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아이 키우는 엄마가 만드는 저출생 정책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5-12-26 13:10:01

최현정 서울시 저출생담당관
“좋은 정책, 몰라서 지나치지 않길… ‘몽땅정보만능키’ 꼭 활용하세요”

 

▲ 최현정 서울시 저출생담당관[사진=본인]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최현정 서울시 저출생담당관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서울시 저출생 정책의 실무 책임자다. 그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매일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에게 저출생 대책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삶과 맞닿아 있는 과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서울시의 저출생 대응 방향과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으로서의 생각을 함께 들어봤다.

서울시 합계출산율이 0.55명에서 0.58명으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18개월 연속 증가의 의미와 원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합계출산율뿐 아니라 최근 다양한 지표를 통해 길었던 저출생 국면에서 반등 희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5% 증가해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출생아 수의 선행 지수로 볼 수 있는 혼인 건수도 전년 동월 대비 29.2%나 증가해 출생아 수와 18개월 연속 동반 증가하는 중입니다.

이는 코로나로 미뤘던 결혼과 출산이 재개되며 나타난 기저효과와,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에코붐 세대(1990년대생)의 인구 증가 등 전국적인 요인이 출산율 반등을 이끌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가 2022년부터 선제적으로 추진해 온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저출생 정책이 해를 거듭하면서 정책 효과가 점차 가시화된 점도 출생아 수 증가에 일조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저출생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저출생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8명으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인 0.75명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다만 자세히 서울은 대학 진학과 일자리로 인해 2030 젊은 여성의 유입이 많아, 합계출산율 산출 기준이 되는 가임기 여성의 규모가 큰 도시라는 구조적 특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출생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대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높은 집값과 주택 공급 부족, 일자리와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많은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성세대와 달리 결혼과 출산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청년 세대의 가치관 변화 역시 저출생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서울시 임산부의 날 행사 때[사진=본인]

 

서울시는 저출생 대응을 위해 어떤 핵심 정책들을 우선 추진하고 있습니까?

저출생은 주거, 일·생활·균형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서울시는 2022년 ‘엄마아빠행복프로젝트’부터 시작해 2024년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 1, 2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특정 정책에 집중하기보다 △돌봄·주거 △일·생활·균형, 양육친화 △만남‧출산 등 3개 분야 87개 세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출생의 원인이 되는 근본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주거와 일·생활균형 분야를 중요하게 포함했고, 청년들의 만남과 결혼에서부터 임신·출산, 육아, 일·생활·균형까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이건 진짜 좋다’라는 반응이 많았던 정책이 있었다면 꼽아 주십시오.

현장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정책으로는 ‘서울형 키즈카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생활권 가까이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조성한 실내·외 놀이공간으로, 2022년 5월 종로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80곳이 운영 중입니다. 아이는 물론 부모님들 호응도 좋아 누적 이용자가 올 11월 기준 135만 명을 넘었고, 만족도는 87.9%, 재방문 의향은 98.1%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임산부의 이동 편의를 위해 70만 원을 지원하는 ‘임산부 교통비’, 24개월 이하 영아와 편하게 외출할 수 있도록 자녀 1명당 10만 원의 택시 이용 바우처를 지원하는 ‘서울엄마아빠택시’도 각각 97.8%, 92.2%의 높은 만족도를 확인했습니다.

또한 출산휴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던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를 위한 '임산부 출산급여''배우자 출산휴가급여'는 2025년 3월 시작 이후 9개월 만에 3700명이 지원했습니다. 택배기사, 예술인, 학원강사 등 그동안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분들의 신청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조부모 돌봄수당으로 잘 알려진 '서울형 아이돌봄비', 미취학 아동 누구나 1시간 단위로 맡길 수 있는 '서울형 시간제전문 어린이집', 출근 전 맡기고 가면 돌봄선생님이 간식과 숙제를 챙겨주고 등교길 동행도 해주는 '서울형 아침돌봄 키움센터'도 현장에서 호응이 높습니다.

 

▲ 서울베이비앰버서더 가족과 함께[사진=본인]

 

저출생에는 여러 구조적 요인이 있지만,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하는 사회 분위기도 큰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이런 인식 개선을 위해 서울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서울시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언론, 종교계, 기업 등과 협력해 다큐멘터리나 홍보영상 제작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맞벌이-맞돌봄 문화 확산이 중요하고, 가족의 소중함,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서울 유아차 런’은 봄‧가을 2회에 걸쳐 총 6000가족, 약 2만 4천 명이 참가했습니다. 평소 차량이 다닌 도로를 가족이 함께 유아차를 밀며 걷고 달리는 색다른 경험이 호응을 얻으며 SNS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걱정도 됐지만, 현장에서 밝은 아이와 엄마, 아빠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녀뿐 아니라 부모 자신의 건강도 충분히 챙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서울시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저출생 정책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입니까?

서울시는 두 배, 세 배의 품과 노력이 필요한 다자녀 가구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녀 수에 따라 지원 규모를 차별화하는 등 다자녀 지원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생활 균형 측면에서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육아기 단축근무제 등 육아와 일을 병행해 나가는 맞벌이·맞돌봄이 가능하도록 기업 지원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양육자 입장에서 ‘이 정책은 꼭 알고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제도가 있다면 하나만 꼽아 주신다면요?

바쁜 일상을 살고 계신 양육자분들은 좋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잘 몰라 신청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임신·출산·양육과 관련한 모든 정보와 서비스 신청을 한곳에서 할 수 있도록, 탄생부터 육아까지의 내용을 ‘몽땅정보만능키’에 담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편도 준비하고 있으니, 꼭 기억해 두셨다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와 혜택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직접 느끼는 양육의 어려움과 정책 현장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워킹맘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은 정책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일상에서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출퇴근과 아이의 생활 리듬을 맞추는 과정에서 여전히 개인의 조정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엄마로서의 경험이 정책을 설계하거나 현장을 이해하는 데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보십니까?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한 불편함과 고민이 현장을 이해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뿐 아니라 주변 부모들의 이야기가 정책 개선의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린 자녀를 둔 직원이나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욱 귀 기울여 듣게 됩니다.

엄마도 당연히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선배 엄마로서, 그리고 서울시 저출생담당관으로서 경력보유 여성들이 힘낼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하루하루는 정신없이 흘러가고,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쌓이는 경험과 판단력, 책임감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균형을 만들어 가고 있는 지금의 노력은 언젠가 크게 빛을 발할 것이라 믿습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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