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책으로 크는 아이들"...백화현 작가가 말하는 진짜 독서교육의 힘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5-10-29 11:10:44

독서는 '내가 나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아이들이 독서 통해 자신을 만나고 세상 배워야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독서교육은 아이들의 사고와 감성을 자라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교육이다. 그러나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 부모들 중 일부는 아이가 책을 하루에 얼마나 읽었는지, 독서록을 얼마나 잘 썼는지, 독후 퀴즈의 정답을 얼마나 맞혔는지를 숫자로 재단하면서 독서마저도 대입을 위한 학습의 도구로 삼고 있다.


진정한 독서는 책을 읽으며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저서 '책으로 크는 아이들'을 쓴 작가 백화현은 서울학부모지원센터의 10월 맞춤형 배움과정 강의를 통해 독서교육의 본질을 짚어냈다.

30년간 국어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백화현 작가는 강의의 첫머리에서 "세상은 인공지능의 시대로 완전히 바뀌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주입식 교육 틀에 머물러 있다"며 현재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오늘날의 교육이 여전히 정답 맞히기를 강요하는 구조 속에서 아이들의 자발성과 개성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교육의 본질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아이 스스로 중심을 세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작가가 말하는 독서 교육은 단지 많은 권 수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그녀는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장미는 장미답게 피어나야 한다"며 "모든 아이가 서울대를 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꽃을 피우는 일이다. 민들레를 장미로 키우려는 교육은 아이를 죽이는 교육"이라고 단언했다.

작가는 강의 중 그림책 '브루키와 작은 양'을 읽어주기도 했다. 책 속의 브루키가 작은 양의 한계를 꾸짖지 않고 오히려 양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모습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백 작가는 "교육의 비극은 어른들의 기준에 아이를 억지로 맞추려고 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진짜 사랑은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백 작가의 강의는 독서의 중요성을 넘어 구체적인 독서의 방법론으로 이어졌다. 백 작가는 아이를 책으로 이끄는 첫 번째 조건으로 재미와 자발성을 꼽았다. 그녀는 "아이가 책을 좋아해야 책을 읽는다. 그런데 우리는 독서를 공부처럼 시킨다. 하루 몇 쪽, 몇 권을 정해주고 학습처럼 관리한다. 그러니 아이가 책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라며 "인간은 억지로 움직이지 않는다. 스스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야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다음 단계는 습관이다. 백 작가는 "머리로 아는 것이 몸에 스며들려면 2년은 반복해야 한다"고 말하며 가정 내에서 책이 발에 채는 독서환경을 조성하라고 권했다. 실제로 그녀는 자녀들이 어릴 때 집 안 곳곳에 책을 쌓아두고 도서관 대신 동네 서점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 두 권, 엄마가 권하는 책 한 권을 함께 고르게 했다고 한다. 또한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야 책이 즐거워지기 때문에 만화책이라도 무조건 사준다"며 "아이는 그 안에서도 스스로 읽는 즐거움을 배운다"고 밝혔다.

아울러 백 작가는 독서교육의 핵심으로 함께 읽기와 대화를 제시했다. 특히 4학년 이후에는 반드시 하브루타식 짝 공부를 할 것을 권했다. 혼자 읽기보다 친구와 토론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또한 북유럽의 사례를 들며 "덴마크에서는 사서가 아이의 가정에 방문해 책을 읽어줄 정도로 책 읽기를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일이라 믿는 반면 한국은 책을 읽었으면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결과물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북유럽 교사들은 아이가 헛소리를 해도 '그렇구나'하며 들어준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아이는 상상력과 자신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백 작가가 말하는 독서교육의 목표는 사람을 살리는 교육, 즉 자기 자신으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그녀는 "공부를 잘해야 행복하다는 건 착각이다. 행복은 관계 속에서 온다. 내가 사랑하고, 누가 나를 사랑해 주는 관계망 속에서 아이는 살아간다"고 말했다. 또한 "글쓰기는 내 안에 눈을 다는 행위"라며 "읽기만이 아니라 쓰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과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책으로 키운다는 것은 결국 아이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일이다. 정답과 경쟁의 틀을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진짜 배움이며 독서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부모가 먼저 조급함을 내려놓고 책 앞에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앉을 때 아이는 비로소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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