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의 저출생 문제 해법과 결혼·출산·양육 이야기

김혜원 엄마기자 / 2024-05-23 09:40:36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출산·양육 행복문화 확산 간담회 개최해
“의견 반영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 22일 오전 10시, 출산·양육 행복문화 확산 간담회가 개최됐다.[사진=김혜원 기자]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22일 오전 10시에 서울특별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성평등가족기금이 후원한 출산·양육 행복문화 확산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김상한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김선순 여성가족정책실장,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과 협의회원들, 그리고 서울시 탄생응원서울 자문단과 서울 시민이 참석해 저출생 문제 해결과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서울 시민의 생각과 경험을 듣고자 개최됐다.


허 회장은 개회사에서 “시민을 직접 모신 자리를 마련해 소중한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라며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부시장은 “저출생 극복을 위한 혜안이 절실하다”라며 “여러분의 의견이 서울시가 출산과 양육하기 더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간담회 좌장을 맡은 김 실장은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정책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 간담회에 참가한 서울 시민은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했다.[사진=김혜원 기자]

 

간담회에 참가한 서울 시민은 연령과 자녀의 수 등으로 그룹을 나눠 각자가 생각하는 출산·양육, 서울시 저출생 정책, 저출산 대응을 위한 정책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했다.

비혼주의에 가깝다며 자신을 소개한 미혼 여성은 주변 사람 대부분 혼자 살고 있으며 결혼을 해도 아이는 낳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를 “지금 세상이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91년생 미혼 남성은 “청년 지원 제도와 신혼부부 혜택이 별 차이가 없어 놀랐다”라며 “맞벌이 신혼부부의 소득이 최저 임금이어야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출산 고민에 빠진 예비 신부와 결혼식, 신혼집 등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계속 결혼을 미루고 있는 30대 여성도 있었다.

결혼 9년 차이자 자녀가 없는 딩크인 회사원은 “최근 결혼이 늦어지는데 그러다 보니 자녀가 생겨 본인의 삶에 영향받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혼 3년 차인 남성은 “육아가 힘들다는 얘기만 들리는데 아이 낳고 키우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의견을 냈다.

5개월 된 남아를 양육하는 엄마는 “육아휴직 후 복귀하지 못해 경력이 단절되거나 복직 후 일과 양육을 함께하느라 버거워하는 동료를 보면 솔직히 아이 낳기 겁났다”라며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새벽부터 저녁까지 어린이집에 보내는 대신 내가 키우고 싶지만 힘들게 쌓은 경력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워킹맘이 마음 놓고 육아할 수 있도록 단축근무, 응급 휴가 사용 등이 기업에 의무적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강제성을 주면 좋겠다”라며 “일·가정 양립이 되어야 첫째에 이어 둘째를 낳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영아를 양육하는 한 아빠는 남성이 아기에게 익숙해지고 아이 돌봄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단 몇 달이라도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빠가 단 몇 달만이라도 육아를 전담해 본다면 이후 직장에 돌아가서도 육아의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라며 “주양육자인 엄마의 부재 시에도 아빠가 아이를 전적으로 돌볼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생 딸을 키우며 사교육 시장에서 일한다는 워킹맘은 일터에서 만난 엄마들, 주변 지인이나 아이 친구 엄마 등 모두가 공교육의 고급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교육 기관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학군지로 이주하거나 사교육을 시키는 등 능력 있는 부모만 좋은 교육을 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공교육이 활성화된다면 나라가 우리 자녀를 함께 키워 준다는 안정감을 받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자녀 한 명을 양육하며 현재 임산부인 엄마는 “중소기업에 다니다 보니 임신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가 없다”라며 “육아휴직을 눈치 안 보고 사용하고 복직 시에도 어떤 불이익도 없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울먹거렸다.

세 아이를 키우는 89년생 엄마는 아이를 낳아 키우며 알게 되는 행복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막둥이 임신, 출산을 겪으며 첫째 때보다 지원이 훨씬 많아져 놀랐다”라며 다만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큰 데 이를 좁혀 나갔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미국에서 세 아이를 낳아 키우며 공부를 한 뒤 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 엄마는 미국 초등학교 이야기를 꺼냈다. “여성이 경력 단절을 고민하는 시기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때다”라며 “미국은 전교생이 8시에 등교해 4시에 하교하고, 6시까지 맡아 준다”라며 정부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아빠는 힘든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 자녀는 택시도 두 대를 불러야 하고, 여행을 가면 방도 2개를 잡아야 한다”라며 “모든 것이 자녀 한 명이나 두 명에 맞춰져 있어 다자녀 양육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 자녀 이상인 가정을 우대해야 그 모습을 본 두 자녀 부모가 아이를 더 낳을 결심을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은 “다둥이가 두 명으로 완화된 뒤 사실 혜택이 많진 않다”라며 “주차료, 입장료 정도인데 금액과 관계없이 엄마들은 내가 아이 둘을 키워 존중받고 있구나 하는 걸 느낀다”라며 “아이 낳아 키우는 가정이 존중받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엄마, 아빠, 할머니 등은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의무화, 12세 이후 양육 지원,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 소득기준 완화 등을 요청했다.  

 

▲ 간담회 참석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선순 여성가족정책실장[사진=김혜원 기자]

 

김 실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며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라며 “다만 결혼 비용이나 출산·육아를 할 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자녀 가정 지원 강화와 일·가정 양립을 위해 힘쓰겠다”라며 “오늘 의견 주신 것들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혜원 엄마기자

김혜원 엄마기자

많이 듣고 정성을 다해 쓰겠습니다.

뉴스댓글 >

맘스커리어 후원안내

맘스커리어는 경력단절 없는 세상, 저출생 극복, 워라밸을 사명으로 이 땅의 '엄마'라는 이름이 최고의 스펙이 되는 세상, '엄마'라는 경력이 우대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예비사회적기업 언론사입니다. 여러분들의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우리은행 : 1005-004-582659

주식회사 맘스커리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