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출산 뒤 정보를 얻을 곳 없어 막막해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국내의 출생아 수는 매해 감소하지만 출생아 가운데 체중이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출생아 비중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 2300명으로 2010년(47만 200명) 대비 19만 7900명 감소했다.
한데 2020년 37주 미만 출생아의 비중은 8.5%로 2010년의 5.8%보다 2.7% 포인트 높아졌다. 저체중 출생아의 비중은 6.8%로 2010년의 4.9%와 비교했을 때 1.9% 포인트 높은 수치다.
박현경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헬스조선과 한 인터뷰에 따르면 박 교수는 이른둥이의 출생 원인을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임신 중 스트레스나 감염, 고령 출산 등이 원인이 될 수 있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체내 호르몬 불균형을 원인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른둥이의 생존율은 어떨까? 출생 체중 1.5kg 미만 신생아의 생존율은 87.1%로 10명 가운데 약 9명이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체중 500g 미만 신생아의 생존율은 36.8% 정도다. 신생아 전문의 수가 늘어나고 치료 기술이 발전해 생존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부산에 사는 원 씨는 24주 6일에 순천에서 봄이를 출산했다. 750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도 씩씩하게 자랐다. 출산한 뒤 몸을 추스를 새도 없이 원 씨는 모유를 유축해 병원에 가져다줬다. 의료진도 밤낮으로 봄이를 보살펴 줬다.
엄마의 배 속에서 태반과 탯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으며 성장해야 했으나 봄이는 세상에 일찍 나와 심장과 폐, 위장관, 간 등의 장기가 덜 자란 상태였다. 자궁 환경처럼 인큐베이터에서 지내며 이를 성장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4개월 동안 병원에서 지내면서 봄이는 미숙아망막증 진행으로 레이저 시술도 받고, 서혜부 탈장으로 수술을 받으면서도 무럭무럭 자랐다. 퇴원 무렵에는 2.98kg으로 출생 당시보다 체중이 7배가량 늘었다.
엄마인 원 씨는 “의사 선생님이 해 준 말씀 중에 ‘봄이 같은 경우는 이정표가 없다. 평균치가 없으니 아이의 발달 상태를 보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전적으로 아이를 믿고 기다려 줘야 한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원 씨는 “정부에서 이른둥이가 태어나고 치료받는 입원치료비를 지원해 주고, 병원 갈 일이 많은 이른둥이를 위해 ’조산아 및 저체중 출생아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 경감제도‘를 통해 진료비 역시 지원해 줬다”라며 “미숙아 의료비 지원사업 등을 통해서도 지원받을 수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다만 “봄이를 낳고 뭘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라 답답했는데 정보를 얻을 곳이 없었다”라며 “이른둥이를 출산한 부모를 위해 안내 책자나 관련 정보를 안내해 주는 사이트라도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에 이른둥이 부모들이 올려 둔 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른둥이의 경우 배 속에서 태아가 익히는 발달과정을 경험하지 못해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 봄이 역시 매주 2회 병원에 가서 재활치료를 받는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이른둥이 부모 3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른둥이 자녀의 발달지연을 개선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은 경험은 37.2%로 이른둥이 10명 중 4명가량이 재활치료가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 만 1~3세에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고 그마저도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대기가 길어 이른둥이를 둔 부모가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원 씨는 “대근육, 소근육을 길러 줄 수 있도록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라며 “지금도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종종 방문해 봄이를 체크해 주고 있는데 보다 전문적으로 발달을 체크해 줄 수 있는 분이 봄이를 진단해 주고 부모에게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법이나 운동법 등을 알려 준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 시대 고위험군 산모 출산과 이른둥이 육아 지원 정책' 토론회에서 사례발표를 한 임채린 씨 역시 아이의 발달이 만삭아이에 비해 질적으로 부족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임 씨는 "이른둥이 부모들이 신뢰할 수 있는 운동발달 전문가 양성과 함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전문 지원 기관의 설립 및 이를 국가가 운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신생아의 10% 안팎이 이른둥이로 태어나고 있다. 이런 이른둥이를 위한 특별 관리 제도와 발달에 관한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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