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대란... 정부 개선 방안 제시에 냉랭한 의료계

김혜원 엄마기자 / 2023-10-31 13:20:44
전국에서 진행 중인 소아과 대란
정부, 소아 수가 인상 방안 제시에도... 의료계 “도움 안 될 것”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며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에서 21일 사이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18.8명으로 지난주보다 21.3%가 늘었다. 특히 7~12세가 50.4명으로 전주보다 무려 58%나 증가했다. 

 

최근 기승을 부린 급성호흡기감염증 역시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아데노·리노바이러스 등으로 콧물, 인후통 같은 감기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거나 입원한 환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독감과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이 동시에 퍼지며 병원마다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A씨는 최근 독감에 걸린 딸을 데리고 주말 오전 소아청소년과(소아과)를 찾았다. 오전 9시였지만 이미 대기 환자가 40명이 넘었고 진료를 보기까지 2시간 남짓 기다려야 했다. A씨는 “주말에 문을 여는 소아과가 두 곳이 있는데 오전 10시 반~11시면 마감되고 아침 일찍부터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라며 “주말 뿐 아니라 평일도 진료 보는 게 전쟁 같다”라고 말했다.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체감하는 ‘소아과 대란’은 현재 전국에서 진행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아과 개업 건수는 2018년 122곳이었는데 계속 줄어들다가 지난해에서는 84곳까지 떨어졌다. 지난 5년간 564곳이 개설됐으며 폐업한 병의원은 총 580곳으로 문을 여는 곳보다 닫는 곳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지난 3월 소아과 의사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소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를 하기도 했다. 낮은 수가로 경영난이 심각한 데다 소아과 전공을 선택하는 지원자가 줄어 더는 소아과 병의원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고, 소아과 수가를 올려 소아진료 정상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보건복지부는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부터 소아과에서 전문의가 초진 시 1세 미만은 7000원, 6세 미만은 3500원 진료비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환자가 부담할 진찰료가 1세 미만 400원, 6세 미만 700원가량 늘어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대책’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복지부가 제시한 연간 300억 원의 예산을 소청과 전문의 6000명을 대입해 계산해 보면 월매출은 41만 원가량 오른다. 의료계는 “이 정도로 아이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고 환자 수도 줄어들고 있는 소아과를 선택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복지부의 소아과 살리기 대책에 속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늘 보건복지부가 소아과 초진만 3500원 더 줘서 한 달에 세후 40만 원쯤 수입 느는 정책 수가를 소아과 대책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고맙기 그지없네요. 인턴 여러분, 소아과 배 터지니 많이들 지원하세요.”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출생아 수는 1만8948명으로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2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당장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그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을까? 몇 년간 의무로 필수의료에서 일하게 한다고 계속 하게 할 수 있을까? 보다 견고하고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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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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