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톡] 리플리 증후군, 정체가 뭘까?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2-12-21 10:30:12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이라 믿어버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상담과 약물 치료 병행해야...가볍게 넘겨선 안돼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남편의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직장에 문제가 생겨 몇 달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는 것도, 회사에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월세를 내주고 있다는 것도, 심지어 고가의 아파트를 상속받기로 했다는 것도... 거짓말이 빤히 드러난 후에도 남편은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어린아이가 있지만 A씨는 이혼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30대 후반 여성 A씨)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거짓말이 사실이라고 믿는 A씨의 남편은 리플리 증후군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포스터[사진=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에서 수지가 맡았던 주인공 안나 역, 1960년 개봉한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 들롱이 맡았던 톰 리플리 역 등 영화나 드라마에서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인물이 종종 다뤄지고 있긴 하지만 이런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은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고, 그로 인해 거짓말이나 거짓된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공상 허언증'이라고 부른다. 1955년 출판된 미국 소설 'The Talented Mr. Riple(재능 있는 리플리씨)'에서 자신과는 달리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친구 '디키'를 질투심에 살해하고 자신이 디키 행세를 하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주인공 '리플리'의 이름에서 따왔다.

리플리 증후군은 우리가 알고 있는 허언증과는 조금 다르다. 허언증인 사람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거짓말이 들킬까 봐 불안해하고 거짓말을 하며 양심의 가책도 느낀다. 반면,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거짓말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도중에도 불안하거나 미안한 기색이 없다.

2015년에는 미국에 거주하던 한 한인 학생 김양으로 인해 리플리 증후군이 국내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당시 언론은 한인 천재 소녀가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에서 만점을 받고, 하버드와 스탠퍼드에 동시 합격했으며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모든 것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대학교 합격증은 위조된 것이었고 저커버그와의 통화 내용도 상상 속에서 지어낸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를 앞다퉈 보도하던 언론들은 단체로 오보에 대한 사과와 함께 정정 기사를 내보냈고, 김양 아버지의 진심 어린 사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리플리 증후군은 어떤 이유로 생기는 걸까?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 속 자신을 부정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욕구 불만으로 인해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하게 되는 것이다. 거짓말로 타인에게 인정받은 경험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거짓과 진실이 혼동돼 결국 나중에는 거짓말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리플리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 상담을 받고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이를 사소한 거짓말 정도로 여겨 방치하게 되면 나중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짓말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돌이키지 못할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또한 우울증·조현병 등을 동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도 있어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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