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고민보다는 일단 도전해 보세요!"

김혜원 엄마기자 / 2022-12-01 14:30:31
정윤진 작가
교사 출신 작가가 공황장애 극복담 펴내
▲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를 집필한 정윤진 작가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티브이에서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우울증, 불안장애, 트라우마, 대인기피증 등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신경정신과적 질환이다16년간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쳐 온 정윤진 작가 역시 공황장애로 고통받았다.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를 집필한 정윤진 작가를 만나 치유의 힘을 어떻게 찾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어떻게 낼 수 있었는지 들어보았다.

 

- 교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6년 동안 중학교에서 도덕교사로 근무했습니다. 몇 년 전, 한 학생에게 위협을 당하며 교권침해를 경험하게 되었어요.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된 지도 모른 채 직장생활은 다 힘든거야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돌보지 못했습니다. 무리한 삶의 결과는 공황장애라는 질병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며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결혼, 출산 등 인생의 통과의례를 클리어하며 나름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경주마처럼 달리던 인생에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걸린 사건이었습니다.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실패한 삶이라는 자기 비난과 인지 왜곡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살면서 어떤 결과를 바라지 않고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하였던 첫 경험이기도 했지요. 학창시절에는 성적이라는 결과를 바라며 열심히 공부했고, 직장에서는 타인의 인정을 바라며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는 무엇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즐기며 쓰기만 했는데도 작가가 되었어요.

 

- 공황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늘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 끝까지 가득 찬 상태로 살았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시련이었던 공황장애를 치료하며 스스로를 돌보고 자기표현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어떻게든 나아야 한다라고 다짐하며 마음을 안정시켜 줄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미술치료, 아로마치료, 동작치료, 싱잉볼치료 등 공황장애를 치료해 줄 다양한 예술치료를 접했는데 가장 경제적이면서 제게 잘 맞는 것이 글쓰기였습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붙잡았고, 몰입했죠. 잘 써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습니다. 그저 이 힘든 시간을 통과할 수 있는 무언가를 붙잡고 내면의 상처를 백지에 토해낸 것뿐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필력이 늘고, 저를 객관화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때 그랬어야 했어.’라며 과거를 반추하며 자책하고,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 일쑤였는데 글을 쓰면서 지금-여기있는 나라는 존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증상이 심각해 1년 후는 고사하고 당장 내일도 어떻게 살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사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잖아요. 그저 현재를 살고,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며 가슴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를 토해내는 과정이 저에게 필요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글쓰기가 가진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힘들 때 모든 것을 믿고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이 바로 그 누군가가 되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것이 좋은 이유는 보이지 않는 생각과 느낌, 태도, 가치, 상상을 시각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막연하게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삶의 고통이 종이에 적히면서 문제와 자신을 분리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덕분에 절망적인 한 사건 때문에 완전히 실패해버리는 인생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거대하게만 보였던 고통을 상황과 왜곡된 생각, 감정으로 해체해 거리를 두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용기도 생겼죠. 글쓰기는 인생의 여러 문제와 자신을 이해하고 성찰하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 책을 출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공황장애로 힘들었던 시간을 치유일기형태로 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이 쌓이며 치료과정을 응원하는 분들이 하나둘 늘어났어요. 결정적으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가족을 이해하고 싶다라는 비밀댓글 때문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공황장애 환자가 쓴 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의사나 상담자 같은 전문가 관점이 아닌 환자의 관점으로 바라본 이야기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책을 내면서 혹시 어려운 점이 없으셨습니까?

 

아무래도 특정 사건 때문에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기 때문에 제 글이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구도의 자극적인 이야기가 될까 우려했습니다. 같은 질병을 앓는 분께 용기를 주고 싶은 제 의도와 달리 혹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고요. 상황 설정, 등장인물, 지역까지 모두 재구성하였지만 혹시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지는 않을까, ‘이 사람은 공황장애를 극복했는데 나는 왜 나아지질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힘들어지는 사람이 생기진 않을까도 걱정스러웠습니다.

누구나 성공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나약하고 실패한 경험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잖아요. 심지어 공황장애 환자가 겪는 심리적인 변화와 인지왜곡 과정을 기록했기에 못난 모습을 인정하고 출간을 결정하기까지는 굉장히 두려웠고 용기를 내야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용기 낸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있습니다.

 

▲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를 집필한 정윤진 작가
 

- 안정적인 교직에서 물러나 작가로 살고 계신데 어떤 점이 달라졌습니까?

 

첫 번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직장에서는 시키는 일을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살았다면 지금은 일상을 세심하게 살피는 시각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삶의 항로와 패턴이 완전히 변화하게 된 것이죠.

두 번째는 심리적으로 굉장히 안정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아픈 상처와 대면하고 토해내면서 트라우마가 치유되었고, 감정과 생각, 욕구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마주하고 자신과의 관계를 다시 구축하는 일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어요. 삶이 다시 흔들리더라도 뿌리째 뽑히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단단한 힘이 생겼습니다.

 

▲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를 집필한 정윤진 작가

 

- 이루고 싶은 꿈과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 글을 통해 위로를 전하고 싶고 또한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많은 분이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두 번째 책을 쓰면서 그저, 작가라는 치유의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도서관에서 강의를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심리치유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셨습니다. 더 많은 분을 만나고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제 질병을 이해하고 싶어서 임상심리 공부도 하고 있는데, 이 공부를 더 깊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글쓰기 외에도 치료자, 상담자의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기도 하고요. 전문적인 지식이 쌓이면 더 많은 분께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 중인 여성들이나 엄마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어쩌다 보니 저도 자발적 경력 단절 엄마가 되었습니다. 더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것인데요, 일은 안정적인 소득 외에도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경력 단절 여성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일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 즐거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재취업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습니다. ‘반드시 직장에 다니겠어라는 생각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해도 어려움은 늘 있거든요. 저도 글이 안 써지는 날에는 위축되고 머리를 쥐어뜯기도 해요. 그런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이것은 이래서 안 돼, 저것은 저래서 안 돼라는 태도는 어떤 성장과 변화도 가져오지 않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경험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 일이나 도전했는데 그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우연히 해 본 일이 평생 하고 싶어질 수도 있지요. 그러니 무슨 일이든지 고민보다는 일단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기왕 시작했다면 정성을 다해 몰입해 보세요. 그 노력이 쌓여 새로운 길이 펼쳐질지 모르거든요. 그저 블로그에 좋아하는 글을 쓴 것이 기록으로 쌓여 제게 작가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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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엄마기자

김혜원 엄마기자

많이 듣고 정성을 다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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