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경력보유여성 위한 대책 없다고 지적해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은 지난 18일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한국 합계출산율은 0.6명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관심을 보이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수치를 들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한국의 인구 감소가 중세 흑사병 수준”이라고 했고, 미국의 대학교수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국 망했네요”를 외쳤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이제까지 정부는 막대한 예산만 쓰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저출생 문제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이때 여야 대표가 직접 대책 공약을 발표하며 해결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현행 10일인 배우자 출산휴가를 1개월로 늘리고 유급으로 의무화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육아휴직 급여를 월 최대 15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리고 배우자도 임신 중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위한 자녀돌봄휴가 신설 및 육아동료수당을 마련하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대신 ‘인구부’ 설치 등을 내세웠다.
여당이 일·가정 양립에 초점을 맞췄다면 야당인 민주당은 주거·금융지원이 주를 이뤘다. 민주당은 임신한 모든 국민에게 출산 전후 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8~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씩 아동 수당을 지급하는 ‘우리아이 키움카드’와 출생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매월 10만원을 정부가 펀드 계좌에 입금하는 ‘우리 아이 자립펀드’, 그리고 아이돌봄 서비스를 모든 가정에 제공할 것을 제시했다. 자녀 수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제공하는 ‘우리아이 보듬주택’과 신혼부부에 10년 만기 1억 원 대출을 해 준 뒤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도 내세웠다. 민주당 역시 저출생 관련 정책 수립·집행을 위한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추진한다.
여야의 저출생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은 ‘기존 정책과 다르지 않고’ 민주당은 ‘현금성 지원’뿐이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10일인 배우자 출산휴가도 전부 사용하기 어려운데 유급휴가로 한 달간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현금성 지원’ 역시 실행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여야 모두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없는 여성에 대한 대안 방안이 빠졌다”라고 지적했다.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없는 상황을 알기 때문인데 기존 정책을 손질하거나 대책 없이 현금을 뿌리는 정책으로 출산 주체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정부의 모든 부처가 전반적으로 살기 힘든 사회적 환경과 경제적 문제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성이 결혼하고 출산하면 기존의 삶이 흔들린다. 임신·출산·육아는 오롯이 여성의 몫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와 선배를 보고 자란 여성은 자녀를 낳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자리를 잡은 후에’ 해야 할 일로 미루거나 결국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다. 이런 상황에 여성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건 어떤 정책일까? 물론 아이 키우는 가정에 현금성 지원을 해 주는 것도 좋다. 한데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진짜 이유가 아닌 게 문제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더라도 여성의 삶이 단단해질 수 있는 그런 정책이 나오면 좋겠다. 그러려면 남성 역시 임신·출산·육아에 한몫을 담당해 줘야 하고 이를 여야에서 만들겠다는 인구부나 인구위기대응부가 아닌 전 부처에서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총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이 아닌 실질적으로 지켜질 수 있고 진짜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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