업 시작할 것
찬반양론 거세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 외국인 가사관리사 100여 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고용노동부(이후 노동부)는 지난달 31일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연내에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관리사 100명이 서울에서 가사 및 육아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양육하는 맞벌이 부부, 임산부, 한 부모 가정 등이 이용 대상이며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최소 6개월 이상 고용해야 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가사와 육아에 대한 경력과 지식이 있고, 한국어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발하며 범죄 이력이 있거나 정신질환자, 마약류 중독자는 제외된다. 정부는 국내 입국 전후에 한국어, 문화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이들은 국내 가정으로 실무 투입 전 아동학대 방지를 포함한 가사·육아, 위생·안전 교육도 받게 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청소, 세탁, 주방일과 가구 구성원 보호·양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 시간은 하루 중 일부나 종일 등으로 이용자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들은 서비스 제공 기관에서 마련한 숙소에서 머물고 그 비용은 근로자 부담이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국내 정착하는 데 드는 초기 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내국인 가사·육아 인력 취업자가 매년 줄어드는 추세로 남은 종사자의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내국인 가사관리사 급여가 높아 젊은 맞벌이 부부가 고용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노동부는 이런 상황이 경력 단절과 저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임 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공청회 발제에서 “내국인 종사 인력이 줄고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저출산에 대응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오기보다는 한국인 종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근로환경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서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외국인력 도입이 서비스 전문성 확보나 직업에 대한 국민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노동부가 실수요자로 생각하는 맞벌이 부부들 역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믿고 맡길 수 있을지, 돌봄 서비스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등을 염려했다.

강초미 씨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이론을 익혔다고 해서 국내 돌봄 선생님만큼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한국 중년여성 일자리가 줄어들진 않을지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고은 씨는 “한국 중년여성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라며 “돌봄시장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저하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지급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용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으로,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하루 8시간 주5일, 주40시간씩 근무할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해 한 달에 약 201만580원을 받게 된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으로, 맞벌이 가정이라고 해도 가사관리사 비용으로 200만 원 이상 지출하기는 쉽지 않다.

맘카페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관한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이런 정책 말고 남편 야근을 줄여 주면 좋겠다” “애 아파서 급하게 가야 하는데 반차 쓴다고 눈치나 주지 않았으면 한다” “한 달에 200만 원 이상을 낼 수 있다면 돈을 보태서 한국인 이모님을 쓰겠다” 등 반대 여론이 줄을 이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만으로 저출산과 여성 경력 단절을 해결할 수는 없다. 부모가 아이를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줄여 주거나, 있는 휴가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면 어떨까. 이 같은 정책과 일·가정 양립 분위기가 잘 만들어진 이후에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과 같은 노력도 병행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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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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