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해 전국 거점 국립대 10곳 가운데 6곳이 학교폭력(학폭) 전력이 있는 지원자 45명을 불합격 처리했다. 내년 입시부터는 이러한 제도가 모든 대학으로 확대돼, 학폭 가해자의 대학 진학이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3일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이 거점 국립대 10곳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6개 대학이 학폭 전력을 이유로 감점을 적용해 총 45명을 탈락시켰다. 이 가운데 수시 전형에서 37명, 정시 전형에서 8명이 불합격했다.
가장 많은 탈락자가 나온 곳은 경북대로, 수시 19명과 정시 3명 등 총 22명이 학폭 감점으로 불합격했다. 부산대 8명, 강원대 5명, 전북대 5명, 경상국립대 3명, 서울대 2명 순이었다.
이 제도는 지난해 일부 국립대가 처음으로 도입한 ‘학폭 이력 반영 평가’의 결과다. 2025학년도부터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모든 대학이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조치를 받은 수험생은 입시에서 불이익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안선영 (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이자 광주·하남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소위원장은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조치는 학생의 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된다”고 설명했다.
조치 1~3호(서면사과, 봉사 등)는 일정 기간 후 자동 삭제되거나 졸업 시 삭제가 가능하지만,
4~9호(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는 졸업 후 2~4년이 지나야 삭제할 수 있다. 특히 9호(퇴학)는 평생 기록에 남는다. 안 변호사는 “인문계 학생의 경우 학폭 조치가 결정되면 대학 지원이 불가하거나 제한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가해 학생이 인문계 고등학생이라면 조치를 받는 순간 대학 진학이 막힐 수 있으므로 학부모가 사전에 원만히 화해하고 심의에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졸업 전 ‘전담기구 심의’를 통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예외 절차도 존재한다. 단, 재학 중 2건 이상의 조치를 받은 적이 없어야 하고, 조치 결정일로부터 최소 6개월이 지나야 하며, 피해 학생의 동의서가 필요하다. 만약 졸업 직전에 학폭 조치를 받은 경우엔 삭제 심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학폭 전력이 있는 수험생을 불합격 처리한 경북대학교의 결정에 사회 각층에서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인 박명수는 지난달 31일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공부 잘하고 S대 간다고 성공이고 인성이 좋은 게 아니다. 배웠다고 다 합리적인 건 아니다”라며 “경북대의 결정이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북대에서 행사하면 제가 20% 빼드리겠다”라고 덧붙이며 대학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방송인 한석준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입학취소 사건으로 학폭 피해자들이 조금의 위안이라도 받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입시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피해자 회복과 사회의 책임 있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학폭 이력 반영 확대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당연한 조치’라며 지지하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과거의 잘못으로 평생 낙인찍는 것은 가혹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명한 사실은 학교폭력이 단 한 번의 행동으로도 누군가의 인생을 뒤흔든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오랜 시간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가해자는 그때의 선택으로 미래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수능 만점자도 학폭으로 다른 이를 괴롭혔다면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공부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감이다.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 모두가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원칙을 다시 새겨야 할 때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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