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성에서 행복한 사람은 없습니다. 가정에서 위로받고 사랑받으세요"
[맘스커리어=신화준 기자] 소설 '가시고기'는 지난 2000년 출간돼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살려내는 아버지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당시 300만부라는 이제는 나오기 힘든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작품이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줬으며 아직도 만날 수 있는 스테디셀러이자 만화와 동화 등 다른 2차콘텐츠로 재생산되는 한국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명작이다.
이 소설의 후속작이 무려 22년이 지나 최근 출간됐다. 신간 '가시고기 우리아빠'는 조창인 작가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오랜 기다림의 답장이자 이제는 스스로가 아버지이자 가장으로서의 경험이 녹아있는 또 하나의 수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신작은 20년의 세월이 지나 '가시고기'의 9살이었던 주인공 다움이가 어느덧 29살 청년이 돼 그동안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은 원망으로 바뀌어 냉담하게 세상을 살아가다 귀국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알아가면서 마음을 여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너무나 궁금했던 다움이의 성장 후의 이야기. 조창인 작가를 만나 신작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작품구상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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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창연 작가.[사진=맘스커리어] |
- 이번 작품은 20년 후의 뒷이야기입니다. 어떤 계기로 집필하게 되셨습니까?
▶ 우선 후속작에 대한 독자들의 요청이 많았습니다. 작가의 책무로 여겨졌지만 구체적으로 계획하진 않았습니다. 후기에도 밝혔듯이 저의 아들이 소설 속 주인공 다움이와 같은 나이입니다. 아들이 스물아홉 살이 되면서 자신의 삶이 과거와 미래의 분기점에 도달한 듯하다고 고백했습니다. 불쑥 가시고기의 다움이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하는 생각에 미쳤습니다. 다움이가 겪었을 아픔과 인내의 세월을 돌아보며, 다움이의 미래를 격려하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문턱을 넘어설 저의 아들을 응원하는 심정으로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코로나입니다. '가시고기'가 나왔을 때는 IMF로 가장들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버지들이 이 책으로 위로를 받았죠. 아버지의 사랑이 사회 전반적으로 다시 인식되는 역할을 했다고 할까요. 요즘 코로나로 아버지들이 다시 힘든 세월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고통을 받고 있죠.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정서적으로도 단절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낀다면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가시고기'가 워낙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어서 후속작을 쓰시면서 부담이 많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 당연히 부담감이 컸습니다. '가시고기'가 많은 독자에게 감동으로 남아 있다 보니 자칫 뒷이야기가 그 여운을 무너뜨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였습니다. 사실 '가시고기'에서 독자들을 지나치게 가슴 아프게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가능한 담담하게, 따뜻하게 전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동을 조율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더불어 스물아홉 살 청년의 시각이다 보니 요즘 청년들의 심리를 그려내는 것도 어려웠죠. 조금은 개인주의적이고 타인과의 경계를 정확히 하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성향이잖아요. 그러나 사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서 위로받고 사랑받기를 원하거든요. 그게 행복의 근원이기도 하고요. 혼자의 성에서 행복한 사람은 없어요. 그게 이 소설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 작가님의 작품은 유독 가족과 관련한 주제가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저는 사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어요. 가족도 단출하고요.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잘 모릅니다. 게다가 여행을 좋아하고, 작품 구상이 잘 안 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는 성향입니다.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살기 힘든 사람이었죠. 이런 제가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들을 낳고 보니 가정은 가장 따뜻하고 안정감을 주는 곳이더라고요. 우리는 모두 공동체를 이루고 어딘가에 속하면서 살아오잖아요. 가족만이 아낌없이 사랑과 지지를 주는 곳이고, 힘을 얻는 곳이죠. 그리고 그 사랑의 힘으로 세상에 나가 살게 되거든요. 가족은 개인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힘의 원천인 거고, 그걸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우리 사회는 20여년이라는 세월동안 사회 문화적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특히 저출생과 고령화가 심화되며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고 개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번 소설이 지금의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주었으면 하는 걸까요?
▶ 맞습니다. 이젠 가족 형태도 옛날과 많이 달라졌죠. 대가족도 없어지고, 핵가족을 넘어서 일인가구 시대로 가고 있고, 자녀의 수도 적어지고, 자녀가 없는 가정도 많죠. 부모의 양육 태도도 많이 다르죠. 예전에는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이 부모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부모와 자녀 간의 경계가 좀 더 확실해지는 모습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본질이죠.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부모의 사랑입니다. 목숨까지도요. 그걸 알게 되는 건 자식에게도 축복이에요.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습니다. 자신이 세상에서 혼자 치열하게 싸워야 할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기만 해도 삶은 달라집니다.
부모만이 아닙니다. 사실은 내가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이 내 어깨에 얹어져 있었다는 걸 안다면 힘이 날 겁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도움과 응원이 필요하거든요. 점점 혼자인 듯 살아가는 시대에 지지와 응원을 주는 것. 그게 제가 이 책에서 주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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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무실에서 집필중인 조창연 작가. |
- '가시고기'는 동화와 만화로 출간됐으며 일본 중국 등 해외 여러 나라로 번역돼 진출했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말처럼 '가시고기 유니버스'라고 불러도 될만큼 이번 신작이 세계관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감사하게도 '가시고기'는 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장르로 소개되기도 했었죠. 가슴 아픈 결말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기는 하지만 좀 아프죠. 아이에게 아빠의 죽음을 알리지 못하고, 아빠 없는 이후의 삶을 잘 살게 하고 싶어서 차갑게 아이를 내치는 장면은, 쓰면서도 마음이 아팠으니까요. 이번 '가시고기 우리 아빠'는 그 상처를 감싸주는 결말입니다. 그래서 '가시고기'와 후속작인 '가시고기 우리 아빠'를 하나의 테마로 연결하면 완성된 드라마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신간 출간 후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혹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말씀해주실까요?
▶ 작가로서 나쁜 영향력을 주는 책은 쓰지 않겠다, 누군가 내 작품을 읽고 선한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저에게는 가장 기쁜 일입니다. '가시고기'를 읽은 독자들이 이메일로 피드백을 많이 보내왔습니다. 그중 가출 소녀가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구석에 뒹굴던 가시고기를 보고 아버지와 화해하고 싶어서 돌아간다는 메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자식을 두고 자살한 어머니에게 미움과 원망만 가득했던 아들이 '가시고기 우리 아빠'를 읽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다움이가 결국 아빠의 마음을 알고 고통 속에서 자신을 꺼내오는 과정을 보며 자신도 엄마를 향한 미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었죠. 그런 독자들의 변화와 치유가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이후의 계획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다음 작품 구상하고 계신 게 있으시다면?
▶ 다움이처럼 저 역시 전업작가로서 그만큼의 세월을 통과했습니다. 나름 새로운 문턱을 넘어설 시기인 셈입니다. 이전과는 다른 장르의 글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테면 중남미를 배경으로 한 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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