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신화준 기자] 최근 문을 닫은 안동의 분교 두 곳이 향토문화 수집에 열정을 가진 두 명의 손길에 힘입어 생활문화가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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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역사박물관 전경.[사진=안동시] |
우선 2016년 도청 신도시에 풍천풍서초등학교가 개교하면서 폐교된 구 풍서초등학교는 '안동역사문화박물관'이 들어섰다.
안동역사문화박물관은 간송에 버금가는 전문식견과 열정을 가진 권영호 향토사학자가 사재를 털어 지난 2019년 문을 열었다.
40여년 간 향토자료를 수집해 1998년 하회마을 입구에서 유교문화전시관을 운영해오다 폐교를 임대해 옮겼다.
폐교된 교실은 리모델링해 1층과 2층 10개 교실을 전시실과 수장고로 꾸몄다.
여기에 조선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고문서류와 전적류, 민속자료, 근·현대 자료, 초등 교육자료 등 수 만점을 주제별로 전시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해 11월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내외가 이곳을 찾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조선시대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뿐 아니라 1300년대 간행으로 추정되는 배자예부운략과 추사 김정희 친필, 퇴계선생문집과 매화시첩, 보백당선생실기와 정부인장씨실기, 김만중의 고대소설 ‘구운몽’ 등 수많은 희귀 고서적류를 볼 수 있다.
50∼60대 추억을 선사하는 자료도 눈을 끈다. 불온 삐라 신고포스터와 오래된 만화포스터와 만화책, 60∼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 지금은 볼수 없는 오래된 농기구 등이 재미를 가미시켜 준다.
관람요금은 대인 5000원, 청소년 3000원이며 권영호 관장이 직접 가이드를 담당해 전시물 가치를 배가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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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추억박물관 전경.[사진=안동시] |
와룡면 지내리 구 안동중학교 와룡분교에 소재한 '안동추억박물관'도 20대부터 70대까지 추억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울 동일여고에서 40여년 교편을 잡다 퇴직 후 고향의 폐교를 임대해 박물관을 개관한 최남도 관장의 열정도 남다르다.
역시 40여 년간 수집한 수 만점의 20세기 생활유물들이 21세기에 이르러 색다른 추억거리가 되고 있다.
전시관 초입에 비치된 1960년대 바리깡은 씹혀 들어간 머리카락으로 인해 금방 따가움이 전해오는 듯하다.
오래된 다리미와 대패도 옛날을 자극한다. 어린 시절 부끄러워 눈 가린 손가락 사이로 보던 극장 포스터는 조조할인을 추억하게 한다.
60∼70년대 성인용 주간 오락잡지로 인기를 독차지 하던 선데이 서울과 부모의 눈길을 피해 숨어 읽던 조금은 창피한 젊은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동전으로 바뀌기 전의 500원 짜리 지폐와 지금은 볼 수 없는 1원짜리와 5원짜리 동전도 눈에 뛴다.
오래된 전화기와 색 바랜 전화번호부, 아직도 눈에 선한 2G폰과 비디오 테잎, LP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금복주 소주병 등이 세월의 흐름을 되새기게 한다.
지난 1926년 6.10만세 사건 후 영화 '아리랑' 홍보를 위해 제작됐다 일제에 의해 모두 압수된 것으로 알려졌던 '아리랑 홍보전단지'가 원본으로 확인되면서 추억박물관의 자랑이 되고 있다.
이밖에 라디오와 타자기, 여닫이가 있는 TV, 50∼70년대 교과서, 장난감, 딱지, 가전제품 등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생활유물들이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모든 전시물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입소문을 듣고 폐교를 찾은 관람객들은 "개인이 사재를 털어 문을 열어 공공박물관에 비해 전시 공간 등의 짜임새는 부족하지만 개인이 수집했다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향토유물을 보유하고 있어 색다른 추억과 볼거리가 됐다"며 "안동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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